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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어청수, 돈 안내고 상 받으면 뇌물수수 아니유?

어제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기자를 만났다. 그는 어청수 경찰청장을 비롯한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돈을 주고 CEO 대상을 받았다는 의혹을 파헤쳐 특종을 한 인물이다. 궁금했다. 어떻게 알았을까? 그의 집 앞 한 횟집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매우 피곤한 듯 보였다.

하루 종일 전화에 시달렸다고 했다. 경찰청 홍보과장은 물론이고, 경남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도 전화가 걸려왔다고 했다. 한국일보에서도 전화가 걸려왔다. 계속 걸려오는 전화로 업무를 못 볼 지경이라고 했다. 틀림없이 곱게 걸려온 전화는 아니었을 것이다.

역시 전화선을 타고 넘어오는 목소리에는 어깨부터 목까지 솟아있는 힘줄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 틀림없다. 하긴 높으신 분들이 일개 시골 신문사의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말해야 하는 처지가 탐탁지는 않았을 터이다. 이처럼 불편한 처지를 만든 기자와 신문사가 매우 미웠을 것이다.

한국일보 11월 27일자 20면, 21면에 전면으로 실린 광고. -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물론 전화를 걸어온 목적은 “어청수 청장님은 절대 돈을 주지 않았다”는 변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돈도 주지 않았는데 왜 그런 기사를 쓰느냐며 빨리 기사를 고치라는 압력이 들어왔다고 했다. 김주완 기자도 술잔을 기울이며 그 점에 대해선 인정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어청수 경찰청장은 돈을 안 냈을 수도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돈을 냈다는 게 확인이 됐고 시인도 했지만, 어 청장은 돈을 냈다는 걸 계속 부인하고 있고 확인할 수도 없거든요. 아마 한국일보와 한국전문기자클럽에서 어청수 이름을 써먹으려고 그랬을 수도 있지요.”

그러면서 그는 한국전문기자클럽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 단체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는 거였다. 여기저기 알아보는데 마치 유령을 찾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래서 특히 어청수 이름이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국전문기자클럽이란 유령단체는 그렇다 하더라도 도대체 한국일보는 왜 그랬을까?

“어청수가 돈을 안 내고 상만 받았다고 합시다. 그럼 어청수는 다른 사람들은 모두 돈 주고 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몰랐을까요? 절대 그럴 리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될 텐데요. 만약 몰랐다면 이명박에게 바로 모가지 될 일이죠. 업무태만으로요. 자기가 하는 일이 뭡니까? 정보 수집하는 거죠. 특히 언론의 동향이 제일 중요한 건데…. ”

“그리고 알면서도 상을 받았다면 이거 뇌물수수죄에 해당되는 거 아닌가요? 제가 법리는 잘 몰라서 확신할 순 없지만, 이건 영락없이 뇌물이죠. 한국일보나 한국전문기자클럽은 뇌물공여죄가 되는 거고요.”

내가 의문을 제기하자 김주완 기자도 수긍했다.

“아마 충분히 가능성 있을 겁니다. 파고들면 뇌물이 될 수 있지요. 아니 뇌물 맞지요.”

오늘 신문에 보니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이 구속됐다고 한다. 뇌물을 수수했다는 것이다. 노무현이 현직에 있을 때 “많이 배우신 분들이 시골의 별 볼일 없는 노인에게 찾아가 머리 조아리고 뇌물 주고 하지 마라”고 누누이 타일렀건만, 대통령도 말발이 안 섰던 모양이다. 사건의 결과는 알 수 없지만, 노건평 씨에게 계속 머리 조아리며 찾아오는 많이 배우신 분들이 여전했다는 건 이미 드러난 것 같다.

하물며 시골의 일개 별 볼일 없는 노인도 그렇건만, 서울에서, 그것도 공권력의 최고 실세인 경찰청장에게 머리 조아리고 뇌물 갖다 바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므로 우리는 경찰청장이 돈을 안 주고 상을 받았다면 이는 틀림없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만약 뇌물인 줄 절대 몰랐다고 주장할 테지만, -자기는 돈을 주고 상을 받는 실태를 몰랐으므로- 그러면 다음엔 직무유기라는 그물이 기다리고 있다. 이는 이명박 대통령이 용납 못하는 일이다.

이래저래 어청수 경찰청장은 욕보게 생겼다. 그러나 결국 욕만 조금 보고 말 것이다. 문제는 언론사들이다. 조중동을 비롯한 여타의 신문사들이 대부분 공범구조에 갇혀있는 상태에서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남도민일보도 메아리 없는 고함만 질러대는 꼴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전화통에 시달린 김주완 기자는 일찍 들어가서 자야 되겠다고 했다. ‘한 병 더’가 주특기인 나도 더는 ‘더’를 주장할 수 없었다. 아쉽지만 할 수 없었다. 실제로 그의 얼굴이 많이 피곤해 보였다.

‘에휴~, 그러니까 별 볼일 없는 시골 신문사 기자가 왜 서울에 높으신 경찰청장님을 건드려 갖고서는….’

그래도 그의 당당한 모습이 너무 장하다.

2008. 12. 5.  파비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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