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군대에서 도둑놈이 돼야 했는가
☞군대에서 개맞듯이 맞은 이야기
☞군대에서 참호파기? 그거 일도 아니에요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가서, 왜 군대 가기 싫은데 의사가 되려고 하는가? 어느 날 아들 녀석에게 책을 하나 선물했는데 그 책의 저자가 의사후보생이었습니다. 의대 졸업반 학생이었던 거죠. 제목이 <달리는 거야 로시난테>였습니다. 책의 말미에 자기 신분을 밝히고 책이 출간되었을 때는 의대를 졸업하고 보건소장으로 대체 군복무 중이라고 써놓았는데, 이걸 보고 눈이 번쩍 뜨인 겁니다.
달리는거야 로시난테 - 양성관 글.사진/즐거운상상 이 책은 재미도 있다. 글도 매우 수려하고 내용도 훌륭하다. 아름다운 여행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라 역사의식도 있는 책이다. 아들녀석도 이 책이 좋았던지 아니면 이 책의 저자가 의사라서 좋았던지 아무튼 열 번도 넘게 읽었다고 한다. 틈만 나면 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거의 외우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
군대 안 가는 방법을 찾은 거죠. 언젠가 녀석에게 왜 그토록 군대가 가기 싫은지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 답도 매우 간단했습니다. 무섭다는 거였습니다. 기합도 받아야 하고 고된 훈련도 해야 되는데다가 많이 맞는다는 것입니다. 옛날과 달리 구타는 없어졌다고 말해줘도 별로 안 믿는 눈치였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인 것은 전쟁영화에서 사람 죽이는 걸 많이 보았던 것이었습니다.
다음 주면 중학생이 되는 아들놈이 그렇게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닌데다 손재주도 무척 좋은 편이라 의사가 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손재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 녀석은 아주 어릴 때부터 무얼 뜯고 다시 붙이고 하는 걸 무척 좋아했습니다. 장난감 사주면 바로 하는 일이 장난감을 뜯는 일이었지요.
요리하는 것도 무척 즐기는데 볶음밥이나 오므라이스를 잘 만듭니다. 물론 라면도 잘 끓이지요. 밥을 볶을 때 보면 프라이팬을 불 위에서 흔드는 폼이 제법 요리사 테가 납니다. 게다가 요즘은 드라마 <파스타>에 빠져서 파스타를 만들어보겠다고 재료를 사달라고 극성입니다. 기회가 되면 아들이 만드는 파스타를 먹어보는 것도 괜찮긴 하겠지만, 사먹는 게 더 싸게 들 것 같아서.
아무튼 의사가 꿈이면서 요리하기도 취미로 즐기는 녀석과 <파스타>를 보다가 제가 문득 물어보았습니다. "얘, 의사와 요리사의 차이점이 뭘까?" 장난처럼 물어본 말이었는데, 녀석은 아주 진자하게 대답하더군요. 아무런 준비도 없는 대답이었지만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아래와 같이 소개합니다.
1. 흰 옷을 입는다.
2.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3. 칼을 쓴다.
4. 감정 타면 안 된다.
5. 모자를 쓴다.
6. 손을 깨끗이 씻는다.
7. 각자 담당 분야가 있다.
8. 주방과 수술실을 모두 깨끗이 청소한다.
여러분도 대충 일리가 있다고 생각이 되십니까? 네? '전혀 아니올시다'라고요? 그럼 의사되긴 힘들겠군요. 하하, 하긴 뭐 의사되는 게 어디 그리 쉬운 것도 아니고…. <공부의 신>에서처럼 무슨 특별반 같은 데라도 보내야 간신히 들어갈까 말까한 게 현실이지요. 어쨌거나 의사가 되던 요리사가 되던 본인이 알아서 할 문제지만….
듣고 보니 요리사나 의사나 비슷한 데가 많다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군기가 세다는 점도 비슷하고, 하여간 제 생각엔 나름 재미있는 공통점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제가 하나 더 추가하면 둘 다 전문직이란 겁니다. 그런데 의사보다는 요리사가 더 매력적인 전문직인 거 같습니다. 둘 다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직업이지만, 그래도 맛있는 걸 만들어주는 요리사가 더 멋있지 않을까요?
그러고 보니 마산에도 파스타 전문점이 있다고 하더군요. 아들 중학교 입학식 하는 날 거기나 한 번 가볼까 생각중이에요. 좋은 의사가 되려면 좋은 요리사에 대해서 먼저 배우는 게 순서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위 여덟 개의 대답 중에 두 번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이게 가장 마음에 들었거든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훌륭한 답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행복은 역시 맛으로부터 오는 거겠지요?
다녀오게 된다면 맛이 어땠는지는 포스팅으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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