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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박종훈교육감 신년사, "무상급식은 밥 한끼만의 문제 아냐"

박종훈 경남교육감이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세월호, 십상시, 땅콩회항, 듣기만 해도 머리가 지끈지끈한 사건들로 황칠된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한해였는데요, 안타깝게도 우리 경남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무상급식 지원금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무상급식을 최초로 실시한 지역이라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졌음에도 이런 불미스런 사태를 만들어 도민께 걱정을 끼치게 된 점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 그는 도대체 무슨 마음으로 매년 한 건씩 사건을 치는 것일까요? 혹시 경남을 복지사각지대로 만드는 게 그의 포부는 아닌지 의심마저 듭니다. 우리 지역의 팟캐스트 <우리가 남이가>에서 홍준표를 일러 제왕이 된 홍준표라고 했던가요? 그러나 저는 홍준표가 마왕처럼 보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그것도 적절한 이름이 아니네요. 마왕 신해철에 대한 모독이죠. 그럼 뭐라 불러야 되나? ㅠㅠ  


아무튼 박 교육감의 신년사 꼼꼼이 읽어보며 생각 좀 해봐야겠습니다. <파비>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 그리고 교육가족 여러분!

 

을미년 새해에는 여러분의 간절한 소망이 모두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다사다난했던 지난해의 많은 일들은 우리에게 무거운 교훈과 과제를 남겼습니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우리 사회가 낳은 세월호의 비극은 온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했으며, 우리 지역에서 발생한 학교 폭력은 병들고 지쳐가는 우리 학교의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 보였습니다. 성실하게 살아도 갈수록 고단해지기만 하는 서민의 삶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안전장치가 절실히 요구된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듯이, 지난 일에 대한 뼈아픈 성찰이 없고서는 새로운 미래는 우리의 몫이 아닐 것입니다. 존중과 배려가 넘치고 기본에 충실한 사회를 회복하기 위한 우리 모두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이 꽃피듯, 새로운 사회, 새로운 교육에 대한 높은 기대와 간절한 염원은 경남에도 새로운 교육이 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경쟁보다 협력을 앞세워 배움이 즐거운 교육, 인권과 교권이 존중되는 민주적인 학교 문화, 비리 없고 신뢰 받는 교육행정의 혁신을 바라는 도민들의 뜻이 모여 이루어낸 소중한 결실입니다.

 

그동안 저는 교육에 대해 다양한 입장과 철학을 가진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우리 지역에 산적한 교육 현안을 파악하며 교육이 무엇을 위해 기여해야 할 것인지, 가장 교육적인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하였습니다.

 

지난 10,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끈 ‘500인 원탁토론은 소통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이며 주인된 마음이 얼마나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지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원칙과 기본에 충실한 교육정책이 주체들의 소통을 통해 추진될 수 있도록 철학과 방향이 분명한 교육감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존경하는 경남도민과 교육가족 여러분!

저는 새로운 경남 교육을 만들기 위하여 2015년을 교육 본질 회복의 원년으로 삼으려 합니다. 수많은 과제들이 존재하지만, 올해에는 다음 세 가지 핵심 과제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반드시 실천하겠습니다.

 

첫째, 과감한 구조 개혁을 통해 일하는 교육청, 지원하는 교육청으로 전환하겠습니다.

 

인력의 효율적 배치로 학교 업무 지원을 강화하여 교사가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겠습니다. 도교육청의 업무와 인력 배치를 분석하여 70여 명의 인원을 감축하는 쉽지 않은 결단을 하였습니다. 감축되는 인력은 교육지원청과 교육연구정보원으로 배치하여 학교업무를 줄이고 교사의 연구 활동을 지원하게 될 것입니다.

 

지금 우리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본연의 업무보다는 행정업무에 더 시달리고 있는 형편입니다. 학생들에게 눈을 돌릴 겨를이 없습니다. 교사의 잡무경감은 수업 연구와 생활지도 강화로 이어져 우리 학생들의 교육력 향상에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학교가 교육이 가능한 곳이 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잡무경감과 행정업무의 효율적 간소화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업무의 효율성 확보, 교육이 되살아나는 학교를 위해 그 기반을 튼튼히 쌓겠습니다.

 

둘째, 강제 야간자율학습 폐지, 인성교육 강화, 가족과 함께 하는 생활 문화 만들기를 통해 안전한 학교, 건강한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모든 폭력은 불평등한 관계 속에서 질서를 정립하는 수단으로 작동합니다. 우리 사회의 위기를 조성한 학교 폭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폭력은 단순한 훈계나 처벌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폭력을 줄일 수 있는 환경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획일적인 통제로 학습의 자발성을 해치고 있는 강제 야간자율학습을 폐지하고 학원 교습시간을 10시로 제한하여 가족 친화적인 문화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야간자율학습에 대한 찬반 여론이 엇갈리는 것이 현실이지만, 교육은 현실의 안착을 뛰어넘어 새로운 모형을 창출하고 이로써 미래사회를 이끌어야 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학생의 자발성을 키우고 다양한 활동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교육 철학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것은 궁극적으로 가족관계를 회복하고 상호 존중과 배려가 기본이 되는 문화를 만듦으로써 우리 사회의 폭력을 줄이고 안전한 학교, 건강한 사회 발전에 기여하게 되는 길임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안전한 학교 문화 만들기에 학교와 사회가 앞장설 수 있는 틀을 마련하겠습니다.

 

셋째, 비리를 엄단하여 신뢰받는 교육청, 깨끗한 경남교육을 실현하겠습니다.

 

교육은 신뢰에서 출발합니다. 신뢰받는 교육, 깨끗한 경남 교육을 위해서 인사 비리, 공사 비리 등 각종 교육 관련 비리를 엄단하겠습니다. 교육감 직속으로 교육비리 척결을 위한 TF팀을 꾸려, 부당한 방법으로 원칙을 훼손하는 교육계의 비리에는 어떤 관용도 베풀지 않겠습니다. 깨끗한 경남교육을 만드는 일에 도민 여러분께서도 함께 해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존경하는 340만 도민 여러분, 사랑하는 교육가족 여러분!

 

지금 우리는 무상급식 지원금이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무상급식을 최초로 실시한 지역이라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졌음에도 이런 불미스런 사태를 만들어 도민께 걱정을 끼치게 된 점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무상급식은 단순한 밥 한 끼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기반이며, 복지 사회의 근간이 될 가장 중요한 정책입니다. 국민의 합의에 의해 시행되어온 이 소중한 정책을 정치적 판단에 의해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저는 도민과 함께 무상급식이 더욱 확대될 수 있는 길이 열리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습니다.

 

새로운 교육을 바라는 간절한 심정으로 저를 뽑아주신 그 뜻을 깊이 새기며, 경남 교육의 혁신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녹록하지 않은 현실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민과 함께 새로운 경남 교육 100년을 위한 주춧돌을 놓는다는 심정으로 꿋꿋하게 전진하겠습니다.

 

특히, 학교안전에 관한 문제는 절대로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챙겨 나가겠습니다. 도민의 교육에 대한 애정을 믿으며, 새로운 경남 교육 원년의 문을 활짝 열겠습니다. 도민 여러분의 많은 격려와 관심을 당부 드립니다.

 

다시 한 번 을미년 새해를 맞아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새해 인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경상남도교육감 박종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