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세상에서 거짓말하는 사람이 가장 밉습니다. 물론 살다 보면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원래 거짓말할 뜻이 아니었는데, 사정이 변하여 거짓말을 한 것처럼 되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사업을 하는 사람의 경우에도 열심히 해보려고 했지만 실패하여 본의 아니게 성공으로 치장한 거짓말을 하게 되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심하면 법적으로 사기라는 오명을 쓰게 되기도 합니다.
또 상대를 위한 진심에서 거짓말을 해야 할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암에 걸린 환자에게 진실을 말하는 것이 곤란한 때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그 거짓말을 충분히 이해하고 함께 슬픔을 나누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제가 미워하는 거짓말이란 모든 일반적인 거짓말이 아니라 악의적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거짓말 특유의 거짓말을 말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자식을 키우는 모든 분들이 저와 같으리라 생각하지만, 우리는 우리 아이들에게 “공부는 잘 못해도 좋으니 제발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며 사랑을 표시하는 것과 더불어 “다른 것은 몰라도 절대 거짓말은 하지 말아라!”라고 가르칩니다.
육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이겠지요. 그러나 결국 아이들의 키가 조금씩 더 커지고 몸무게가 불어나는 만큼 우리 부모들의 입에서는 “제발 공부 좀 해라!”는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하겠지만 말입니다. 저 역시 요즘 그런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이것도 예전에 제가 아이에게 해주었던 “건강하게만 자라다오!”라든지 “거짓말은 절대 안돼!”란 말을 거짓말로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거짓말들이야 다 잘 살아보자고 하는, 또는 어떻게든 살아남아야만 한다고 하는 서민들의 절박한 심정을 대변하는 것들이기도 하니 너무 탓할 것만도 아니겠습니다. 그러나 오늘 제가 이렇게 별스럽게 거짓말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 대통령 때문입니다.
어제는 어린이날이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생각이 납니다. 요즘도 부르는지 모르겠는데 “오월은 어린이날 우리들 세상…” 노래도 생각납니다. 매년 어린이날이 되면 청와대는 어린이들을 청와대로 초청하는 행사를 합니다. 어제도 소년소녀 가장, 다문화가정 자녀 등 260여명을 초청했다고 합니다. 한 어린이가 대통령에게 질문을 했습니다.
“화가 날 때는 어떻게 삭이세요?” 그러자 대통령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어릴 때는 나도 동생을 때리기도 하고 형에게 맞기도 하며 컸지만, 요즘에는 화가 나도 참는다.”
그러면서 화가 날 때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속을 삭이고 나온다고 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시답지 않은 기사는 조선일보에 난 기사입니다. 조선일보도 이명박 대통령이 요즘 화가 나는 일이 많은데 매우 잘 참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어불성설도 이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용산철거민들에게 경찰특공대를 투입해 여러 사람이 억울한 죽음을 당한지가 바로 엊그제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에 공권력을 투입하고 어린 여대생의 머리를 군화발로 짓밟던 게 아직 1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과 경제장관보다 더 똑똑한 것이 미웠던지 애꿎은 네티즌을 구속했다가 창피를 당한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화가 나면 화장실에 가서 삭이고 참는다니…, 일국의 대통령이란 사람이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거짓말을 한대서야 나라의 장래가 심각하게 걱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질문에 답변이 더 가관입니다. 또 어떤 어린이가 대통령에게 어릴 적 꿈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교장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지금은 대통령을 그만두면 환경운동, 특히 녹색운동가가 되고 싶다.”
이명박 대통령이 환경운동, 특히 녹색운동가가 되고 싶답니다. 그것도 절대 거짓말을 가르쳐서는 안될 어린이들 앞에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한번 두고 볼 일입니다. 그러나 이 말을 믿을 사람은 대한민국에 한 명도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 그의 부인도 이 말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은 이명박 대통령 본인도 이 말을 사실이라고 생각하면서 말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어 어린이들에게 “요즘 학교를 다녀오고 다시 학원에 가고 그러는데 친구들과 잘 놀고 사랑하는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면서 “우리 정부는 어린이 여러분이 공부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합니다. 병 주고 약주는 것도 아니고 일개 대통령이란 사람이 어린이들 앞에서 꺼내놓는 말마다 거짓말입니다. 일제고사에 사교육 장려하는 정책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을 괴롭히는 당사자가 이 무슨 황당한 말씀입니까. 이런 것도 상대를 위한 선의의 거짓말에 해당하는 것인지는 저도 잘 알지를 못하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야기를 보면서 십수 년 전
“대통령 할아버지는 어릴 때 공부 잘하셨어요?”
그러자
“그럼요. 나는 어릴 때 공부를 아주 잘했어요. 반에서는 늘 1등이었고요. 전교에서도 5등 안에 항상 들었지요.”
저는 당시 대통령이었던
그나저나 이명박 대통령의 퇴임 이후가 기다려집니다. 그가 환경운동가가 되고 싶다고 했으니 그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래봅니다. 예? 바랄 걸 바래라고요? 파비
국민보건을 위해 대통령의 자료사진은 싣지 않음. 사진이 없어 밋밋하더라도 이해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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