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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연쇄살인범의 자식사랑에 MB가 생각나는 연유

연쇄살인범 강모 씨가 자식의 장래를 걱정해 책을 내겠다고 했다한다. 자식들이 인세를 받아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것이다. 참으로 끔찍한 부정(父情)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을 가한 연쇄살인을 자식들의 생활비의 수단으로 쓰겠다는 발상 아닌가?

사이코패스는 대체로 타인의 슬픔을 이해 못하는 지독한 이기심의 소유자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강씨가 자신이 저지른 만행에 대해 전혀 반성하는 기색이 없고 심지어 “내가 슬퍼할 이유가 있나”라고 했다지만, 자식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고 그 집착의 도가 평범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책이 출간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교도소 내에서 집필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나 살인수의 경우는 거의 불가능하다. 우선 집필도구를 주지 아니할 것이다. 집필도구가 때로는 흉기나 자해의 수단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인수는 늘 수갑을 차고 있다. 밥을 먹을 때도….

물론 이것은 오래 전의 감옥 풍경으로서 지금을 다를 수 있겠지만, 그리 크게 변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검열을 피해 사회로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반사회적 사이코패스의 연쇄살인 경험담이 담긴 원고의 반출이 허용된다는 건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어찌되었든, 그가 연쇄살인범이든 뭐든, 그가 사이코패스든 정신질환자든, 그의 자식사랑만큼은 실로 눈물겹다. 아, 그런데 오래 전에, 아마 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되기 전 서울시장 시절이었던가? 그때도 역시 눈물겨운 자식사랑을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때도 지금처럼 눈물겹다고도 생각했지만, 또한 그 삐뚤어진 자식사랑에 분노의 화살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히딩크를 초청해 기념사진을 찍는 자리에 마침 서울시청을 방문한 이명박 시장의 아들도 끼이게 되었다. 그것도 맨 앞줄에. 반바지 비슷한 추리닝에 슬리퍼를 신고 히등크 옆에 선 아들과 이에 흐뭇해하는 아비의 모습이 온 세상에 널리 알려졌음은 물론이다.

 
 
             이미지=칼라TV 동영상 캡쳐사진. 출처=레디앙.
             맨 위 좌측. 경찰특공대를 실은 컨테이너가 망루를 때리고 있다. 그리고 뒤이어 불이 났으며, 경
             찰은 시너에 불이 붙은 이곳에 계속 물대포를 쏘고 있다. 그리고 어제 오전 11시, 검찰은 전격적
             으로 칼라TV를 압수수색했다. 달라고 하면 그냥 줄 것을 쳐들어가서 강제로 빼앗았다. 
             그러고 싶은 모양이다. 이게 이명박 정권의 실체다.  


이런 사람이 용산참사로 목숨을 잃은 철거민들에 대해선 한 방울의 눈물도 아까워한다. 국민이 여섯 명이나 몰살한 사건에 대해 애도의 표시를 하기보다 불법시위에 대한 단죄를 전제로 한 진상규명부터 지시한다. 참으로 비정한 일이다. 그러나 자기 가족에 대해 보이는 사랑은 너무나 극진하지 않았던가.

반바지 비슷한 추리닝에 슬리퍼를 끌고 히딩크 옆에 서서 기자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아도 너무나 흐뭇해서 함박만한 웃음을 짓는 이명박의 모습이 연쇄살인범의 지극한 자식사랑을 보며 다시금 생각나는 연유는 무엇인가. 그러나 보아하니 이는 필자만의 생각은 아닌 듯하다. 기사(인터넷 한국일보) 하단에 실린 아래의 댓글은 기사제목을 보는 순간 필자가 느낀 바로 그것이었다. 내가 보는 것이 남들 눈에도 그대로 보이는 모양이다.

사이코패스의 전형인 쥐마왕의 자식사랑도 만만치 않지
겨울비님 |06:36 | 그 유명한 쓰레빠사건..... 츄리닝입고 쓰레빠신고 질질끌고 나왔으면 .... 진정 제대로된 아버지라면 이 무슨 무례냐? 라고 혼내서 제대로 입고나오게 하련만 그모습그대로 사진찍게하면서 히히덕거리며 찍힌걸보니.... 자식사랑은 대단한듯....

자식사랑에 왕후장상이 따로 있기야 하겠나. 그러나, 그러나, 2009년 새해는 벽두부터 너무 슬픈 일만 생기는 것 같다. 이명박은 자기 자식에게만 흐뭇한 눈길을 줄 게 아니라,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에게도 관심을 보여줄 수는 없겠는가. 삼성 같은 개발업자들에게만 정을 줄 게 아니라, 개발주의에 떠밀려 터전을 잃고 쫓기는 철거민들에게도 연민의 눈길을 보낼 수는 없겠는가. 그래야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역시, 부질없는 짓이다. 이명박은 부자들의 대통령일 뿐이고, 그 스스로 그렇게 되길 원하고 있을 뿐이고, 원래 그런 사람일 뿐이니까….

2009. 2. 3.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