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슬픈 날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 아들은 올해 초등학교 5학년입니다. “아빠! 아빠! 빨리 밖에 나와 봐라. 눈 온다. 엄청 많이 온다. 쌓이겠다.” 마지막에 ‘쌓이겠다!’고 말한 것은 아마도 아직 마산에서는 쌓일 정도로 눈이 오는 것을 본적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아니 이렇게 눈발이 날리는 것도 본적이 거의 없다고 해야 맞는 말입니다. 여기는 겨울에도 눈이 안 오는 동네입니다. 거기다 지구 온난화로 눈 구경은 더욱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저는 눈이 아주 많이 오는 산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밤새 아무도 모르게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한 날 아침이면 으레 누구보다 일찍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아무도 걷지 않은 순백의 영토에 발자국으로 표식을 남기는 것입니다. ‘뽀드득~ 뽀드득’ 소리는 이.. 더보기 이전 1 ··· 936 937 938 939 940 941 942 ··· 10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