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우리집 마당에 피는 꽃이랍니다.
꽃 이름은 꽃무릇.
왜 하필 이름이 꽃무릇일까요?
"꽃이란 무릇 이렇게 고와야 하느니라!"
그래서 꽃무릇일까요?
아무튼 꽃무릇이 활짝 핀 걸 보니 이제 완연한 가을이겠군요.
날씨도 이제 제법 가을다워졌습니다.
그렇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점령군 같은 여름이 물러날 줄 몰랐지요.
올여름은 유난히 더운 데다가 길었습니다.
보통 8월 중순을 넘기면 질긴 여름도 한 풀 꺽이기 마련인데,
올여름은 그 기세가 멈출 줄을 몰랐지요.
9월 말이 되어서야 이제 겨우 꼬리를 내리고 후퇴할 모양입니다.
내년을 기약하며….
물러가는 여름을 배웅하는 우리 마음도 한결 풍성해졌습니다.
도무지 올 것 같지 않던 가을이
마치 밤사이 몰래 진주해들어온 해방군처럼
그렇게 여름을 몰아내고 세상을 점령했습니다.
남몰래 어둠을 타고 내린 밤이슬과 함께.
빠알간 꽃들을 이리저리 타고넘는 나비가 평화롭습니다.
혼자서 저 많은 꽃들과 사랑을 나누려나보지요.
욕심 많은 나비가 부럽습니다.
훠얼~ 훨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과 함께 돌아온 꽃무릇을 보며
나는 또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아! 또 덧없이 한 살 더 먹는구나.
그저 그 생각 말고는 더 드는 생각이 없으니
참 한심도 하군요.
마당에 한가롭게 핀 꽃을 보며
그래도 그런 생각 하나는 드는군요.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광활한 들판 같은 곳에서
높이 흘러가는 구름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싶다.
뭐 그런 생각 하나는 드니 아예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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