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어릴 때 꿈 중에 몇 안 되는 것 중의 하나가 양갱을 실컷 먹는 것이었습니다. 뭐 이런 걸 다 꿈이라고 그래? 하고 핀잔을 주실 분도 계시겠습니다만, 그래도 제 어릴 적 꿈은 맛있는 걸 마음껏 먹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흔히들 꿈 하면 검판사가 된다거나 박사가 된다거나 의사가 되는 걸 말하겠지요. 훌륭한 버스 기사가 되겠다거나 농부가 되겠다거나 어부가 되는 것은 꿈이 아니지요. 그건 절망이며 인생의 포기에 해당하는 것이니까. 그러나 아무튼 제 꿈은 이도저도 아니고 그저 맛있는 걸 실컷 먹는 것이었습니다.
심지어 어느 정도였느냐 하면, 하루는 꿈을 꾸는데 우리 집이 대궐처럼 변해있는 것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행복한 모습으로 하얀 비치의자에 누워 계시고 형들이 그 옆에서 신나게 웃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마당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풀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풀장의 물 색깔이 무슨 색이었겠습니까? 놀랍게도 오렌지색이었답니다. 풀장에는 물 대신 환타가 가득 차 있었던 것이지요. 당시 저는 환타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혹시 중독된 것이 아닐까 걱정할 정도였죠. 제가 살던 문경은 매우 추운 곳입니다.
△ 문경은 눈도 많이 오고 날씨도 추웠습니다. 모교인 초/중학교 앨범에 거의 단골로 등장하는 사진입니다. 드라마 추노에도 등장했던 곳입니다. 아는 분은 아실 듯.
당시 기록 수은주가 가장 낮다는 봉화-아마도 남북한 합쳐서는 중강진이죠?-에서 가까운 문경도 그에 못지않게 추웠습니다. 바람이 씽씽 부는 추운 겨울의 어느 날 밤, 환타가 먹고 싶어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산골길을 20여 리를 걸어 결국 면소재지 상점에서 환타를 산 다음 다시 집까지 걸어와 따뜻한 제 방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심호흡을 한 다음 병 두껑을 딱~
그만큼 환타를 좋아했으니 꿈에 나타날 만도 하지요. 환타만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실은 촌에서 살았던 저로서는 환타 이외에는 별로 기억나는 게 없습니다. 본 것이 없으니까요. 짜장면도 1년 혹은 2년에 한번 겨우 구경하는데다가 풀빵도 없는 동네에서 살았거든요.
언젠가 제가 블로그에다 ‘오홍꾼 뎅합빵’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기억하시는 분은 하실 겁니다. 그걸 세로 읽기로 읽으면 이렇게 되는 겁니다. ‘오뎅 홉합 꾼빵’. 그러니까 촌에서 살다 도시에 온 제가 어느 낡은 가게에 쓰인 메뉴판을 이렇게 읽은 것입니다. ‘오홍꾼 뎅합빵’. 그게 뭘까?
그런데 제가 살던 산촌에도 환타와 함께 팔던 맛있는 물건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연양갱. 까만 것에서 나오는 그 물컹하면서 달콤한 맛. 씹을 때의 그 연한 감촉. 혓바닥을 간질이는 그 감미로운 향기. 어린 시절 어쩌다 행운으로 물게 되는 그 맛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 예정수 감클러스터사업단 단장(엎드린 사람 좌)과 서영윤 팀장(우)이 감으로 만든 상품들을 블로거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도 가끔 연양갱을 사서 먹어보곤 합니다만, 이번에 청도반시 팸투어에 다녀온 이후로 양갱을 실컷 먹게 되었습니다. 블로거들을 초청한 감 고부가가치화 클러스터사업단(감클러스터사업단)이 따로 만든 회사인 (주)네이처 팜이 청도반시로 만든 양갱을 한 봉지씩 선물했기 때문입니다.
오, 정말 반갑더군요. 환타도 함께 주셨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하, 농담입니다. 아무튼 감으로 양갱을 만들 생각을 했다는 건 획기적인 아이디어였습니다. 쫄깃하면서도 감칠맛이 나는 게 아주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일반 양갱과는 느낌이 조금 달랐습니다.
△ 감양갱 @사진. 커피믹스/달짝지근
일단 단맛이 너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부분은 조금 조절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원래 감이 당도가 높은 과일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너무 단 음식은 장기 레이스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나 아이들보다도 어른들이 감양갱을 좋아한다면 더 그렇습니다.
사실 어른들로서는 특별히 군것질할만한 과자류가 없는 상태에서 감양갱은 매우 반가운 손님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군것질 아닌 군것질거리로 매우 적절한 상품이 아닌가싶습니다. 특히 사무실 같은 곳에서는 감양갱을 하나씩 내놓는다면 고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겠죠.
산수 좋은 청도 반시로 만든 감양갱이라 하면 얻어먹는 입장에서도 뭔가 대접받고 있다는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거기다 몸에 좋다는 성분들이 풍부한 감으로 만든 제품이니 건강에도 좋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그 효과는 이루 말할 수가 없겠죠.
감으로 만든 제품은 이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감클러스터사업단이 내놓은 제품들은 실로 그 종류가 다양했습니다. 미니곶감부터 시작해서 홍시로 만든 음료수, 감식초, 감식초 화이바, 감추출 농축액, 홍시퓨레, 냉동 반건시, 감시럽 그리고 커피믹스님이 획기적이라고 칭찬하는 감칩.
그렇습니다. 커피믹스님의 생각처럼 감칩은 정말 획기적인 상품입니다. 역시 어린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의 생각은 확실히 남다른 데가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믿을 수 있으면서도 건강에 이로운 과자를 줄 수 있다는 것은 엄마의 큰 기쁨이겠지요.
하지만 역시 저는 감으로 만든 양갱이 탑건. 뭐 이렇게 말해두기로 하죠. “드디어 어릴 적 꿈이 실현되었어. 양갱을 원도 없이 실컷 먹었으니까.”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제품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을 예정수 감클러스터사업단 단장님과 서영윤 팀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와인터널. 일제시대에는 기차터널이었다. 안에는 상상할 수 없이 휘황한 시설들과 와인까페, 수만병의 감와인이 저장된 창고가 있다.
맛있는 것을 많이 먹는 게 어린 시절 꿈이었던 저로서는 감클러스터사업단과 청도군이 힘을 합쳐서 좋은 제품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시길 진심으로 바라마지않습니다. “바라마지않습니다” 이런 표현은 돌아가신 김대중 대통령이 주로 잘 쓰시던 표현인데, 아무튼, 그 일은 또 다른 의미에서 정말 좋은 일이지요.
감클러스터사업단과 주식회사 네이처 팜의 사업이 번창할수록 청도를 비롯한 상주, 문경지역의 감 농가 수입은 그만큼 더 늘 것이고 또 그것은 반대로 청도의 청정 자연환경이 더욱 잘 보존될 것이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아, 제목에 대한 답을 확실히 하지 않았군요. 감으로 만든 양갱 맛은 어떨까? 답은 ‘매우 좋다’가 되겠습니다. 감칠맛이 나는 단맛, 씹는 질감, 혀끝에 감겨드는 촉감 그리고 적당한 크기 모든 면에서 기존 양갱에 비해 비교 우위가 있었습니다.
거기에다 결정적인 하나. 맑은 산수에서 나는 청정 감으로 만든 양갱이라는 것. 그래서 건강에도 대단히 좋을 것이라는 것. 거기까지 계산한다면 감양갱은 기존 양갱뿐 아니라 다른 어떤 식품에 비해서도 매우 우월한 상품입니다.
어떠세요? 우리 사무실을 방문하는 손님에게 커피만 달랑 주는 것보다는 양갱 하나 얹어서 주면 훨씬 더 좋아하지 않을까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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