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최철호가 후배를, 그것도 여자 후배를 폭행했다고 합니다. 엊그제 기사가 나올 때만 해도 본인이 극구 부인해서 아닌가보다 생각했는데, 결국 CC-TV에 덜미를 잡혔군요. 최철호는 꽤 비중 있는 중견배웁니다. 현재 <동이>에서 의금부지사 오윤 역을 맡아 열연하고 있는 중이었지요.
<동이>로서는 참으로 난감하게 됐습니다. 드라마의 이미지가 추락한 것도 물론이지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도 최철호가 나오는 장면에서는 조용히 극에 몰입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습니다. 제작자나 시청자 모두 보이지 않는 피해를 입게 생겼습니다. 여자를 땅바닥에 꿀리고 발로 걷어차고 하는 걸 본 사람이라면, 허허….
그런데 이 폭행 장면을 두고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별로 문제가 없어 보이는 사건이자 술자리에서 있을 법한 사건이었다.”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그런데 문제는 SBS가 보도한 CC-TV 속의 최철호였다. 그는 신원미상의 여성의 엉덩이를 향해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그거도 한두 차례가 아니었다. 그러나 영상을 자세히 살펴보면 발길질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발길질이 반드시 폭행으로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 드는 모습이다.”
그는 나름대로 자기주장이 객관적이란 사실을 알리고 싶었던지 관련 기사에 달린 몇몇 댓글들을 소개했습니다. “‘그럴 수도 있지. 같이 술 먹고 선배가 후배 때린 거 가지고 드럽게 머라 하네.’ 같은 댓글도 있었지만 대부분 비난 일색이었다. 아무리 상대가 이뻐서 발길질을 했다고 해도 당하는 상대방은 기분 좋을 리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 그는 이렇게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최철호의 발길질은 부적절했지만 …… 멍이 들 정도로 폭행을 하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술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여성을 발로 다독거리는 모습이라고나 할까? 아울러 이 사건은 당사자 간에 원만히 해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SBS가 CC-TV를 통해 악의적으로 최철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지막으로 SBS가 경쟁사인 MBC의 간판 연속극에 타격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 낸 고약한’ 뉴스라는 식으로 결론지었습니다. 제 입장에선 참으로 황당할 수밖에 없는 이런 주장을 펴는 분이 대체 어떤 분일까 싶어 그의 블로그 글들을 검색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는 꽤나 진보적인 신조를 갖고 있는 사람인 듯했습니다. 연예기사와 시사기사를 섞어서 쓰는 그의 블로그에는 MB 실정에 대한 비판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도 친미주의에 극우주의자 MB정권과 미국 오바마 정권의 조작 아니겠냐는 조로 글을 쓰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저로서는 이토록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 또 그런 생각을 당당하게 블로그에 올리시는 분이 어째서 폭행이라는 지탄받아야 마땅한 불미스런 행동에 대해 그토록 보수적인 생각을 갖고 계신 것인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보수적이란 표현은 적당하지 않군요. 보수-진보를 떠나 폭행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니까요.
저도 가끔 같은 편이란 이유로 폭행 당사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을 봅니다만, 그럴 때마다 참 어이가 없다는 생각뿐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정의를 말하고 진보를 말하는 사람들일 땐 더욱 그렇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폭행은 수단이 되어선 안 됩니다. 이런 말도 있지 않습니까?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제 생각에 이번 참에 최철호는 공중파에서 완전 퇴출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중파는 공공의 영역입니다. 게다가 최철호는 폭행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합니다. 만약 최철호가 다시 버젓이 방송에 얼굴을 내밀게 된다면 사람들은 위에 예를 든 어떤 분처럼(이런 분은 아주 극소수겠지만) 그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발길질? 폭행? 그런 거 술자리에서 있을 법한 별 문제도 없는 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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