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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카다피의 최후와 비교되는 박정희와 박근혜

카다피가 심각한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죽기 전에 “쏘지 마!”라고 외치기도 했다고 외신들이 전하자 이 기사에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단 댓글 중에 하나를 소개한다. 물론 댓글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카다피에 김정일을 빗대기도 하고 일부는 이명박을 빗대기도 한다. 하지만 10.26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서 카다피의 최후는 뭔가 특별한 감회를 우리에게 주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에게도 박정희라는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를 목도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예의 그 댓글을 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에 태어났으면 동상에 기념관 그리고 자식은 대권을 바라보는 정치인으로 거듭났을 것을... 운명은 상대적이야...”

아마도 대한민국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거론되고 있는 박근혜를 빗댄 말로 보인다. 아시다시피 박정희는 3선 개헌에 이어 유신헌법을 제정해서 영구집권을 시도했던 독재자다. 통일주체국민회의라는 초유의 친위기관을 만들어 거기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했으니 스스로 자신을 대통령으로 뽑았다고 비판해도 누가 뭐랄 수 있을까.

심지어 유정회라는 것을 만들어서 국회의원 정수의 1/3을 자기가 뽑았으니(물론 형식적으로는 자기가 지명하고 통일주체국민회의에서 선출했단다. 그러고 보니 통대, 정말 대단한 거였네!) 말 다한 것이다. 박근혜는 바로 그 박정희의 딸이다.

일각에서는 박정희가 잘못한 것을 딸에게 전가하는 것은 가혹한 처사로서 옳지 못하다고 하는 이도 있다. 과연 그런가? 박근혜는 그저 유신잔당일 뿐인가? 그렇지 않다. 박근혜는 박정희의 부인 육영수가 죽자 그를 대신해 영부인 행세를 했다. 그녀는 사실상 유신본당을 자임한 셈이다.

세상에 어떤 민주주의 나라에서 대통령 부인이 죽었다고 그 딸이 대신 영부인 행세를 하게 하는가. 그럴 수 있다고? 대통령 옆에 선 나이 어린 여자 앞에 서서 허연 머리를 조아리며 길게 늘어선 꼴들을 상상해보시라. 오늘 이 순간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며칠 전에 10.18부마민주항쟁 기념식이 있었다.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정말이지 박근혜 같은 사람이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는 게 너무 치욕스러워요. 그럼 우린 뭐죠? 부마항쟁으로 감옥에 들어가서 사선을 넘나들며 고문을 당하고 그랬던 우린 그럼 대한민국에 역적인가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3.15의거도 4.19혁명도 다 역적들이 작당한 폭동이 되는 분위기다. 생각해보자. 4.19혁명으로 쫓겨난 이승만의 동상을 세우고 KBS에서 미화방송을 하는 이런 작태가 내놓고 4.19혁명을 욕보이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앞에 언급한 부마항쟁의 주역이었다는 한 인사는 지금도 고통스럽지만 박근혜가 대통령이라도 잡는 날에는 이민이라도 가야지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살겠냐고 말했다. 그렇게 비교하니 카다피야말로 참으로 불쌍한 인간이다. 우리나라에 태어났으면 동상도 세워주고 기념관에 자식들은 대권도 바라보면서 호의호식하고 살 텐데 말이다.

물론 그저 우스갯소리에 불과할 뿐이지만 댓글을 보는 순간 참으로 슬펐다. 그나저나 카다피의 죽음에 명복을 빌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부마항쟁 때 붙들려 죽도록 고문을 당했다는 어떤 이는 구치소에서 박정희 사망 소식을 듣고 서로 통방을 해서 이렇게 기도했다고 하던데...

“이 불쌍한 영혼을 거두어주시고 어쩌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