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더스. 갈수록 흥미진진합니다. 누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는지는 몰라도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힘이 이 드라마엔 있습니다. 그러니 만약 본방을 놓쳤다면 거금 500원(HD급은 700원)을 아끼지 않고 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오늘은 드라마 줄거리에 대한 평이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합니다. 사실은 지난주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 시작 전에 검은 화면에 하얀 글씨로 자막이 나왔었지요? 금감원이 방송사에 요청(내가 보기엔 압력)을 해서 넣었다는 자막이었습니다.
방금 전, 오늘 저녁에도 또 500원을 주고 마이더스를 보려는데, 예의 이 자막이 먼저 앞을 가리는군요. 그런데 지난주에 봤던 자막에서 문구가 하나 늘었습니다. “본 드라마는 픽션이며 교도소 상황은 현실과 다름을 알려드립니다.” 나머지 문구는 지난 주에 포스팅한 ☞마이더스 경고 “금감원 너나 잘하세요”에서 보여드린 것과 같습니다.
▲ 드라마 마이더스 시작 전 경고자막
참 이런 말씀 드리긴 뭣합니다만, 나도 아주 오래전에 교도소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가끔 틈이 날 때 이 블로그에다 소개해드린 적이 있기 때문에 아시는 분은 아실 겁니다. 물론 도둑질이나 흉악범 뭐 그런 죄목으로 갔다 온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이른바 시국사범으로 안에서는 ‘독립군’ 대접을 받았지요. ㅋ~
오늘 마이더스를 보니 교도소 수감자가 술도 마시고, 고기도 구워먹고, 핸드폰으로 외부와 통화도 하고, 마치 제집처럼 부하들을 불러다 부리고 하는군요. 유인혜의 배신으로 교도소에 간 김도현을 자기들 방에다 불러 의논도 하고 그럽니다. 심지어 아이패드까지 들고 정보를 분석하며 외부에 투자 지침을 내리기도 합니다.
글쎄요. 교도소 안에서 고기 구워먹는 것까지는 보지 못했어도 술 마시고 담배 피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볼 수가 있었습니다. 야쿠르트를 발효시켜서 막걸리 비슷한 거 만들어 먹는 방법은 마이더스의 감옥에서도 나오더군요. 흐흐, 하지만 나는 한 방울도 못 먹어봤답니다. 흠~ 이런 걸 양심수라고 하는 거 맞나? ㅎㅎ
암튼^^ 내가 교도소에서 겪은 이야기 하나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 마이더스의 교도소 안에서 구성철이란 인물이 벌이는 행각이 드라마 시작 전 자막에서 보여준 것처럼 “픽션일 뿐이며 현실과 다르다”는 조언이 사실이 아님을 아시게 될 겁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허구는 있겠죠. 그러나 내가 볼 땐 거의 현실적인 설정입니다.
우선 구성철이 돈이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고, 교도소 안에서 조폭들조차 허리를 굽실거린다는 설정. 이건 뭐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사실입니다. 내가 수감돼 있을 때, 당시 한창 유행하던 나이트클럽 사장들이 대거 교도소에 들어왔습니다. 원래 대통령 선거 전후로 이런 일이 많이 생깁니다. 왜 생기는지는 뭐 굳이 설명 안 해도 잘 아실 테고….
십여 명이 넘는 나이트클럽 사장들이 들어오기 전부터 벌써 교도소 안은 잔치 분위기가 됐습니다. 왜냐고요? 하하, 이른바 범털들이 들어오니까요. 불쌍한 재소자들, 특히 청송으로 가야할 불쌍한 인생들이야 이들이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이들의 여망을 잘 아는 교도소 사동 ○주임, 각 방마다 이들을 한명씩 잘 분배합니다.
우리 방에도 한명 들어왔습니다. 들어오자마자 칙사 대접 받는 나이트 사장. 당연하다는 듯이 봉사원의 옆자리에 앉아서 거드름을 피웁니다. 잠시 후 사동 내 조폭들이 이놈저놈 우리 방 철창 안을 기웃거리며 문안인사를 오기 시작하는군요.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형님, 불편한 점은 없으십니까?” 뭐 대충 이런 식으로.
▲ 교도소 안에서 술도 마시고, 핸드폰까지... ㅎㅎ
나는 도무지 이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아무도 항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사실은 할 생각도 없어보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들은 그래도 방에 들어온 범털에게 메이커 팬티-소내에선 현찰로 통함-라도 한 장씩 받을 생각에 부풀어 있었다) 내가 반발했습니다. “이게 뭔 시추에이션이죠? 당장 저 밑에 가서 뺑끼통 청소부터 하세요.”
그런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던 그 나이트 사장은 내가 이 방에서 나름대로 말발이 서는 인사로 생각했던지 점잔을 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보게, 내가 나이도 있고(당시 나는 20대였고 그는 대충 50이 다 되어 보이긴 했다), 그리고 조폭들이 저러는 건 나도 꽤나 하는 사람이라네. 내가 이래봬도 유도가 몇 단이라고.”
그는 묻지도 않은 싸움의 기술에 대한 자신의 능력까지 곁들이더군요. 내참~ 아무튼 그리 말하니 나로서도 별로 더 할 말은 없었죠. 우리 방의 봉사원도 따로 슬쩍 “한번만 눈 감아 주소. 불쌍한 도둑놈들, 빤스라도 몇 장씩 얻어가야 할 거 아뇨. 청송감호소 가면 여기보다 훨씬 힘들다는 거 들어봤을 텐데….”
요즘도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그때는 동일한 범죄를 세 번 이상 저지르고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실형과 별도로 보호감호처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방에는 도둑질을 세 번 이상 저지른 절도범들이 꽤 됐는데, 청송보호감호소로 갈 그들이 저지른 총 절도금액은 100만원을 넘지 않았습니다. 줄기차게 토큰만 훔치다가 구속된 사람도 있었죠.
토큰. 기억하는 분들은 기억할 겁니다. 버스표. 요즘은 버스카드로 대체됐지만, 그때는 토큰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실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닙니까. 격분한 나는 곧바로 우리 사동 ○주임에게 면담을 신청하고 독방으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우리(시국사범들)와 신사협정 속에 조용한 나날을 보내길 원했던 ○주임은 선뜻 내 부탁을 들어주었습니다.
나를 떠나보내는 방 사람들은 몹시 섭섭해 했습니다. 내가 비록 범털은 아니라도 매일 면회 오는 사람은 나 말고는 없었던 것입니다. 당연히 영치금이 들어올 리 없으니 돈이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던 것이죠. 그러나 아쉽지만 그들은 범털, 나이트 사장을 선택했습니다. 불과 보름 후면 보석으로 풀려날 줄도 모르고 말입니다.
나중에 들으니 그 범털은 한 올의 털도 흘리지 않고 들어왔던 그대로 나갔다고 합니다. 기가 찼을 겁니다. 땅을 치고 후회했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하하~ 범털은 고사하고 그래도 오리털 정도는 되는 나마저도 잃어버렸으니까요. 이야기 하나 더 해드리겠습니다. 이건 진짜 마이더스 감옥의 구성철이 벌이는 행각과 비슷한 이야깁니다. 독방으로 옮긴지 한 달쯤 되었을까요. 옆방에 순경 한명이 들어왔습니다.
▲ 김도현이 수감된 교도소
여러 명이 북적거리던 혼방(혼거방)에 있을 때보다 독방(독거방)에 있는 것이 내 체질에는 맞았습니다. 하루 종일 조용히 앉아 책을 보기엔 딱 안성맞춤이었죠. 교도관들이 생각해준다고 아침이면 방문을 따놓고 하루 내도록 열어두었지만, 밖에 나갈 생각도 나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독방 체질. 아마 지금도 그럴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데 옆방에 새로 들어온 이 순경 출신의 신참은 단 한시도 독방생활을 참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으아악~ 으아악~” 한 달간의 평온이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멈출 생각을 않던 비명소리는 급기야 밤을 새기에 이르렀습니다. 교도관이 달려와 제지하면 그때뿐, 이젠 정말 내가 미칠 지경이 됐습니다.
당시 교도소에는 낮 시간에 한 시간씩 운동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때 예의 순경 출신의 재소자를 따로 불러 조용히 물어봤습니다. “대체 왜 그러는 거요? 사람 좀 삽시다.” “죄송합니다. 그런데 저는 도저히 독방에선 못살겠습니다. 미칠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경찰이 왜 들어온 겁니까?”
그는 정말로 억울하다고 했습니다. 그는 충무경찰서에 근무하던 경찰이었습니다. 충무시(지금의 통영시)에는 법원과 검찰이 있었으므로 여기서 재판받는 구속자를 위해 충무경찰서 안에 교도소 대용 감방을 만들어두었는데, 경찰관들이 돌아가면서 대용감방 번을 섰던 모양입니다. 대용감방에 대용교도관이라고나 할까요.
사고가 나던 날, 그는 원래 번이 아니었는데 동료가 급한 일이 있다고 하여 교대를 했던 모양입니다. 이 대용감방에는 당시 충무의 양대 조폭조직 중 하나의 두목이 수감되어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밤만 되면 이 조폭두목은 대용감방을 벗어나 충무시내로 나간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혼자 보내는 것은 아니고 대용감방 번을 서는 경찰관의 감시(혹은 호위? 경호? 뭐라 해야 할지…)하에 나가는 것이긴 합니다만. 저는 사실 감옥 안에서 듣는 이 기상천외한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그날 너무나 엄청난 사건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살인사건이 터진 것입니다.
이날도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이 순진한 경찰관은 늘 하던 대로 그 조폭두목을 호위해서 밖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이날따라 조폭두목은 가라오케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쓸데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니 보다 그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가라오케란 게 아시다시피 둥그런 원형테이블이 있고 그 가운데 엠씨가 서빙을 하고 있는 모양이죠.
아뿔싸, 하필 반대편 자리에 이 조폭두목과 쌍벽을 이루는 다른 조직의 조폭두목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앙숙이었다고 합니다. 순간 눈이 홱 돌아간 조폭두목, 자신의 처지도 잊고 테이블 위에 있던 과도(혹은 다른 흉기)를 집어들고 달려가 그대로 콱! 다음 그림은 모두들 아시는 대로 얼빠진 이 경찰관 아저씨, 내 옆방으로….
▲ 아이패드까지... 하긴 이제 첨단시대니까...
물론 이 믿거나말거나 같은 이야기는 오로지 그 경찰관 아저씨의 이야기만을 믿고 재구성한 것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사실관계에 대해선 내가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굳이 내게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었지요. 그리고 ○주임도 당시 그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확인해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어찌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 같기도 하고, 영화 친구 같은데서나 볼 법한 이야기인데요. 그거 하나는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경고자막에 나오는 “픽션일 뿐이며 현실과 다릅니다”가 꼭 사실은 아니란 것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그 경찰관은 어떻게 됐냐고요? 글쎄요, ○주임에게 청탁 한번 더했죠, 뭐.
원래 경찰 출신은 절대 혼방에 안 넣는다는 관례를 깨고 혼방으로 보냈습니다. 소위 ‘짜바리’를 혼방에 집어넣으면 맞아죽을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폭력방으로 들어간 이 경찰관 아저씨, 며칠 있다가 운동시간에 만났더니,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게 살판났더군요. 내 손을 꼭 잡으며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는데, 하하.
금감원을 비롯한 정부당국에서는 어떻게든 마이더스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렇게 말하려면 론스타부터 먼저 처리해야겠지요. 어느 정당에서(ps; 나중에 보니 진보신당이네요) 그랬던가요? 론스타가 불법적인 방법(주가조작)으로 훔친 장물을 처리(매각)하도록 방조하는 것, 그것도 범죄행위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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