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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단병호의 딸이 개집에 들어가겠다니

검찰이 용산철거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이충연 씨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보도에 의하면 적용 죄목은 “건물을 무단점거하고 화염병을 던져 경찰관을 죽거나 다치게 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상및화염병사용처벌법위반등)”라고 한다.

검찰이 권력의 개라는 걸 여실히 입증하는 대목이다.

단병호의 딸이 개집에 들어가겠다니…

어제 술자리에서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단병호의 딸이 창원지검에 검사로 발령받아 왔다는 것이다. 울산과 더불어 노동운동의 메카로 통하는 창원에 말이다. 그런데 단병호가 누군가. 이 나라 노동운동의 상징적 인물 아닌가.

민노당 국회의원시절 단병호/ 좌로부터, 노회찬, 권영길, 단병호, 문성현, 심상정


‘단병호 하면 곧 민주노조운동’이라는 등식이 통했다. 그는 젊은 시절 노상장사꾼으로, 현장노동자로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노동자 출신이다. 그의 연설은 매우 역동적이었다. 그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없도록 하는 힘이 있었다.

권영길조차도 단병호 앞에서는 노동운동의 대부란 칭호를 양보해야 한다. 그런 단병호의 딸이 검사가 되었다. 우리의 결론은 단병호가 잘못했다는 거였다. 물론 자기 딸이라고 해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단병호는 딸을 말렸어야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결론이었다.

왜? 단병호의 딸이 권력의 개들 틈에 끼는 걸 본다는 게 그리 유쾌한 일도 아닐뿐더러 옳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금 전 <다음>에 뜬 기사를 보니 역시 검찰은 권력의 개다. 스스로 그렇게 짖고 있는 듯이 보인다.

용산참사의 주범은 경찰이다. 구체적으로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가 주범이다. 그는 아무런 대비도 없이 강제진압을 명령했다. 정신이 바로 박힌 검찰이라면 김석기에게 과실치사죄를 물어 즉각 구속시켰어야 한다. 그런데 검찰은 거꾸로 가고 있다.

서당개보다도 못한 검찰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경찰업무에 밝은 사람이다. 또 그는 수많은 진압작전을 진두지휘하거나 명령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는 용산참사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던 인물이다.

그렇다면 그에게 적용될 죄목은 과실치사죄 정도가 아니다.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있었다는 점을 제대로 공부를 한 검사라면 얼마든지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사는 공부를 잘 못하는 검사였을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아무리 검찰이 권력의 개라지만, 그런 것 정도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권력의 개는 서당개보다도 못하다는 결론인가.

날씨도 흐린 것이 기분이 매우 꿀꿀한 하루다.

2009. 1. 30.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