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

김탁구를 제빵왕의 길로 인도하는 구마준

탁구의 가장 훌륭한 스승은? 다름 아닌 구마준!!

구마준이 탁구가 설빙초를 마시기 전에 제지하기를 바랐습니다만, 마준은 결국 막지 않았군요. 양미순이 약 숟가락을 탁구의 입으로 가져가는 걸 지켜보면서 마준은 그 짧은 순간에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건 내가 하는 일이 아니야. 어디까지나 이건 너의 운명일 뿐이야. 내가 아니어도 운명이 너에게 독약을 먹이고 있지 않니."
 
구마준은 가만 보면 핑계의 대가입니다. 그는 늘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이럽니다. "이건 내 탓이 아니야. 다 네가 못난 탓이지. 너는 결국 누군가에게 이렇게 당하도록 되어 있어. 그걸 운명이라고 하지." 마치 성폭력 범죄자가 이렇게 말하는 거 하고 같습니다. "이게 어디 내 탓이야? 만약 네가 싫었다면 나는 할 수 없었다고."

사람을 개 패듯이 무차별 폭행을 해놓고도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에 모든 것은 다 상대가 있는 법이야. 손바닥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지." 그런 견지에서 아마 얼마 전에 이명박 대통령과 아나운서를 꿈꾸는 젊은 여대생들을 빗대 성희롱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던 강모 의원도 굉장히 억울할 겁니다.

"아니 내가 한 말이 뭐 틀린 거 있어? 원래 다 그런 거 아니야? 자기들도 다 알면서, 괜히들 난리야."


이런 것은 성희롱당으로 놀림 받는 한나라당이나 보수파들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진보단체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이런 일이 비일비재로 일어납니다. 심지어 수배된 민주노총 위원장을 수행하던 민주노총의 한 간부가 전교조 여교사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사자는 징역 3년형인가를 선고 받았지만, 민주노총은 아직도 이에 대해 공식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무튼 구마준이 바로 이런 인간입니다. 자기가 일을 저질러놓고도 그것은 모두 너의 운명 탓이야 이러면서 철저하게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이런 사람이 실로 무서운 겁니다. 온갖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마치 자기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자기도 매우 괴로운 무엇이 있다는 듯이 비련의 주인공처럼 행세합니다.

구마준이 바로 그런 인간인 것입니다. 차라리 무식하게 악행을 저지르는 야차 같은 인물이라면 동정의 여지도 없으니 우리가 그렇게까지 고민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런 구마준의 악행 덕분에 김탁구가 제빵왕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입니다.

<제빵왕 김탁구>. 제목이 말하듯이 누가 뭐래도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줄거리는 김탁구가 갖은 어려움을 겪고 마침내 제빵계의 큰별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하시는 분은 하시겠지만, 김탁구는 빵 만드는 데는 영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는 오로지 어머니를 찾는 일만을 생각하며 삽니다.

그런 김탁구가 빵을 만들도록 만든 인물은 누구도 아닌 구마준이었습니다. 이들이 12년 만에 재회한 곳은 팔봉빵집입니다. 탁구가 팔봉빵집에 머물게 된 이유는 다만 바람개비를 찾기 위함이었습니다. 바람개비 문신을 한 남자. 조진구였습니다. 그를 찾으면 엄마를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가 탁구에겐 있었던 것입니다.

마준과 탁구 사이에서 갈등하는 신유경. 그러나 그녀는 결국 돈냄새를 따라 나서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 기대는 조진구를 만난 순간 깨졌습니다. 이제 더 이상 탁구는 팔봉빵집에 머물 이유가 없어졌습니다. 그런 탁구에게 빵을 만들 이유를 만들어준 것은 구마준이었습니다. 구마준은 탁구에게 경찰서에 잡혀간 신유경을 빼내 줄 터이니 앞으로 2년간 절대 신유경을 만나지 말 것을 강요합니다.

그리고 2년 후에 자기와 경합을 해야 한다고 조건을 겁니다. 물론 탁구는 이에 응했습니다. 신유경을 구하기 위해서. 탁구가 빵을 만들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해준 사람은 구마준만이 아니었습니다. 구마준의 생부. 한승재가 있습니다. 그는 팔봉빵집의 고재복을 매수해서 제빵실 폭발사고를 사주합니다.

당연히 김탁구를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 계획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김탁구는 실명만 한 채 살아남았습니다.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김탁구. 그때 김탁구는 자기가 얼마나 간절하게 빵을 만들길 원하는지 알았습니다. 딱 한 번 보았을 뿐인 아버지의 빵 만드는 모습이 너무나 또렷하게 기억 속에 살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입니다.

결국 한승재가 김탁구를 해치려고 한 계획이 탁구로 하여금 구일중이 걸어간 길을 걷도록 만드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구마준은 김탁구에게 팔봉선생의 경합에서 자기를 이기려면 수단방법 가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합니다. 그리고 자기는 분명히 그렇게 할 것이라면서.

역시 한승재의 사주를 받은 고재복이 경합자들의 밀가루 반죽에 소다를 뿌려 못쓰게 만드는 사고를 쳤습니다. 구마준은 이것이 김탁구의 짓이라고 모함을 하고 결국 김탁구는 다른 경합자들을에게 밀가루를 양보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고 맙니다. 1차 경합에서 김탁구는 탈락할 위기에 놓인 것입니다.

그러나 위기는 탁구에게 기회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탁구는 모자란 밀가루 대신에 옥수수와 보리를 이용해 보리밥빵이란 특별한 빵을 만들어냈습니다. 가장 배부른 빵. 탁구는 팔봉선생으로부터 최고라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반면에 구마준은 탈락시켜야겠지만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는 팔봉선생의 말로 자존심을 구겼습니다.

구마준의 악마성을 알면서도 따라가는 신유경에 비해 양미순은 사람냄새가 나는 김탁구에 이끌린다. 역시 미각의 천재.


2차 경합. 갈등하던 마준은 결국 악마의 유혹을 삼키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이번엔 매우 중대한 범죄행위를 계획합니다. 김탁구에게 독을 먹이기로 한 것입니다. 설빙초. 이걸 먹으면 맛과 냄새를 느끼지 못합니다. 미각과 후각이 없이 빵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김탁구. 이번에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습니다. 미각과 후각을 잃은 탁구는 제빵사로선 식물인간입니다. 그런 그는 오로지 손의 감각만으로 빵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성공했습니다. 탁구는 실패한 빵들을 경합 시험대 위에 올려놓았지만, 그 실패의 경험이야말로 최고의 성공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은 오로지 손의 감각만으로 이룬 것입니다. 김탁구가 마신 독초의 양은 한 숟갈 정도였으므로 곧 다시 미각과 후각을 되찾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럼 이제 탁구에겐 미각, 후각 외에 또 하나의 무기가 더해지는 셈입니다. 바로 뛰어난 손의 감각. 이 삼박자가 김탁구를 제빵왕으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탁구가 이런 비장의 무기들을 개발하도록 힘써준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구마준입니다. 구마준이 호의로 그런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러나 아무튼 김탁구는 마치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낭떠러지로 떨어지면 꼭 비급 한 권을 얻어오거나, 기화요초를 얻어 임독양맥이 타동되는 기연을 얻습니다.

그리하여 삼화취정, 오기조원을 거쳐 등복조극에 이르고 마침내 입신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무협지의 주인공들은 대개 자기를 낭떠러지에 밀어 떨어뜨린 악인을 찾아내 기어이 복수를 합니다. 가끔 용서를 하는 경우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기억나는 것이 전혀 없으니 아마도 복수가 대체적인 결말인 듯싶습니다.

김탁구는 어떨 것 같습니까? 자기를 낭떠러지에 밀어 떨어뜨린 구마준, 그리하여 기연을 얻어 제빵왕의 길로 인도해준 구마준을 어떻게 대할 것 같습니가? 역시 늘 그렇게 기대하듯이 처절하게 복수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것을 용서하고 화합의 길로 나아갈 것인가. 
                                                                                                      이블로그가 맘에 들면 구독+신청 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