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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이런저런이야기

꽃대궐로 변한 창원천, 부활절날과 4일후 비교

소리없이 다가온 꽃들의 잔치

제가 오늘 어디를 좀 갑니다. 그래서 이번 주말까지 제 블로그에 못 들어올 것 같습니다. 그래서 떠나기 전에 이렇게 꽃으로 마지막 인사를 하고 가려 합니다. ㅋㅋ~ 그래봤자 내일 모레면 돌아옵니다만. 하긴 요즘은 멀쩡하게 하는 일도 없이 블로그를 자주 쉬었습니다. 그러니 이삼일 떠나감을 핑계로 블로그 쉬는 거, 그거 그리 대수로운 일도 아니죠.  

아래 사진은 지난 일요일에 찍은 겁니다. 신마산 창원천입니다. 아직은 꽃이 완전하게 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에 이렇게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가지만 앙상하던 나무가 바야흐로 꽃망을 터뜨리고 활짝 개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위는 낮에 찍은 사진이고, 아래는 밤에 찍은 사진입니다. 일부러 똑같은 장소에서 셔터를 눌러봤습니다. 아래쪽 드리워진 가지엔 백련이 활찍 피었습니다. 벚꽃이 만개하면 백련은 떠나야겠지요. 지금은 백련이 주인이지만 곧 벚꽃들이 이 창원천을 점령하고 말 겁니다.

삼각대 없이 밤에 찍은 사진이라 많이 흔들렸습니다. 그러나 흔들린 사진도 흔들린 대로 나름 운치가 있습니다. 어떤 사진 고수는 일부러 카메라를 살짝 흔들어 나부끼는 듯한 꽃사진을 만든다고 하더군요. 이 사진은 그런 것과는 전혀 관계 없습니다. 오로지 삼각대가 없었던 탓입니다.  


딸아이가 이날 성당에서 받아온 부활절 계란입니다. 부활절에는 이렇게 삶은 계란을 나누어 먹습니다. 유래에 대해선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대신 십자가를 짊어지고 올라간 사람이 있었지요. 그분 성함이 뭐였더라?

아무튼 그분이 양계장을 하는 사람이었답니다. 흐흐~. 고향에 돌아온 그를 맞이한 것은 그가 기르던 닭들이 낳은 형형색색의 달걀이었다나요? 그래서 그걸 기념하기 위해 달걀에 색칠을 하고 부활절날 서로 나누어 먹는답니다. 제 생각엔 그런 게 아니고 없이 살던 시절에 영양보충을 위해 교회에서 만들어낸 행사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그런데 이 달걀엔 색칠이 안 되어 있네요. 게을러서 그랬을까? 그냥 비닐봉다리에 담아서 나누어 주었군요. 내년엔 가족들이 둘러 앉아 직접 삶은 달걀에 형형색색으로 색칠을 하는 것도 재미 있겠는데요. 그럼 물감과 붓부터 사야겠네요.   

자 그리고 며칠이 지났나요? 어제가 목요일, 그러니까 4일이 지났네요. 5일인가? 아, 제가 수학에 좀 약합니다. 어쨌든 어제 날씨가 무척 좋았습니다. 그래서 이제 벚꽃이 어떻게 변했을까 역시 똑같은 장소에 가보았습니다.

아래 사진에 보시는 바와 같이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이번주 일요일이 절정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똑같은 장소, 똑같은 상황을 연출한답시고 버스가 올라오는 것까지 똑같이 맞추어 찍었답니다. 성의가 상당히 괘씸하지 않습니까? 목련은 예상대로 거의 다 떨어졌습니다.



벚꽃을 좀 더 당겨 찍었습니다. 검은 나무가지를 뒤덮은 벚꽃들이 장관입니다. 정말 대단하죠?

제 생각엔 저렇게 검은색으로 낡아빠진 나무가지가 벚꽃의 화려함을 더 부채질하는 것 같습니다. 만약 나무가 검게 퇴색한 색이 아니라 버드나무나 미류나무처럼 은회색에 가깝거나 또는 녹색이라면 별로 안 어울릴 것 같아요.




그리고 바로 인근 경남대 교정에 가보았습니다. 학생들이 무리를 지어 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전부들 휴강인가봐요. 공부는 안 하고 온통 사진 찍으러 다 나왔군요.





경남대 내 월영지를 바라보며 한 컷, 다리 위 학생들이 한가로운 모습에 봄이 더욱 정겹습니다.



경남대 한마관 바로 밑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경남대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해당합니다. 과거에는 여기서 바라보면 벚나무 사이로 마산만이 훤하게 보였을 것입니다. 이젠 건물들에 가려 바다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 아래 건물들이 들어선 자리도 원래는 바다였습니다.

바로 이 자리에서 오른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최치원 선생이 만들고 쉬셨다는 월영대가 있습니다. 그 월영대의 이름을 따서 우리 동네 이름이 월영동이랍니다. 최치원 선생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벗 삼아 물속에 잠긴 달을 노래했을 월영대는, 그러나 이젠 바다와 달 대신 거대한 도시의 소음 가운데에서 그 존재마저도 잃어버렸습니다.



위 사진을 찍었던 자리에서 몸을 틀어 산을 향해 한 컷. 산에도 벚꽃이 만발합니다. 아마 이원수 시인의 시 고향의 봄에 나오는 꽃대궐이 창원 소답동 뒤쪽 천주산이란 얘기가 있는데, 이 일대의 산들은 봄이 되면 실로 꽃대궐입니다.




역시 맨 위와 같은 장소에서 어젯밤에 찍은 사진입니다. 버스가 지나가는 장면을 똑같이 연출하려고 했으나 웬일인지 버스가 멈추어선 채 올라오지 않습니다. 나무둥치 옆을 자세히 보시면 버스 앞부분 머리가 얼핏 보이실 겁니다.

역시 삼각대가 없어 흔들.




그러나 아무래도 가장 예쁜 꽃은 우리 딸입니다.



제가 잠깐 나가서 밤 벚꽃을 찍고 돌아오니(바로 우리 집 앞입니다) 자기 사진은 왜 블로그에 안 실어주느냐며 뾰로통하고 삐쳐있는 모습입니다. 이 사진을 올려주겠다고 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얼굴이 활짝 피었습니다. 뭐 애들이란 게 원래 그렇습니다. 울다가 웃다가 그런 거지요. 그런데 울다가 웃으면 어디어디에 털 난다고 놀리고 그랬던 기억 안 나십니까?

제가 어릴 때 친구들 사이에서 돌던 유력한 학설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저는 그때 그 말을 철썩 같이 믿었었답니다. 참 우습지요. 자, 그러면 꽃구경 잘들 하셨는지요. 그럼 이만 저는 떠나겠습니다.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