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생뎐을 재미있게 보고 있지만, 이번 주엔 어쩐지 마음이 찜찜하네요. 단사란 때문인데요. 그녀가 결국 기생집으로 들어가고 말았어요. 드라마의 제작취지를 보면 기생문화를 새롭게 조명하니 어쩌니 하지만 결국 기생은 기생일 뿐이죠.
신기생뎐에 등장하는 기생들도 하는 일을 보면 돈 많은 손님들 옆에 앉아 술 따르는 게 고작 아닌가요? 기생문화? 그러니까 언필칭 기생문화란 것도 별 거 아니에요. 좋은 손님 만나면 팁도 듬뿍 받을 수 있겠죠. 돈을 위해 웃음과 몸을 파는 직업, 그게 기생이지요.
아무튼 사란이는 애초부터 기생이 될 운명이었어요. 작가가 미리 그렇게 운을 지어놓은 것을 어쩔 수는 없는 일이지요. 하지만 이건 아니에요. 작가는 도대체 사람의 저 깊은 곳에 존재하는 악마적 감성을 얼마나 끄집어내 보이고 싶은 것일까요?
▲ "사란이 요것이 빨랑 손님방에 들어가야 돈을 팍팍 벌 수가 있는데!!" 꿈도 야무진 계모다. 하지만 나중에 단사란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면 땅을 치고 후회할 불쌍한 계모... ㅋ
사란이의 계모가 악당인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그녀를 완전 나쁜 여자라고만 말할 수는 없어요. 그녀에게도 착한 피가 흐르고 있으니. 손자의 할머니가 죽었을 때 보여준 호의는 아마도 진심이었을 거예요.
그녀는 진심으로 손자를 걱정하고 위로하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모습이었죠. 게다가 그녀는 다정하기도 해요. 남편을 위해 그토록 애살맞게 구는 여자가 과연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선 단철수는 참 행복한 남자에요. 복도 많아요.
지화자가 좀 과격하게 못생기긴 했어도 단철수에겐 제격이죠. 기생집 부용각 주방에서 맛난 안주를 훔쳐다가(먹고 남은 음식을 싸가는 게 꼭 훔쳤다고 할 수는 없을 텐데, 단속하더군요) 소주를 곁들여 남편 먹이겠다는 정성을 보면 실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죠.
그런 그녀가 그럼 왜 그토록 단사란에겐 모질게 대했을까? 그건 이 드라마 작가가 만들어낸 그동안의 작품들을 보면 금방 알 수 있어요. 마찬가지로 신기생뎐을 지탱하고 있는 바탕에 흐르는 정서도 혈연주의에요. 그것도 철저한 혈연주의죠.
금라라를 25년이나 키운 장주희가 그렇게 쉽게 금어산과 이혼을 결심하고 집을 나갈 수 있었을까요? 물론 장주희가 금어산과 갑자기 이혼하겠다고 해서 모두들 놀라긴 했지만, 그건 사실 엉뚱하게 벌어진 일은 아니었어요. 이미 장주희는 외도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렇지만 장주희는 어떻게 그렇게 쉽게 딸을 버리고 집을 나갈 생각을 할 수가 있었을까요? 혈연주의에 의하면, 장주희에게 라라는 25년이나 키운 정이 있지만 어차피 남일 뿐이에요. 진짜 딸이 아닌 거죠. 그러니 그토록 쉽게 결정할 수 있었던 것이에요.
혈연주의. 바로 그거에요. 지화자는 계모일 뿐이란 거죠. 만약 단사란이 아니라 친딸 단공주였다면 어땠을까? 절대 부용각에 들여보낼 리가 없죠. 더욱이 지화자와 단철수가 재혼한 것이 불과 몇 년 되지도 않은 듯이 보이니, 단사란에게 정이 두텁게 있을 리도 만무하죠.
▲ 단사란의 친부모들. 이들은 25년만에 운명처럼 이렇게 만났다. 잃어버린 딸만 찾으면 완벽한 가정이 이루어지는 셈인데...
그러므로 전통적인 계모의 행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화자가 단사란을 괴롭혀 부용각에 들어가게 만든 건 어쩌면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에요. 그럼 사란이 아빠는? 이거 정말 괴로운 지점이 아닐 수 없군요. 아무리 그래도 사란이 아빠는 그래선 안 되지요.
모두들 알고 있는 일이지만, 단철수는 사란이의 친아빠가 아니에요. 지화자도 그걸 알았으니 사란이를 기생집으로 들여보내는 일에 훌륭한 명분을 얻은 셈이죠. 단철수를 꼬드겨 단철수로 하여금 사란이를 기생집으로 들어가도록 종용하는 지화자. 정말 지화자~네요.
그럼 단철수는 어떻게 25년이나 키운 딸을 기생집으로 보낼 생각을 할 수가 있었을까요? 거기다 직접 자기 입으로 “얘, 너 우리집이 너무 어려운 거 잘 알고 있잖니? 부탁한다” 이렇게 말할 수 가 있는 것일까요? 차마 인간으로선 할 수 없는 일이죠.
하지만 이 드라마가 지독한 혈연주의 정서를 기본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세요. 단철수도 결국 단사란이 자기 친딸이 아니기 때문에 이럴 수 있는 것이에요. 그게 바로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인간의 저 깊숙한 곳에 존재하는 악마적 감성 아닐까 싶네요. ▲ 이번엔 금강산이 자기 핏줄일지도 모르는 손자(참고로 손자는 성이 손이요 이름이 자임) 주변을 어슬렁거린다.
그건 그렇고, ‘제 핏줄 찾기 운동’이 또 다른 곳에서 벌어졌네요. 금어산의 동생 금강산이도 어디 다른 곳에다 씨를 뿌려놓았던 모양이에요. 라라의 친엄마 신효리가 알면 기절초풍할 일이에요. 허허, 그것 참.
이미 친부모가 밝혀진 라라에다, 손자까지. 그리고 종내엔 주인공 단사란의 친부모가 밝혀지면서 이 드라마는 해피엔딩하겠죠. 기생 전력도 막강한 금어산의 딸이란 사실 하나만으로도 천민자본주의의 포로인 아수라에겐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되지 못하죠.
실로 천박한 자들의 유치한 혈연주의 행렬, 그게 바로 신기생뎐이란 생각이 드네요. 그러나 사실 그게 어디 먼 나라 이야기인 것은 아니에요. 바로 우리들 이야기죠. 아마 어쩌면, 신기생뎐에서 보여주는 천박하고 유치한 인간들의 이야기야말로 가장 솔직하고 진실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죠.
“피는 물보다 진하다”란 말도 있으니까요. 아, 이건 이럴 때 들이대는 말이 아닌가요? 하하. 하지만 이는 동서고금의 진리죠. 그나저나 단사란. 기생 데뷔 첫무대에서 벌써 손님들의 사랑(아니 이런 건 귀여움이라 해야 되나? 아님 무엇? 에이 모르겠다)을 독차지할 모양이네요.
▲ 수표 한장 받고, 이쁘다고 또 받고(좌) 이런 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는 기생 마담 "우리집에 물건 들어왔어!" (우)
초반부터 팁을 듬뿍 받았네요. 수표가 무려 두 장인데…, 한 장에 얼마짜린지…, 십만 원, 아님 백만 원? 보통 부용각 같은 기생집에 가서 팁 줄 때 수표 주면 몇 만 원짜리 줘야 하나요? 저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리… 흐흐흐.
아이고, 이거 혈연주의 이야기 늘어놓다가 정작 ‘단사란이 기생이 된 이유에 대해선 말을 하지 않았네요. 사란이는 왜 기생이 되었을까요? 아다모에게 복수하고 싶어서? 그리하여 나아가 세상 모든 남자들에게 복수하고 싶어서? 길길이 날뛰며 찾아온 다모에게도 그런 이유를 밝혔군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원래는 돈 때문이었지요. 무능한 아버지와 허영심으로 가득 찬 계모가 벌인 어이없는 행각을 수습하려면 돈이 필요했고, 할 수 있는 일은 기생이 되는 것뿐이었지요. 한 달 집세(임대료)가 얼마라고 했더라? 이백만 원? 백오십만 원?
그렇지만 그것도 선뜻 이유라고 들이대기엔 뭔가 허전한 구석이 있어요. 사란이처럼 야물딱지고 사리분별이 분명한 아가씨가 기생이 돼 번 돈으로 그 비싼 집세를 충당하면서 계모와 양부의 허영심을 채워주려 한다는 점이 도무지 납득이 안 가는군요.
앞을 못 보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진 효녀 심청도 아니고…. 그럼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아름다운 전통문화, 기생문화를 홍보하기 위해서? 그런 이유라면 뭐 납득하고 말고를 떠나 그 정신을 높이 사야겠지요.
▲ 외국인 손님들도 우리 기생문화에 "오우, 원더풀!"을 남발하는군요. 후후, 사란이는 끝까지 술은 안 따르겠다고 하는데 술집에서 그게 가능할까요? 한번 무너지면 2차도 절대 불가능한 게 아니죠.
아름다운 전통 기생문화를 홍보하기 위해서라…, 흐흐~ 거기다 손님들에게 팁으로 돈도 듬뿍 받을 수 있다면? 이야말로 일석이조, 가재잡고 도랑치고, 임도 보고 뽕도 따고…, 아이고 이런 또 실수를… 아무데나 이런 비유를 득먹이면 곤란하겠지요?
그렇다면 사란이는 도대체 왜 기생이 된 것일까요? 돈 많이 벌어서 단공주를 위해 쓰려고요? 그랬잖아요. 마음속으로 이렇게. “공주야, 너는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내가 만들어줄게. 꼭 그렇게 해줄 거야.” 그런데 이건 혈연주의하곤 완전 어긋나는 시추에이션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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