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사지에 사자가 엉덩이를 까고 선 까닭 합천 하면 떠오르는 것은 해인사입니다. 둘을 붙여서 흔히 합천해인사라고도 부릅니다. 뭘 모르는, 그러나 이제 막 무언가를 알기 시작한 아이들은 해인사 일주문 앞에 서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렇게 묻기도 합니다. “왜 ‘합천해인사’가 아니고 ‘가야산해인사’라고 적혀 있지요?” 하지만 영암사지를 둘러본 이들이라면 아마도 합천을 말할 땐 오래된 절터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될 겁니다. 저 또한 절터가 그토록 아름답다는 사실을 영암사지를 보기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습니다. 영암사지를 병풍처럼 받치고 있는 모산재 때문일까요? 영암사지와 모산재의 절묘한 어우러짐은 한 폭의 그림처럼 포근하고 아늑한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천생연분이 따로 없다싶습니다. 폐사지, 절은 망하고 터만 남은 곳이 이렇듯 평온과 위안을 줄 수 있.. 더보기 이전 1 ··· 166 167 168 169 170 171 172 ··· 10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