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뚱딴지 같지요? 그러나 오늘 추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답니다. 지금까지 몇 번 추노속 혁명가들에 대한 단상을 정리해보긴 했지만, 언년이(이다해)야말로 가장 혁명적인 사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더라고요. 물론 혁명가라 하면 의식 뿐 아니라 행동력까지 갖추어야 하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보자면 언년이는 한참 거리가 있지요.

언년이이자 김혜원인 그녀에겐 존재로부터 오는 혁명적 의식이 있다.


세상을 바꾸는 혁명을 한다면서 어떤 혁명인지 말이 없는 송태하

송태하(오지호)는 직접 혁명을 말하고 있고, 그 혁명으로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지요. 단순히 임금을 바꾸는 게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혁명이 아니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무언가 구체적이고 논리적인 혁명에 대한 상이 있는 건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아직 그게 무언지 아무것도 보여주는 게 없습니다. 그저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 말고는.

그런 점에서 이대길(장혁)은 혁명에 대한 보다 분명한 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있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가 지금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길은 양반이었고 지금도 양반입니다. 그가 양반도 상놈도 없는 그래서 모두가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꾸었던 것은 언년이와 '평생 행복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대길의 혁명관은 매우 구체적이고 분명한 것이긴 하지만 다분히 개인적인 욕망에서 비롯된 감상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대길이 동료인 최장군과 왕손이 몰래 추노비를 삥땅해서 이천에 땅을 사둔 것도 실은 그런 감상적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죠. 모두 모여서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대길은 참 정이 많은 '양반'입니다.

그 정 많은 양반 이대길이 언년이의 목에 칼을 들이댔습니다. 그리고 말하죠. "주인을 배신하고 도망간 노비들은 모두 벌을 받아야 돼." 물론 본심은 아닙니다. 대길이 10년 가까운 세월 추노질을 하며 돌아다닌 것은 다 언년이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목적이 증오심으로 복수를 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사랑하는 정인을 찾기 위한 것이었는지는 본인도 잘 모릅니다.

이대길의 혁명론은 구체적이지만 매우 감상적

그러나 TV 밖에서 지켜보고 있는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대길이 그토록 찾아 헤맨 것은 사랑하는 언년이였지요. 대길이가 혁명적 가치관을 가졌던 것도 모두 언년이 때문이었습니다. 언년이에게 고통을 주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하기 싫은 과거공부도 했지요. 어쨌든 그런 그가 '반상의 법도' 운운하며 언년이의 목에 칼을 들이댔습니다. 

"반상이 뚜렷하고 주종이 엄격한데 어찌하여 너는 하늘의 뜻을 저버리고 주인인 나를 배신 하였느냐?"

그러자 눈물을 흘리던 언년이가 냉철하게 받아치더군요. 저는 그 대목에서 매우 놀랐을 뿐 아니라 크나큰 감동을 받았답니다. 언년이에게 저토록 다부진 면이 있었던가? 대길을 만나면 그저 눈물만 흘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할 줄 알았던 언년이가 자신의 속내에 간직한 이념(?)을 주저 없이 설파했다는 것은 저로서는 매우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반상이란 누가 만든 것이고, 주종이란 어디서 시작된 것입니까?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라는 것이 진정 하늘의 뜻 아닙니까?"

추노 속에서 이보다 더 혁명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이 또 있을까요? 곽한섬(조진웅)이 조선비의 무력 쿠데타에 반대해 송태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의식을 바꾸는 것이 먼저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말을 인정하는 선에서 들여다보면, 언년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의식 혁명을 거친 인물입니다.  

반상은 누가 만들었는가? 주종은 어디서 시작된 것인가? 이 질문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질문이죠. 아무튼 오늘 저는 언년이를 보면서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송태하도 이대길도 노비당의 누구도 갖지 못했던 가장 확실한 혁명적 가치관을 언년이의 입을 통해서 듣게 되었다는 것은 실로 의외의 일이었거든요.

법과 제도란 대체 누가 만들었으며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예고편을 보니 아마 내일쯤 업복이(공형진)도 보다 정리된 혁명적 가치관에 대해 토로할 모양이던데요. 계속 특별한 이유 없이 양반을 죽이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갖기 시작한 것이지요. 게다가 양반이 아닌 중인계급까지 죽이라는 지령이 있고 보니 그런 의심이 더욱 들었겠지요. "아니 원래 양반을 모두 죽이고 세상을 엎자고 한 거 아니었어?" 하면서 말이죠.    

"양반 상놈이 뒤집어지면 우리가 양반을 종으로 부리는 건가? 그렇게 뒤집어지는 것보단 양반 상놈 구분 없이 사는 세상이 더 좋은 거 아니나?"

아무튼 송태하의 혁명관이 무언지, 바꾸려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아직 한마디도 밝히지 않았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어쩌면 소현세자의 역사적 행보를 통해 유추 해석하라는 제작자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마디쯤은 해주는 게 좋지 않았을까요? 도대체 세상을 어떻게 어떤 모양으로 바꾸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말입니다.

어쩌면 내일 대길과의 결투가 송태하의 가치관을 살짝이라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직은 태하의 생각이 무언지 우리는 확실하게 알기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언년이의 대담한 발언은 누구보다도 혁명적인 것입니다. 그것은 아마도 양반 출신인 이대길이나 송태하로서는 감히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이 늘 맞는 건 아니라는 걸 두 사람은 보여줄 수 있을까? 이 사진처럼 의기투합해서...


그들에겐 계급적인 한계가 뚜렷하니까요. 태하는 그래도 2년씩이나 노비생활을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하실지 모르지만, 그는 목적의식적으로 노비가 되었던 것이므로 스스로는 절대 노비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본질적으로 노비의 고통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설령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은혜적인 차원일 수 있지요.  

언년이가 가장 혁명적인 의식을 가지는 건 존재로부터 오는 당연한 결과

거기에 비해 노비 출신으로 노비의 쓴맛을 처절하게 맛보았던 언년이가 가장 혁명적인 의식을 가지는 게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제가 보통 주절주절 길게 쓰는 편입니다만, 요즘 통 포스팅도 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쓰려니 무척 피곤하고 잠도 오고 그렇습니다. 웬일인지 캡순이도 말을 안 들어 이미지 캡처도 안 되는군요.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그만 자야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행복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b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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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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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혁명가 2010.02.25 09: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송태하와 대길이 각각의 혁명관이 공감이 가네요.
    송태하의 추상적인 혁명..
    대길이의 감상적인 혁명..

  2. 이건뭡니까 2010.02.25 09: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유오성, ‘백수’ 전락
    http://kidd.daara.co.kr/news/news_view.php?idx=128246&bc=11&mc=17

  3. ㅇㅇ 2010.02.25 10:3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글쎄요...언년이가 스스로 한 일은 결혼식날 도망친 것 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남의 손에 이끌려서 한 것이죠.

    수동적 여성의 전형을 보여주는 언년이가 혁명적 인물? 차라리 벌써 죽은 그의 오빠 큰놈이가 더 걸맞는 인물이고...

    여자로는 우물쭈물한 남자 노비보다 더 적극적이고 일 잘하는 초복이가 아닐까요?

    • Favicon of https://go.idomin.com BlogIcon 파비 정부권 2010.02.25 12:4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그렇죠. 맞습니다. 그래서 서두에 "한참 거리가 있지요" 라고 운을 뗐답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의식은 누구보다 구체적이고 확실하지요. 어쩌면 태하와 대길의 추상적이고 감상적인 혁명관과 선명하게 대비되는... 원손마마를 품에 안고 부엌에도 들어가는 용기는 어디서 나왔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았지요. 노비 출신이라 무식해서? 아니면???

  4. 행인 2010.02.25 13: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언년이가 오빠나 송태하의 도움을 받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언년이가 가진 의식자체가 혁명적인 부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요. 저는 언년이는 신분자체에 얽매이지 않는 순수한 인간 본연의 욕망을 잘 구현하는 인물이라고 봤습니다. 그건 헌법에서 보장하는 천부인권, 기본권 등과 같은 종류랄까요. 그래서 신분으로 제약당하기보다 인간으로서 대접받기를, 여자로서의 도리보다 인간으로서 대접받기를 소망하는 인물로 봤습니다. 송태하가 어떤 조선에서 살고 싶으냐고 물을 때 언년이의 대답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그렇다면 혜원이가 원손마마를 부엌에 데리고 있는 이유도 설명이 됩니다. 원손마마를 신분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로서 보는 겁니다. 신분은 높을지몰라도 원손은 어디까지나 아이입니다. 신분으로 원손을 대한다면 원손은 다만 정치적으로만 가치가 있을뿐 아이로서의 권리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은 박탈을 당하게 됩니다. 조선비는 신분으로 원손을 대하죠. 그에게 원손은 정치적으로 명분과 뒷배가 되어줄 수 있기에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혜원은 원손을 그런 정치적 가치보다 어미의 사랑으로 돌봄받을 아이로서의 권리를 가진 존재로 바라보니까 부엌에 대리고 가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로 혜원이 신분을 알수없는 상태에서는 노비인지조차 알 수 없는 존재(양반이라고 해도 의심이 안가는)로 묘사된 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출신성분이 인간성을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는 것이 혜원의 캐릭터라고 생각해서요.

  5. 오호라 2010.02.25 14: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억압받아 억울하다는 생각하는 사람만큼 몸부림칠수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억압받는 자와 그들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자들을 통해 이 나라는 혁명과 개혁을 이루어갔죠.
    결국 거의 그저 피가 되어 뿌려진 것뿐이었지만 그 피들을 통해 남은 이들의 의식도 변해간거죠.
    하늘은 그냥 사람을 내었을뿐 반상을 내린 건 아니니까.

    갑자기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인간의 이익이란 서로간의 이해가 상충되는 거라...
    사람은 각자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고 결국 그것때문에 직분이 달라지는데 그게 계급의 차이가 아닌 직업의 차이 정로도 인식하고
    모든 사람이 박애라는 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피비린내 나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비오는 날 유토피아를 한번 더 꿈꿔봅니다.

    언년이의 말 한마디에서 참 길게 생각해보고 남의 글에 핀트 안맞는 말 하고 갑니다.

  6. Favicon of http://lovetree0602.tistory.com BlogIcon 초록누리 2010.02.25 14:3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송태하의 혁명관이 궁금한데 이번회도 두리뭉실하게 넘어가 버리더라고요...
    아마 작가의 고민이 많이 되는 부분일 거라는 짐작만 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언년이의 생각은 사실 참 와닿는데 요즘 강한 언년이 만들기에 너무 몰두하고 있다는 생각만 들어서 당혹스럽기도 하더라고요...

  7. 동감. 2010.02.26 01:4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수동적으로 길러졌던 언년이지만 ........생각은 이상을 앞지르고 누구도 생각하기 어려운 말들을 내뱉곤 합니다
    지난번엔 여자도 같이 사는 세상이라고 했지요
    언년이는 수동적으로 행하지는 못하고 현실도 여의치 않지만 누구보다 앞선 생각을 할수 있는 힘이 있는 캐릭터 입니다
    다분히상징적 캐릭이긴 하지만...................

    양반 상놈 없는 세상이 더 나은 세상 아닐까? 하는 포수였던 노비처럼 말이죠
    세상을 흔드는 힘은 어쩌면 ........이런 작고 새로운 발상에서 시작되기도 하지않을까요

  8. Favicon of http://www.louisvuittonshopix.com/ BlogIcon Cheap Louis Vuitton 2013.01.06 02:2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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