본문 바로가기

세상이야기 /이런저런이야기

새 블로그 이름, 추천 좀 해주세요

제 블로그는 탄생한지가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이름의 역사를 쓰자면 좀 깁니다. 제 블로그가 처음 세상에 빛을 본 것은 작년, 그러니까 2008년 4월 19일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날은 매우 의미가 깊은 날입니다. 4·19혁명 기념일이죠. 바로 그런 날에 제 블로그가 태어났다고 생각하니 한편 가슴 뿌듯합니다. 

내 블로그 생일은 4·19혁명 기념일

사실 그러고 보면 이날은 제 인생에도 혁명이 일어난 날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날로그 세상에서만 맴돌던 제가 디지털 세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했다는 것을 혁명이라고 해도 그리 과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무튼 제 블로그는 4·19혁명 기념일에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실제 블로거가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달 후의 일입니다.

2008년 8월 30일, 경남블로거스컨퍼런스. 사진=경남도민일보


제가 블로거가 되도록 인도한 사람은 경남도민일보에서 미디어부장으로 일하는 김주완 기자와 정성인 기자입니다. 제 블로그를 만들어준 사람도 사실은 김주완 기자입니다. 그가 제게 티스토리 초대장도 보내고, 블로그 스킨도 만들고, 나중에 광고도 달아주고, 그가 다 했습니다. 저는 오로지 글만 써서 올리면 되었던 거지요. 

당연히 제 티스토리 블로그 아이디와 비밀번호도 그는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까먹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당시 저는 거의 컴맹이었습니다. 컴퓨터를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컴퓨터는 제게 워드프로세서, 엑셀, 파워포인트나 사용하는 사무용품 이상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인터넷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것도 업무상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그러니 컴맹이라고 불려도 별로 변명의 여지가 없지요. 넷맹이라고 하는 게 보다 더 정확할 수도 있겠군요. 4월 19일, 김주완 기자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블로그 다 만들었으니 들어가 보시고 이전에 써두었던 글 있으면 우선 몇 개 올려보세요."

대박 난 첫 번째 포스팅, "삼성은 뭔 짓을 해도 됩니더"

그래서 도민일보에 기고했거나 어떤 까페에 올렸던 글 등 30편을 골라 한꺼번에 올렸습니다. 제일 첫 번째로 올렸던 글은 <삼성은 뭔 짓을 해도 용서해줘야 됩니더>란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글이 떴습니다. 다음 메인 뉴스 화면에 발탁된 이 글은 4시간 만에 5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방문했습니다. 댓글도 백여 개가 달렸습니다. 

그게 4월 20일이었던가, 4월 21일이었던가요?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김주완 기자로부터 받았던 전화 목소리는 아직도 생생합니다. "어, 파비님 블로그가 다음에 떴던데 보셨어요? 난리가 났던데요." 글쎄 저는 그때 블로그란 게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습니다. 그저 한 순간 지나가는 태풍처럼 그렇게 지나갔을 뿐입니다. 

9월이 오기까지 저는 단 한편의 포스팅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8년 8월 30일, 경남도민일보에서 주최했던 <경남블로거스 컨퍼런스>는 블로그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을 하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말하자면, 제게 그것은 신항로의 발견에 버금가는 큰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9월 1일, 저는 블로그를 위한 첫 포스팅을 했습니다. 

아마 이날이 제게는 실질적인 블로그 생일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무얼 써야 할까? 마치 '뭘 해먹지?' 하고 고민하던 우리 어머니처럼 쓸 게 없었던 저는 제 이야기를 쓰기로 했습니다. 제목이 <목욕탕에서 만난 낯선 남자>였는데, 낯선 남자란 다름 아닌 저였습니다. 이후 주로 세상사는 이야기를 주로 쓰던 저는 슬슬 시사블로그로 옮겨갔습니다. 

감성블로거가 되지 못하고 시사블로거도 아닌 의문의 블로거로 남다

'빗물처럼 감성이 줄줄 흘러내리는' 그런 감성블로그를 만들고 싶었던 저는 그러나 그렇게 되지 못하고 시사포스팅을 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왜냐고 물어보신다면, 그게 가장 접근하기 쉬워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 경우엔 말입니다. 그리고 당시는 촛불정국을 지나 세상이 혼돈한 시기였습니다. 물론 여전히 혼돈상태에 있긴 하지만 그땐 정말 시끄러웠죠. 

그리고 제 경우에 감성블로그란 여행을 중심으로 문화답사, TV·영화·책 등 문화비평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충분한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사포스팅을 위주로 하는 블로거가 되었던 탓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요즘은 또 드라마 리뷰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아이덴티티가 없는 블로그라고 할 수도 있겠군요. 시사블로거도 아니고 드라마리뷰어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행블로그도 아닌, 정체가 모호한 의문의 블로그인 셈이지요. 한 달쯤 전에 김주완 기자와 커서님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사람이 경주에 놀러 간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두 분이 제게 했던 말도 그런 것이었습니다.

"파비님은 블로그 정체가 뭔지 그걸 모르겠단 말이에요." 그리고 김주완 기자가 구체적인 해법까지 내놓았습니다. "요즘 드라마 리뷰를 자주 쓰시던데 아예 그 길로 가세요. 조회 수 10만 넘는 것도 몇 건 있잖아요. 이참에 블로그 이름도 고치고요. '고' 블로그가 뭡니까? '고' 블로그가… TV저널, 이런 건 어떻습니까?" 듣고 보니 그럴듯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블로그 이름의 변천사, 고마나루에서 테레비저널까지

"TV저널이 좋긴 한데 좀 촌스럽군요. 그보다는 고상하게 테레비저널로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그러자 두 사람은 적극적으로 찬성의 의사를 표시하며 지지했습니다. "아, 그거 정말 좋네요. 그걸로 하세요." 그렇게 해서 보시다시피 제 블로그는 지금 현재 테레비저널이란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제가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제 블로그 이름의 변천사라고나 할까, 거기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블로그가 4·19혁명 기념일에 태어났을 때 처음 이름은 고마나루였습니다. 제 대신 블로그를 만든 김주완 기자가 제게 블로그 이름을 무얼로 할 거냐고 물어봤을 때 퍼뜩 생각나는 게 없어서 그냥 고마나루로 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제 티스토리 블로그 주소도 http://gomanaru.tistory.com 입니다. 그러나 이 이름이 갑자기 마음에 들지 않게 되는 불상사가 생겼습니다. 도민일보에 실리는 기사마다 사사건건 나타나서 시비를 거는 아주 극렬한 우익인사가 한 분 계시는데, 그 분 필명이 강나루로서 비슷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이름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감각이 부족한 제게 좋은 이름이 떠오를리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고마나루>에서 뒷부분의 '마나루'를 뺀 '고'를 이름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고블로그>가 탄생한 것입니다. 그리고 2차 도메인 주소도 아예 go.idomin.com으로 정했습니다. 제 블로그 주소는 지금도 http://go.idomin.com 입니다.

부담스러운 이름, "내 주제에 무슨 저널?"

그 이후에도 제 블로그 이름은 <파비의 고블로그>, <고블로그, 파비의 블로그 여행>으로 바뀌었다가 마지막으로 <테레비저널>이 된 것입니다. 그런데 고민이 생겼습니다. 블로그 이름 때문에 말입니다. <테레비저널>이란 이름을 만들게 해준 이는 김주완 기자였는데, 이제 이 이름이 자꾸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저널이란 거창한 개념이 맘에 걸립니다. "내 주제에 무슨 저널?" 이런 회의가 자꾸 드는 것입니다. 게다가 테레비 보고 비평하는 글만 써야할 것 같은 부담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바꾸고 싶은데, 그래도 제가 의리라는 묘한 감상주의에 연연해하는 사람인지라... 테레비를 전격적으로 버리지는 못한답니다. 마음 약해서…  

그래서 대충 아래와 같은 정도의 이름 중에서 하나를 골라 바꾸고 싶습니다. 이번에 바꾸는 이름은 절대로 변하지 않고 저와 운명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아니 꼭 그럴 생각입니다. <칼라테레비>나 <검정테레비> 혹은<블루테레비> 같은 이름은 꼭 드라마 리뷰를 써야만 한다는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세상을 보여주는 창이란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지요. <테레비페이퍼>나 <테레비노트>라고 하면 역시 TV 이야기에 구속되는 문제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블루노트>나 <블랙노트>로 가면 테레비란 이름에 대한 의리를 배반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무튼 후보가 난립하긴 했지만, 관심들 가져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예? 그런 쓸 데 없는데 시간 낭비하기 싫다고요? 그러시면 할 수 없지요, 뭐. 하긴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귀찮아서 하기 싫다는 분들도 많던데요. 흐흐흐~ 

새로운 블로그 이름, 추천 좀 해주세요

추천 마감시간은 월요일 오후 10시까지입니다. 그런데 이거 하나를 고른다고 해도 김주완 기자와 커서님에게 재가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그분들이 골라준 이름이니 그분들에게 거부권이 있는 거 아닐까요? 제가 헌법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는데, 아니 이거 비약이 달나라로 가고 있군요…. 이만 퇴장해야겠습니다. 

특별히 <블로거스경남> 여러분은 꼭 관심 가져주세요. 안 그러면 미워할 겁니다. 진짜로요. ㅎㅎ    

1. 칼라테레비   2. 검정테레비   3. 빨강테레비   4. 파란테레비   5.지테레비   6. 감성테레비   7. 블루테레비  
8. 블랙테레비   9. 테레비페이퍼    10. 블랙페이퍼    11. 레드페이퍼     12. 옐로페이퍼     13. 감성페이퍼   
14. 테레비노트     15. 감성노트   16. 블루노트   17. 옐로노트   18. 레드노트   19. 블랙노트   20. 기타 좋은 이름


ps; 제가 블로그 이름 골라 달라고 <블공> 까페에도 올렸더니 실비단남이 그런 의견을 주셨군요. 블로그 이름이나 대화명을 자주 바꾸면 변덕스럽게 보이고 신뢰성이 떨어진다고요. 그냥 밀고 나가라네요. 텔레비전에는 별의 별 걸 다 하니 부담 갖지 마라는군요. 그 말씀을 듣고 보니 또 그렇습니다.

하하, 역시 저는… 제 블로그가 의문의 블로그가 아니라 제가 의문인 것 같네요. 에휴~ 어쨌든, 고민은 참 많습니다. 그래서 블로그 시작할 때 이런 고민 너무 오래 하다가 정작 블로그 개설도 못한다는 이야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저에게 블로그를 전도한 김주완 기자의 말입니다만, 구구절절 옳은 말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