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을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하다 일단 쓰기로 합니다. 제게도 말 할 자유가 있다는 걸 믿으면서...
이른바 이숙정 사태가 났습니다. 저도 처음에 깜짝 놀랐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다행한 것은 설 명절 연휴가 꽤나 길다는 것입니다. 사건이 2월 1일에 불거졌고 연휴가 끝나면 2월 7일이니, 그 정도면 잠잠해지는데 충분한 시간입니다.
언론들도 매일 이 이야기만 다룰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생각이 아니 들 수가 없습니다. 가해 당사자인 이숙정 의원의 진심어린 사과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오히려 자기가 피하자인데 이해가 안 간다는 식으로 변명을 하더군요. 그건 그렇다 칩시다. 대체적으로 폭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정신상태란 것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숙정 의원의 태도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두고 이상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 대해선 도저히 용납이 안 되는군요. 진중권 씨가 좀 심하게 깠던 모양인지(원래 그게 그 사람 주특기니 고치라고 하는 건 죽으라고 하는 것과 같다) 그 표적이 되고 있는데요. 진중권 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식의 글을 올린 모양입니다.
"이숙정 의원에게 정의를 행사하는 방법: 종이에 국회의원 299명의 이름을 적어내라고 합니다. 그다음 채점을 해서 이름을 못 적어내거나 잘못 적어낸 국회의원의 수만큼 머리 끄댕이를 잡아당기는 거죠. 그녀의 철학을 배려한 합리적인 방안이 아닐까요?"
진중권 씨가 진보신당 당원이거나 지지자인 것은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진중권 씨는 민주노동당에 대해 매우 비판적입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는 자주파 혹은 주사파 등으로 불리는 일단의 이데올로기 집단에 비판적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트위터 글에 발끈한 트위터리안들이 많습니다. 물론 이분들은 민노당 당원이거나 지지자인 걸로 보입니다. 아래 캡처한 사진에서 보시듯이 "똥개는 삽살개편"이란 비유를 들면서 "진중권의 독기어린 비판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로 끝낸게 아니네요.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가 울산북구 구청장 시절에 마치 해방구가 된 듯 지맘대로..." 뭘 어떻게 했다고 까고 있는데요.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요? 저로선 참 납득이 안 가네요. 진보신당 조승수 국회의원이 울산 구청장 시절에 지맘대로 해작을 지겼다고 칩시다.(조승수 의원도 누굴 팼나요???)
아마 저는 뒷말은 안 읽어보았지만, 대충 짐작은 가는군요. 그때는 왜 독기를 품고 공격을 안 했냐 뭐 이런 말씀이시겠지요. 조승수 씨가 울산에서 구청장 할 때가 언제였지요? 아마 진보진영 최초의 구청장이라 했으니 90년대가 되겠네요. 그때 진중권 씨는 뭘했을까요? 그 이상은 저도 모르니 입 닫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참 황당한 일이 아닙니까? 왜 폭력을 비판하는 걸 두고 누가 하면 정당하니 안 하니 그런 이야기를 할까요? 진중권 씨가 진보신당 당원이거나 지지자라서 그런 것일까요? 그럼 한나라당 당원이나 지지자가 민노당을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다 이런 말일까요?
어떤 분은 조국 교수에 대해서도 비슷한 사유로 비판을 하던데요. 사건의 본질은 이숙정 의원 난동이 아니라 그 이전에 벌어진 민노당 의원에 대한 폄훼와 공무원의 불친절인데 공부를 많이 해 통찰력이 있을 만한 사람이 모르고 함부로 민노당을 질타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민노당 이숙정 의원의 행패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지만, 이 사태를 두고 대응하는 일부 사람들의 태도가 더 이해하기 어렵군요. 도대체 그들은 머리속에 어떤 생각을 담고 있는 것일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긴 어떤 분은 "역지사지로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봐라" 하시는 분도 계시긴 합디다만, 그래도 마찬가집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갑니다. 다행히 이정희 민노당 대표의 발빠른 사과가 더 큰 파국은 막았다 싶었는데(만약 이 대표의 사과가 늦었다면 후폭풍이 더 컸을 겁니다), 이런 류의 주장들이 그 효과를 삭감시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네요.
뭐 그렇습니다. "야, 너도 똥개편 아니냐. 그러니 아가리 닥쳐!" 이러면 더 이상 할말은 없겠습니다만. 그렇지만 누군가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 하고 말한 것처럼 저도 한마디 하고 가야겠습니다. "인종, 종교, 성별, 사상, 신념, 정당의 차이에 불구하고 누구든지 이번 이숙정 사태에 대해 비판도 비난도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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