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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가스 공포에 시위대가 된 주민들

10월 12일 아침부터 마삽합포구청 앞에는 일단의 노인들이 붉은 띠를 두르고,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투쟁 따위의 구호를 외치고 하면서 데모대를 형성했다. 이들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 예곡리는 조용한 마을의 주민들이었다. 한적한 마을의 주민들이 왜 붉은 띠를 질끈 동여매고 구청사 앞에 나타났을까? 이들 노인들은 왜 데모대가 된 것일까? 

사건은 1년 반쯤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1년 5월경, 마을주민들은 마을 입구에 가스저장공장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이미 그로부터 훨씬 전인 2010년 10월께 허가절차까지 모두 끝났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사정이 이런데도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마을주민들은 매우 불안해하고 있었다.

“아무리 허가절차에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주민들의 안전을 해치는 유해위험시설에 민원이 발생할 것을 뻔히 알면서 주민들과 사전에 대화 한마디 없이 허가를 내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 가스가 새면 다치는 사람이 누구고 터지면 죽는 사람이 누구냐?”

지난 4월 예곡마을을 방문했을 때 한 노인은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우리도 들어서 잘 알고 있다. 그런 사고가 우리 마을에서도 나지 말란 법 있냐. 끝까지 막아낼 거다. 절대 타협이란 없다”고 목청을 높였었는데, 이제 이른바 구미의 불산 가스누출사고까지 봤으니…….

시위대는 우정명씨 등 마을청년회 회원들도 몇 명 보였지만 대부분 노인들이었다. 허리가 꾸부정한 할머니들이 시위대 틈에 앉아 감을 깎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한 할머니가 든 피켓구호에서는 젊은 사람들도 흉내 못 낼 번뜩이는 기지가 느껴졌다. 정말 대단했다.

“임진년 흑용과 함께 죽자 살자 투쟁할 것이다.”

이들은 그냥 싸우는 게 아니라 용과 함께 싸우겠다고 했으니 꼭 이길 거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이들이 든 피켓에 적힌 조직 이름부터가 그런 생각을 들게 했다. 결사반대투쟁위원회. 조직 이름에 다른 무엇이 필요 없었다. 그냥 결사반대와 투쟁위원회, 이 두 가지뿐이었다.

흑용과 함께 이 한적한 마을은 다시 옛날의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ps; 마을주민들이 주장하는 요구사항입니다. 

첫째, 마을입구에 지하1층 지상 2층 규모의 미사일 모양으로 생긴 탱크가 부락민들은 물론이요 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함으로써 마을 전체가 죽은 마을처럼 된다는 것.

둘째는, 위험물질 저장소가 마을과 불과 3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어 늘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되므로 해서 입게 될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는 것.

셋째는, 마을의 자산가치가 크게 떨어질 것이라는 것. 위험물 저장소가 들어오게 되면 논과 밭, 집값의 하락은 불 보듯 빤한데 마을 어른들과 주민들이 피와 땀으로 일구어놓은 이 기름진 땅을 누가 어떻게 보상해줄 것이냐는 것.

넷째는, 금성에너지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안전하다고만 말하지만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 규정에 의한 경고표지에서도 보듯이 동상, 시력장애, 마비, 구토, 천식, 심장질환, 현기증, 경련, 폐출혈, 혈액순환 이상, 흉부질환 등 위험성을 동반한 시설이라는 것.

다섯째, 그러나 무엇보다 금성에너지의 계열사가 통영, 거제 등 지역에서 수십 년간 불법으로 가스판매업을 해오며 물의를 일으킨 전례(한남일보 9월 1일자 기사 참조)를 볼 때 매우 부도덕한 회사로서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자기이익만 챙기는 악덕기업이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