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을 보다 보면 늘 사라지지 않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중요한 순간에 나왔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오랜만에 블로고스피어를 탐방해보았더니 역시 저와 비슷한 의문을 가진 분이 계시더군요. 코스모클로버님은 "선덕여왕, 천명공주 죽인 대남보는 왜 안 보일까?" 로 대남보가 꽤 비중 있는 사건에 연루된 인물인데도 화면에서 사라진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소리 없이 사라진 사람들
그러고 보니 대남보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어떤 인물들보다도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는 김춘추의 원수입니다. 자기 어머니인 천명공주를 죽였으니까요. 김춘추가 어떤 인물입니까? 대야성에서 백제군에게 살해당한 딸과 사위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절치부심 마침내 백제를 멸망시켰지 않습니까? 혹자는 김춘추의 복수심 때문에 삼국통일이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고도 하더군요. 아무튼 그런 김춘추가 대남보를 그냥 놔 둘리가 만무한데, 거 참 이상합니다.
첨성대를 만들어야 할 월천대사도 사라졌습니다. 혹시 모르죠. 어느 날 갑자기 첨성대 설계도를 들고 나타날지도 말입니다. 그 외에도 사라진 인물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을제대등도 하루아침에 사라져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을제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죠. 선덕여왕이 자기를 보좌하여 정무를 보게 하는 인물입니다. 또는 선덕여왕의 남편들 중 한 명이라고도 합니다. 김유신과 결혼한 영모도 안 나옵니다. 그건 이해가 갑니다. 살림 하느라 바쁘겠죠.
춘추에게 보쌈 당해 행복한 강제 결혼을 당했던 보량도 안 나오네요. 역시 살림하느라 바쁜 모양입니다. 문노가 비담과 염종에게 죽임을 당해 사라진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입니다. 원래는 그냥 어린 덕만공주와 함께 조용히 사라지기로 되어 있었다는데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에 힘입어 복귀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별다른 걸 보여주지도 못하고―우리는 모두 그가 무슨 대단한 비밀이나 예언을 풀어놓을 줄 알았지요―허무하게 암습에 가고 말았습니다.
그 외에 아예 처음부터 등장하지도 않는 중요한 인물들도 있습니다. 문희와 보희가 그렇고, 승만공주가 그렇습니다. 승만공주는 선덕여왕을 이어 진덕여왕이 될 사람인데 아직도 등장하지 않으니 이러다간 선덕여왕이 죽음을 앞두고 춘추에게 보위를 전하는 해프닝까지 등장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됩니다. 아이고 이런~ 이야기가 완전 옆길로 샜습니다. 코스모클로버님과 체리블로거님의 글을 읽다가 원래 생각했던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네요. 그래도 어쨌든 원래 길로 다시 돌아갑니다.
비담은 설원공에게 무엇일까?
지난주에는 선덕여왕을 보다가 이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설원공과 비담의 관계 말입니다. 도대체 설원공은 비담에게 무엇일까요? 또 비담은 설원공에게 무엇이기에 그토록 비담을 위해 목숨마저 내놓고자 하는 것일까요? 설원공에게는 아들 보종이 있지 않습니까? 아들보다 사랑하는 미실의 아들이 더 귀한 것일까요? 진정 미실의 유지 때문에 설원공이 비담을 위해 목숨까지 던지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설원공의 사랑이야말로 참으로 지고지순합니다.
그러나 지난주 설원공이 죽기 전에 독백하는 장면을 보면서 도대체 설원공과 비담은 무슨 관계일까 하는 의문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물론 그 독백은 죽은 미실에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설원공은 윤충이 이끄는 백제군을 맞아 전장으로 나가기 전 미실의 사당에 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무릎을 꿇고 향을 피우며 말합니다.
"새주, 비담이 닮지 말아야 하는 것을, 저를 닮았습니다. 누군가를 연모하는 마음을 말입니다. 연모는 날아가는 새나 줘버리라던 새주를 닮았어야 하는 건데. 허나 새주의 마지막 당부였으니 따를 것입니다. 이번 전쟁을 비담에게 반드시 기회로 만들어 주겠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새주."
"왜 당신을 안 닮고 나를 닮았을까?" 여기에서 약간의 의심이 들긴 했지만, 그러나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실을 워낙 사모하는 설원이니 그녀의 아들조차 사랑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역시 미실의 아들인 하종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것도 영 아니지만―그런데 설원이 백제와의 전투에서 패하고 돌아와 마지막 죽는 장면에서 말입니다. 비담은 왜 그리 슬피 울었을까요? 자기를 위해 전장에 나갔다가 죽게 된 설원이 너무 고마워서 그랬을까요?
그러나 그런 건 비담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냉혹한 비담이 설원의 죽음에 슬피 우는 이유는?
비담이 어떤 사람입니까? 수십 명의 무고한 사람을 독살시키고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던 인물입니다. 그것도 어린아이 때 말입니다. 문노가 비담으로부터 희망을 거두어들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죠. 비담의 냉혹한 성품, 목적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잔혹해질 수 있는 차가운 마음은 바로 미실을 닮은 것이었죠. 그리고 어른이 된 비담의 성격은 더욱 난폭해졌습니다. 물론 정에 약한 비담이 천진난만한 모습도 보여주긴 합니다만, 그는 기본적으로 냉혹한 인물입니다.
미실이 죽고 난 이후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완벽한 악인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죠. 그러니 그런 비담이 설원공의 죽음 앞에 슬피 우는 모습이 너무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퍼뜩 설원이 전장에 나가기 전 미실의 영정 앞에서 하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왜 당신을 안 닮고 나를 닮았을까?" 아, 이거 분명 비담은 진지왕과 미실의 아들이라고 했는데? 그런데 이건 또 뭐야~
아마 제가 착각한 것일 겁니다. 설원이 "왜 당신을 안 닮고 나를 닮았을까?" 하는 게 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작가가 쓰다 보니 그냥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미실을 그리워하는 설원의 애달픈 모습을 그리다보니 설원의 입에서 헛말이 나왔을 수도 있지요. 비담도 그렇습니다. 괜히 설원이 자기를 걱정하며 죽으니 슬픔에 겨웠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리 악인이라도 사람의 죽음 앞에 눈물은 흘릴 수 있습니다. 특히 자기를 위해 죽은 사람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겠죠. 그러나 그래도 자꾸만 의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아니 도대체 설원공과 비담은 무슨 관계야? 도대체 무슨 관계이기에 저토록 애틋할 수가 있단 말이지? 혹시나? 하긴 미실은 색공으로 여러 남자를 울린 사람이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왜 당신을 안 닮고 나를 닮았을까요?"
게다가 비담이 태어날 무렵의 미실은 나는 새가 아니라 황제도 떨어뜨릴 수 있는 위세를 가진 인물이었으니까요. 그녀가 원하며 무엇이든 할 수 있던 시절이었죠. 그러나 그래도 그건 아닐 것이란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비담을 진지왕과 도화녀의 아들 비형이란 인물과 합성해 창조한 것도 모자라 설원공까지 끼워 넣는다면 이건 정말 아니죠. 그러나 아무튼 저로 하여금 이런 의심이 들도록 만든 것은 <선덕여왕>의 작가님이십니다.
쓸데없이 설원공으로 하여금 "왜 당신을 안 닮고 나를 닮았을까?" 같은 대사를 하도록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소리 없이 사라진 사람들
그러고 보니 대남보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어떤 인물들보다도 중요한 인물입니다. 그는 김춘추의 원수입니다. 자기 어머니인 천명공주를 죽였으니까요. 김춘추가 어떤 인물입니까? 대야성에서 백제군에게 살해당한 딸과 사위의 원수를 갚기 위해 절치부심 마침내 백제를 멸망시켰지 않습니까? 혹자는 김춘추의 복수심 때문에 삼국통일이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났다고도 하더군요. 아무튼 그런 김춘추가 대남보를 그냥 놔 둘리가 만무한데, 거 참 이상합니다.
첨성대를 만들어야 할 월천대사도 사라졌습니다. 혹시 모르죠. 어느 날 갑자기 첨성대 설계도를 들고 나타날지도 말입니다. 그 외에도 사라진 인물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을제대등도 하루아침에 사라져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을제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죠. 선덕여왕이 자기를 보좌하여 정무를 보게 하는 인물입니다. 또는 선덕여왕의 남편들 중 한 명이라고도 합니다. 김유신과 결혼한 영모도 안 나옵니다. 그건 이해가 갑니다. 살림 하느라 바쁘겠죠.
춘추에게 보쌈 당해 행복한 강제 결혼을 당했던 보량도 안 나오네요. 역시 살림하느라 바쁜 모양입니다. 문노가 비담과 염종에게 죽임을 당해 사라진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입니다. 원래는 그냥 어린 덕만공주와 함께 조용히 사라지기로 되어 있었다는데 시청자들의 열화와 같은 응원에 힘입어 복귀했지만, 기대와는 달리 별다른 걸 보여주지도 못하고―우리는 모두 그가 무슨 대단한 비밀이나 예언을 풀어놓을 줄 알았지요―허무하게 암습에 가고 말았습니다.
그 외에 아예 처음부터 등장하지도 않는 중요한 인물들도 있습니다. 문희와 보희가 그렇고, 승만공주가 그렇습니다. 승만공주는 선덕여왕을 이어 진덕여왕이 될 사람인데 아직도 등장하지 않으니 이러다간 선덕여왕이 죽음을 앞두고 춘추에게 보위를 전하는 해프닝까지 등장하지 않을까 심히 염려됩니다. 아이고 이런~ 이야기가 완전 옆길로 샜습니다. 코스모클로버님과 체리블로거님의 글을 읽다가 원래 생각했던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네요. 그래도 어쨌든 원래 길로 다시 돌아갑니다.
비담은 설원공에게 무엇일까?
지난주에는 선덕여왕을 보다가 이런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설원공과 비담의 관계 말입니다. 도대체 설원공은 비담에게 무엇일까요? 또 비담은 설원공에게 무엇이기에 그토록 비담을 위해 목숨마저 내놓고자 하는 것일까요? 설원공에게는 아들 보종이 있지 않습니까? 아들보다 사랑하는 미실의 아들이 더 귀한 것일까요? 진정 미실의 유지 때문에 설원공이 비담을 위해 목숨까지 던지는 것일까요? 그렇다면 설원공의 사랑이야말로 참으로 지고지순합니다.
그러나 지난주 설원공이 죽기 전에 독백하는 장면을 보면서 도대체 설원공과 비담은 무슨 관계일까 하는 의문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물론 그 독백은 죽은 미실에게 하는 말이었습니다. 설원공은 윤충이 이끄는 백제군을 맞아 전장으로 나가기 전 미실의 사당에 갔습니다. 그리고 거기에 무릎을 꿇고 향을 피우며 말합니다.
"새주, 비담이 닮지 말아야 하는 것을, 저를 닮았습니다. 누군가를 연모하는 마음을 말입니다. 연모는 날아가는 새나 줘버리라던 새주를 닮았어야 하는 건데. 허나 새주의 마지막 당부였으니 따를 것입니다. 이번 전쟁을 비담에게 반드시 기회로 만들어 주겠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새주."
"왜 당신을 안 닮고 나를 닮았을까?" 여기에서 약간의 의심이 들긴 했지만, 그러나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미실을 워낙 사모하는 설원이니 그녀의 아들조차 사랑의 대상이 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역시 미실의 아들인 하종에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것도 영 아니지만―그런데 설원이 백제와의 전투에서 패하고 돌아와 마지막 죽는 장면에서 말입니다. 비담은 왜 그리 슬피 울었을까요? 자기를 위해 전장에 나갔다가 죽게 된 설원이 너무 고마워서 그랬을까요?
그러나 그런 건 비담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습니다.
냉혹한 비담이 설원의 죽음에 슬피 우는 이유는?
비담이 어떤 사람입니까? 수십 명의 무고한 사람을 독살시키고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던 인물입니다. 그것도 어린아이 때 말입니다. 문노가 비담으로부터 희망을 거두어들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죠. 비담의 냉혹한 성품, 목적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잔혹해질 수 있는 차가운 마음은 바로 미실을 닮은 것이었죠. 그리고 어른이 된 비담의 성격은 더욱 난폭해졌습니다. 물론 정에 약한 비담이 천진난만한 모습도 보여주긴 합니다만, 그는 기본적으로 냉혹한 인물입니다.
미실이 죽고 난 이후에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완벽한 악인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죠. 그러니 그런 비담이 설원공의 죽음 앞에 슬피 우는 모습이 너무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퍼뜩 설원이 전장에 나가기 전 미실의 영정 앞에서 하던 말이 생각났습니다. "왜 당신을 안 닮고 나를 닮았을까?" 아, 이거 분명 비담은 진지왕과 미실의 아들이라고 했는데? 그런데 이건 또 뭐야~
아마 제가 착각한 것일 겁니다. 설원이 "왜 당신을 안 닮고 나를 닮았을까?" 하는 게 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할 만한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작가가 쓰다 보니 그냥 그렇게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미실을 그리워하는 설원의 애달픈 모습을 그리다보니 설원의 입에서 헛말이 나왔을 수도 있지요. 비담도 그렇습니다. 괜히 설원이 자기를 걱정하며 죽으니 슬픔에 겨웠을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리 악인이라도 사람의 죽음 앞에 눈물은 흘릴 수 있습니다. 특히 자기를 위해 죽은 사람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면 사람이 아니겠죠. 그러나 그래도 자꾸만 의심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아니 도대체 설원공과 비담은 무슨 관계야? 도대체 무슨 관계이기에 저토록 애틋할 수가 있단 말이지? 혹시나? 하긴 미실은 색공으로 여러 남자를 울린 사람이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왜 당신을 안 닮고 나를 닮았을까요?"
게다가 비담이 태어날 무렵의 미실은 나는 새가 아니라 황제도 떨어뜨릴 수 있는 위세를 가진 인물이었으니까요. 그녀가 원하며 무엇이든 할 수 있던 시절이었죠. 그러나 그래도 그건 아닐 것이란 생각을 다시 해봅니다. 비담을 진지왕과 도화녀의 아들 비형이란 인물과 합성해 창조한 것도 모자라 설원공까지 끼워 넣는다면 이건 정말 아니죠. 그러나 아무튼 저로 하여금 이런 의심이 들도록 만든 것은 <선덕여왕>의 작가님이십니다.
쓸데없이 설원공으로 하여금 "왜 당신을 안 닮고 나를 닮았을까?" 같은 대사를 하도록 만들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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