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에 경주에 다녀왔다. 아이들도 마침 단기방학을 해서 며칠 여유가 있었다. 대능원, 금관총, 오릉, 계림, 첨성대, 월성, 박물관, 안압지, 분황사, 황룡사지 등이 첨성대를 중심으로 몰려있다. 대능원을 구경하고 황낭대총 앞 벤치에서 점심식사. 도시락을 제일 먼저 까먹은 딸애가 황남대총에 서있다. 신라의 황궁 반월성터. 여기서부터 이산가족. 자전거로 선덕여왕릉이 있는 낭산 정상을 오른다. 선덕여왕릉으로 가는 오솔길은 내가 본 산책로 중 으뜸이었다. 솔밭 너머로 선덕여왕릉이 보인다. 선덕여왕릉 내친 김에 선덕여왕릉 위 낭산정상까지. 여기가 낭산 정상. 아래에 선덕여왕릉이 자리잡은 터가 아늑해보인다. 남향이어서 그런지 햇볕도 잘 든다. 과연 명당이다. 내려가는 길은 더 신나는 모양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거기 다시 올라가고 싶다고 난리다. 물론 나는 입구에 이렇게 자전거를 매달아놓고 걸어서 올라갔다. 다음날 오전 불국사에서 단체사진 각자 메고있던 배낭을 노적봉처럼 쌓아놓고 그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10초 후 10장 연속촬영모드. 그 중에 석장. 보문단지에서부터 알천을 따라 자전거전용도로가 시원하다. 아들은 창원보다 훨씬 좋다고 다시 여길 꼭 달리고싶단다.
경주는 지난 9월에도 다녀왔지만, 매번 가도 새롭고 즐거운 곳이다.
그냥 여기서 살았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곳이다.
실제로 <천년고도를 걷는 즐거움>을 쓴 이재호 같은 사람은 아예 경주에 터를 잡고 살고 있기도 하다.
그는 어디가 좋을까를 고민하다 보문 벌판의 끝자락 어느 한적한 곳에 집을 지었다고 한다.
보문사가 있었던 이곳은 황룡사지, 망덕사지, 사천왕사지, 굴불사지 등 잘난 절터들에 비해 초라하긴 하겠지만,
산업도로가 가로지르며 늘 소음에 시달리는 신라의 흔적들에 비해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운 곳이라고 한다.
가보니 진짜 그랬다.
황룡사지는 한없이 아름다웠으며 천년고도의 영광이 한눈에 들어왔지만,
절터의 옆으로 달려가는 자동차의 소음들이 신경을 거슬렸다.
다른 유적지들도 마찬가지다.
대능원과 계림, 월성은 늘 붐비는 사람들과 자동차들로 시끄럽다.
북적대는 동부사적지대를 벗어나면 좀 덜하긴 해도 이번엔 잘 닦인 산업도로가 거슬린다.
그러나 역시 경주는 경주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보이는 건 거대한 왕릉과 푸른 하늘과 하얀 솜처럼 풀어놓은 구름 뿐이다.
아무리 사람이 많이 북적대더라도
이 평화로운 자연의 정적만은 절대 방해받지 않는다.
경주에 가서 한 번 하늘을 둘러보라.
그러면 여러분은 이곳이야말로 천국이로구나,
이곳이 진실로 천년 고도 경주로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오로지 넓은 벌판과 푸른 하늘만이 끝없이 펼쳐진 사이에
우뚝우뚝 솟은 왕릉들과 나와 그리고 고요한 평화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나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엔 가족들과 함께 다시 경주에 갔던 것이다.
우리는 대능원에서 자전거를 이틀간 빌렸다. 물론 아들과 나만….
우리 계획은 대능원에서 출발하여 첨성대, 계림, 월성을 거쳐 경주박물관을 관람한 다음
불국사 방향으로 꺾어 선덕여왕릉을 보고 불국사까지 계속 달려 그곳에서 짐을 푸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불국사를 구경하고 다시 자전거를 달려 보문단지와 신라밀레니엄파크를 지나
진평왕릉과 분황사, 황룡사지를 거쳐 다시 대능원에 도착할 것이었다.
그리고 계획은 완수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로써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이 글 제목의 답이기도 하다.
다름 아닌 나도 이제 늙어간다는 것.
아들놈은 씽씽 날아다니는데 나는 땅바닥에 빠져 허우적대며 익사하는 꼴이었으니….
다리가 천근인데 이틀간 자전거를 새털처럼 날리며 달려온 아들놈은
김유신장군묘와 태종무열왕릉까지 마무리하잔다.
"됐다. 거긴 다음에 가자. 다다음주에 한번 더 오면 되잖아. 에휴~"
이하는 가볍게 사진 감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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