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이야기

역사교과서에 새빨간 뿔을 달려는 정부와 한나라당

최근 여권에서 현행 역사교과서에 대한 좌편향 논란을 일으키며 개편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도대체 좌편향이란 어이없는 규정 자체도 이해할 수 없지만, 좌편향으로 내세우는 내용들을 보면 더 한심하기 그지없다.

  예를 들면 이승만이 친일청산을 위해 만든 국회 반민특위에 반대했다든지, 박정희의 유신독재나 전두환이 권력을 동원하여 강압정치를 했다든지 하는 내용을 바꾸라는 것이다. 특히 4·3사건을 대규모 좌익세력의 반란으로 바꾸라고 하는 주장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특별법에 따라 구성된 정부조사위원회에서 진상이 규명되고 대통령까지 공식 사과한 사건이 아닌가. 이제 겨우 치유되려는 제주도민들의 상처에 다시금 칼을 들이대는 꼴이다.

  이들의 단순무식한 논리대로라면 친일에 반대하고 독재에 반대하면 모두 좌편향이다. 유신독재와 쿠데타에 찬성하고 지지하지 않으면 모두 좌파이다.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기업의 독점적 지배에 항의하면 모두 빨갱이다. 그들의 논리대로라면 이 나라에는 온통 좌편향에 좌파에 빨갱이 천지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미 이런 논란은 대선 전부터 있어왔다. 소위 뉴라이트라고 불리는 일단의 세력들이 가장 먼저 역사교과서 문제를 들고 나왔던 것이다. 이들은 자기들이 자체 제작한 역사교과서에서 일제 종군위안부를 더 큰 돈을 벌기 위해 자발적인 취업을 한 여성으로 왜곡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또 일제의 조선 강점이 봉건적 잔재를 털어내고 산업화를 통해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일본보다 더 친일적인 주장을 하는 이들 우익의 대변자를 자처하는 뉴라이트가 먼저 좌편향 논란을 일으켰던 것이다. 이들 뉴라이트의 핵심이라고 하는 자유주의연대란 조직의 면면을 보면 과거 주체사상을 최초로 남한에 전파시켰다고 자처하는 김영환 씨라던가 홍진표 씨 같은 사람들이 주축이다. 이 단체의 대표인 신지호 씨는 뉴라이트를 대표해 한나라당 국회의원 뺏지까지 달았다. 그도 역시 한 때 경기지사 김문수 씨가 그랬듯이 공산주의 비슷한 급진사상을 가졌던 인물이다. 바로 이 뉴라이트가 대선 이전부터 구여권 저격수와 한나라당 보급병 역할을 자임하며 활약해온 것은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실로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드디어 대선에서 이명박이 정권을 잡고,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도적으로 의회를 장악했다. 촛불정국으로 잠시 주춤했던 이들이 다시금 기선을 잡기 위해 준비한 칼은 역시 전가의 보도였다. 서랍 속에 집어넣어두었던 좌편향 역사교과서 논란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이번엔 정부와 여당이 직접 나섰다. 이들 수구세력들에겐 빨갱이만한 칼 이상 가는 것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상상력이란 것도 바로 이 선 이상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나는 이미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공산당이 뭔지 알았다. 공산당은 아주 흉악하며 머리에 뿔이 나 있다. 공산당을 발견하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으면 처벌 받는다는 사실도 자세히 배웠다. 이승복 어린이처럼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훌륭한 어린이다.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산에서 갓 내려온 남파 간첩을 식별할 줄 안다. 그리고 아직도 나는 공산당이 싫다. 아! 역시 (의식화)교육은 대단하고 무서운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정부와 한나라당은 공산당이 아니라 역사에 뿔을 달려고 하고 있다. 국민이 뽑았던 대통령들과 정부에도 뿔을 달려고 하고 있다.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뿔을 달려고 하고 있으며, 자신을 반대하는 모든 국민들의 머리에도 뿔을 달려고 하고 있다. 이러다간 나이어린 초등학생들의 머리에도 시뻘건 뿔이 나고야 말 것이다.

  이들의 의도야 말할 것도 없이 뻔하다. 좌편향 논란을 통해 자파 세력을 결집시키고 거기에다 덤으로 교과서를 자기들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도대체 지금처럼 개명한 시대에 어떤 사람들이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좌편향이라고 생각할 것이며 쿠데타와 독재를 미화하려는 음모를 가만 내버려두겠는가?

  도대체 이 사람들은 자기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한 것일까?

2008. 9. 22  파비

<위 사진> 독재자 히틀러. 상대를 빨갱이로 몰아 처단하는 데는 최고 기술자다.
               모든 독재자들의 영원한 스승이다. 또 모든 정치인들의 연구대상이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모든 정치가들은 독재자의 유혹을 항상 받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