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처럼 싸우는 방식은 마뜩찮다. 교육운동가로서 정치인처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도민들도 교육감에 대한 기대가 정치인처럼 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홍준표 지사처럼 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왜 거리에 나가서 대중들과 소통하면서 함께 연대해 싸울 생각을 하지 않고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같은 것을 청구했느냐는 다소 날선 물음에 박종훈 교육감은 이렇게 말했다. 실제 인상이 보여주는 것처럼 그는 홍준표 경남도지사와는 달라도 많이 다른 사람이었다. 홍준표가 불도저에 늑대 같은 야성을 가졌다면 그는 초원에서 풀을 뜯는 양이며 이를 그리는 화가의 마음을 가졌으리라 생각했다.
“홍준표 지사와 싸우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당선자 시절에도 그런 생각 못했고…… …취임 후에 바로 도지사 예방하러 갔다. 사적인 면담하면서 자신이 진보적인 입법 활동 하였던 (지난) 이야기를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 당시에도 급식비 지원에 대해서는 이견이 좀 있었다. 오늘은 급식비 이야기는 하지 맙시다, 하고 덕담을 나누며 환담하고 왔다. 행정가로서 지사로서의 역할과 교육감의 역할이 부딪히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은 못했다.”
교육감에 당선되고 인수위를 구성할 때 이미 홍준표의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사람들이 많이 했는데 이에 대한 대비에 소홀했던 거 아니냐는 물음에도 그는 이렇게 답변했다. 싸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다니, 지사와 교육감의 역할이 부딪히는 경우가 있을 거라는 예측 자체가 아예 없었다니, 얼마나 순진한가!
그럼에도 그것은 그의 철학이었으며 확고한 신념으로 그를 지배하고 있는 듯했다. 교육감은 행정가이며 정치가인 지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여전히 믿고 있었다. 교육감 역시 행정가이며 정치가로서의 역할과 임무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본성은 교육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의 그는 이미 무상급식 문제에서 보듯이 고고한 교육자의 자질만 내세워서는 결코 아무것도 해낼 수 없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실 이런 자리, 블로거와 교육감의 대화 같은 자리도 만들어진 것이 아니겠는가.
“도의회에서, 의회에서 사실 관계를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봉쇄되는 경험…… 힘으로 엎어버리는 경험을 당하면서, 소시민들은 어디에서 하소연 할 것인가? 의회는 민원 창구, 판관 포청천의 역할도 해야 하는데……의회가 (이다지도) 파쇼적일 수 있는가 하는 생각, (그래서) 거칠게 항의한 적도 있다. 급식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교육감이 가지고 있는 진정성을 알리고 싶은 생각에서 블로거들과 만나게 되었다.”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사실관계보다는 누구 스피커가 더 큰가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을 보면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다. 스피커의 크기로 골목골목 찾아다니다 지쳐서 자빠졌다.”
그렇다. 문제는 스피커이며 이 스피커의 크기가 대세를 결정한다는 것을 그는 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좀 늦은 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진한 교육감, 천생 교육자에서 그는 현실감각을 갖춘 교육행정가로 변모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거대한 홍준표의 스피커에 비해 그의 스피커는 너무 작고 보잘 것 없었다. 그래서 평범한 도민들의 귀에 “급식은 교육”이라는 그의 소신은 들리지 않고 “예산 받았으면 감사 받아야지”라든가 “무상급식은 후세대들에게 빚을 안겨주는 것”이라는 따위의 말만 들리는 것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아버지가 입원해 계신 의료원에도 홍준표 지사의 주장을 담은 경남도청 홍보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오호, 통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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