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불만스럽게 남아있는 느낌”
다시 그 용례를 살펴보았다.
“유감을 품다.”
“내게 유감이 있으면 말해 보아라.”
“우리는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박완서 ‘도시의 흉년’)
“양 서방은 노상 나이대접을 안 해주고 떵떵거리는 김두수에게 유감이 많다.” (박경리 토지)
또, 유감에 관한 기사를 검색해 보았더니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근태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의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
환한 모습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웃고 계신다. 한 전례도 있다.
<사진= 청와대>
그래서 나름대로 뜻풀이를 해본 결과, 유감이란 남이 저지른
일에 대한 자기 의견을 표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저지른 불미스러운 일로 불교계가 들고일어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데 대하여 억지로 유감이라고 표명하고 나섰다. 유감이란 참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는 전가의 보도 같은 것인가 보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표명한 유감은 위에 든 용례 중 어디에 해당할까? 대충 위 용례들을 참고하면서 조합해보니 “불미스러운 일이 생긴 데 대하여 매우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불만스런 느낌이 남아있다”는 의사의 표시 정도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유감이란 말이 참 유감스럽게도 웃긴 말이 되고 말았다.
우리가 어릴 때 동무들과 놀다가 싸움이 벌어지면 먼저 따지는 것이 있다.
“유감 있나?”
그리고 유감이 있으면 둘은 서로 주먹다짐을 주고받는 순서로 넘어간다. 그리고 둘 중 하나는 코피가 터지게 되고 그러면 싸움은 끝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정말 유감이 있다는 뜻으로 비쳐진다. 왜냐하면 불교계의 노승들까지 나서서 길거리에서 목탁을 두드리며 농성을 하는 마당에 국민을 지성으로 섬겨야할 대통령으로서 유감 정도가 아니라 백배 사죄의 말씀을 올리는 게 도리가 아닌가 생각되기 때문이다. 백배 사죄까지는 아니더라도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해주면 얼마나 보기가 좋을까? 왜 죄송한 일을 놓고 죄송하다고 말하지 못하는지 그 이유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우리는 언제쯤에나 미안한 일을 미안하다고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그런 대통령을 만날 수 있을까?
2008. 9. 12 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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