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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언론노조는 민주주의 십자군

국회에 전기톱이 등장했다. 해머도 등장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라며 난리법석이다. 정말 나도 처음에 뉴스를 보고 놀라자빠질 뻔했다. 세상에 저게 대한민국 국회가 맞나?

나는 기본적으로 폭력을 반대한다. 나는 자본주의의 폭력성을 잘 알지만, 그렇다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자본주의를 해체하자는 어떤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고 동조하지도 않는다. 뿐만 아니라 그러한 주장에 적극적으로 반대한다.

나는 일전에 민노당 강기갑 대표가 “깡패가 되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 심정은 이해하지만 별로 찬성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국회에서 벌어진 깡패행각을 수없이 보아왔다. 대한민국 헌정사는 실로 깡패의 역사였던 것이다.

세상은 많이 변했다. 민주주의도 많이 성장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대한민국 국회도 ‘건전한 대화를 통해 생산적 타협’을 이끌어내는 의회정치의 장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더 이상 국회에서 깡패는 불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런데 더 이상 발붙일 곳 없다고 생각했던 깡패들이 대한민국 정치판에 다시 등장했다. 그들은 전기톱도 들고 있었고 해머도 들고 있었다. 보통 깡패들이 아니었다. 일본 야쿠자도 이들에겐 형님이라고 불러야할 것 같다.

민주공화국을 강탈하려는 강도의 무리, 한나라당

이들은 다름 아닌 야당 국회의원들이었다. 왜? 국회의원들이 깡패가 되었을까? 그러나 그들이 깡패가 된 이유를 듣고 더욱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회 문을 걸어 잠그고 국민들만이 가질 수 있는 기본권들을 강탈하려는 무리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국민의 기본권을 강탈하려는 강도들! 그들은 한나라당 ‘국괴의원들’이었다. 물론 이들의 뒤에는 청와대에 앉아 신판 박정희를 꿈꾸는 이명박이 있다. 이들은 국회 문을 걸어 잠그고 바리케이드까지 쳤다. 야당의원들이 들어오면 강도질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이들이 국민들로부터 강탈하려했던 것은 무엇인가? 기본권들, 바로 알 권리와 말할 권리, 그리고 일할 권리다. 이들은 앞으로 국민들에게 알지 말 것을, 말하지 말 것을, 해고에 순응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아~ 그렇다면 이들 강도들에 맞선 깡패들이야말로 의적이라고해야 마땅하지 않은가.

이들 의적에게 돌을 던지는 자들이 있다. “폭력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깽판 그만치라고 윽박지른다. 맞는 말이다. 깽판 치는 건 나도 반대다. 신성한 국회의사당에 전기톱이 등장하고 해머가 날아다녀서는 절대 안 된다.

언론 총파업? 국민주권 지키려는 의로운 행동 

그럼 반대로 물어보자. “먼저 국회 문 걸어 잠그고 바리케이드 친 건 깽판 아닌가? 또, 아고라의 어느 분 말처럼, ‘만약 북한공산군이 당장 탱크를 앞세우고 쳐내려온다고 해도 비폭력을 외치며 민주주의대로 하자고 외칠 건가?’ 강도들이 국회 문을 걸어 잠그고 국민의 서랍을 뒤지고 있는데 전기톱이 대수며 해머가 대수인가? 미사일이라도 들고 가야하는 거 아닌가 말이다.”

언론이 총파업에 들어갔다. MBC가 그 선두에 섰다. 역시 MBC는 공영방송이다. 국민의 방송을 1%도 안 되는 한갓 정권과 재벌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해 직접 나섰다. 방송악법이 통과되고 나면 의료, 노동, 교육 등 전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자행될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어떤 대화나 타협도 거부했다. 아무런 논의나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않은 채 국민의 기본권을 말살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했던 정권이다. 국회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야당 국회의원과 국민의 눈과 귀를 원천적으로 막았던 정권이다. 그런 자들이 이제 거꾸로 대화와 타협을 말한다. 민주주의를 말한다.

언론노조는 '민주주의 십자군'

이 정권은 말로는 안 되는 정권이다. 물리력 밖에 모르는 정권엔 물리력만이 유일한 대화법이다. 100만 촛불에도 끄떡 않던 벽창호 같은 mb정권에 언론노조가 도전장을 던졌다. 언론노조 총파업에 공영방송 MBC가 앞장섰다. 그렇다. 언론총파업이야말로 강도들로부터 국민주권을 지키고자하는 의로운 투쟁이다.

만약 오늘날 민주주의를 수호할 십자군이 필요하다면, 언론노조야말로 십자군이다.

2008. 12. 28.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