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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조승수 당선을 바라보는 진보언론들의 태도

오늘은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는 날이다. 바로 어제 4월 29일, 5개 선거구에서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진행되었고 한나라당은 단 한군데에서도 이기지 못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패배를 한 것이다. 역대 어느 선거에서도 이토록 처절한 패배를 맛보았던 적이 없었던 한나라당이다. 그만큼 충격도 클 것이다.

또 하나 특기할만한 사항은 진보신당의 조승수 후보가 진보정치 1번지라고 하는 울산 북구에서 당선되었다는 사실이다. 진보신당으로서는 창당 1년 만에 원내에 진입하는 것이고 앞으로 그 위상에 괄목할만한 변화가 온다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게다가 울산북구는 이미 전패를 예감한 한나라당이 좌파척결론을 내세우며 색깔론 공세로 구태를 재현한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서 조승수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되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만한 사건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완벽한 몰락도 진보신당의 원내진입도 모두 노무현 검찰소환이란 빅뉴스에 가려 그 의미가 퇴색했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노무현이 자기들을 살려준 셈이니 은인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보궐선거가 한참이던 지난 20일 경에 민중의 소리를 비판하는 기사를 하나 만들어 올린 적이 있다. 당시는 민노당 김창현 후보와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의 단일화 문제가 뜨거운 감자였던 시기다.   @민중의 소리, 조선일보 닮아가나   http://go.idomin.com/206 

레디앙(이상엽 사진작가). 좌로부터 심상정, 조승수, 노회찬


이때 민중의 소리는 일방적으로 민노당 김창현 후보의 입장만 대변하는 기사를 실었으며 조승수 후보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배제하는 태도를 취했다. 나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민중의 소리는 충분히 당파적인 언론이며 그럴 권리가 있다. 나는 민중의 소리가 반미통일운동을 중심에 두는 자주파 혹은 주사파의 대변지라는데 생각의 변화가 없다.   

그리고 그런 당파성에 입각한 ‘제 식구 감싸기’ 식의 기사에 대해서도 별로 이의를 달 생각도 없다. 그러나 사실을 왜곡하거나 거짓을 기사화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내가 조선일보를 고깝지 않게 보는 것은 그들이 지나치게 당파적이어서도 아니고 친자본적이어서도 아니다. 그들도 민중의 소리와 마찬가지로 그럴 권리가 있다. 

그러나 문제는 조선일보가 왜곡보도와 곡학아세의 전형이라는 데 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민중의 소리에서도 보았다. 그래서 비판한 것이다. 나는 민중의 소리를 비판하면서 그들이 지나치게 당파적인 부분에 대해서 충분히 존중할 뿐만 아니라 찬사까지 보냈다. 다만, 왜곡만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분은(물론 익명이다) 나의 이런 주장에 대해 매우 뻔뻔하다고 비난한다. 이유는 왜 민중의 소리를 친북언론으로 모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친북으로 보이는 것을 친북이라고 하는 것이 왜 뻔뻔하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럼 도대체 무엇이라 불러주어야 한단 말인가. 

그리고 이어서 그는 그렇다면 늘 종북주의 타령이나 일삼는 진보신당과 레디앙은 왜 비판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옳은 말이다. 진실로 레디앙이나 진보신당이 늘 종북주의 타령이나 하고 있었다면 비판 받아야 할 일이다. 종북주의가 아무리 밉다지만 급박한 민생현안들을 제쳐두고 늘 타령을 부를 정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았다. 말이 길어지고 있으니 간단하게 말하겠다. 진보신당은 조승수 후보의 국회의원 당선에 축하 분위기, 민노당은 조승수 후보의 당선에 매우 분노하며 진보신당을 일러 쓰레기 집단으로 몰아치는 분위기였다. 더 이상 말해 무엇 하겠는가.   

그리고 민중의 소리와 레디앙 역시 비교하기 위해 들어가 보았다. 자, 나는 여기서 민중의 소리가 왜 종파언론인지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조중동이 족벌언론이라면 민중의 소리는 조중동에 필적하는 종파언론이다. 아주 뼛속까지 종파적인 언론이 바로 민중의 소리다. 민중의 소리는 조승수 후보가 울산북구에서 당선된 소식은 일절 내지 않았다. 

물론 기사를 안낼 수도 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검색해보았지만 기사가 없었다. 오로지 노무현 검찰소환 소식만 도배되어 있을 뿐. 그러나 진보진영의 대단결을 추구한다는 민중의 소리까지 이럴 필요는 없는 일 아닌가. 아무리 반북주의자(!) 조승수가 미워도 이렇게까지 종파적이어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역설적으로 늘 종북타령을 하는 것은 그들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언론들은 어땠을까? 한겨레신문,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등은 비중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모두 조승수 후보의 당선 소식을 다루었다. 물론 조선, 동아 등은 선거 기사 자체를 배제하는 분위기였으니 참고할 만한 것이 아예 있을 수가 없다.  

민노당이 진보신당과 분당한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패권주의였다. 간첩사건을 빌미로 내세운 종북주의는 사실은 매우 지엽적인 문제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종북주의로부터 바로 하나의 종파가 만들어진 것이며 이 종파는 필연적으로 패권주의를 낳고 패권주의의 결과로 온갖 부정과 부패, 비리가 탄생하는 것이다. 

소위 조선시대의 당파싸움이란 것이 그렇다. 원래 건전한 당파란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그 당파가 종파가 되고 그 종파가 패권을 휘두를 때 당쟁으로 왜곡돼 그 결과 피비린내 나는 사화가 발생하고 애꿎은 인명이 살상되는 참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정약용 형제를 비롯한 수많은 천주교도들이 학살된 신유사옥이 그 대표적인 케이스다.    

민노당 최고위원이며 대변인이었던 박승흡이 조승수 후보로의 단일화에 반발해 모든 당적에서 물러났다고 한다. 그의 변을 보면 조승수 후보와 진보신당에 대한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그러나 이해 못할 것은 후보단일화를 먼저 제기한 곳도 민노당이요 후보단일화에 반발해 최고위원과 대변인이 사퇴할 정도의 내홍을 겪는 것도 민노당이란 사실이다. 

민중의 소리 역시 기사를 검색해본 바로는 조승수 후보에 대한 감정이 박승흡 전 민노당 최고위원 겸 대변인과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레디앙을 보면 “민노당, 민주당 텃밭 광주전남 2곳에서 승리 기염”이란 제하의 기사를 실어 대조를 보였다. 민중의 소리가 눈여겨볼 대목이 아닐까 싶어 굳이 이렇게 각 언론사의 보도태도를 소개한다.   
파비

민노당 도의원, 군의원 소식은 탑으로 실었으나 정작 울산북구의 조승수 국회의원 당선 소식은 없다.

레디앙. 조승수 후보 소식이 주이긴 하지만, 진보양당 공동 승리, 민노당 지방의원 소식도 함께 실렸다.

프레시안. 조승수, 울산 접수... 진보신당 "원내정당" 시대

오마이뉴스. 진보정당, 거대여당 꺾어

한겨레. 진보신당, 원내진지 구축... '뭉쳐야 산다' 교훈

경향신문. 1석의 힘 "진보신당" 위상 상승


조선. 노무현 소환 기사만 보일 뿐 선거기사가 아예 안 보인다.

동아일보. 조선일보와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