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호좌회전? 도대체 무슨 뜻이지? 오래전부터 늘 궁금하게 여겨오던 터였다. 우리 집 쪽으로 올라가는 삼거리에도 비보호좌회전 표식이 있었다.(지금은 없어지고 정식 좌회전 신호체계로 변경됐지만) 어쩌다 비보호좌회전을 받고 기다리고 있노라면 뒤에서 직진 차들이 빵빵거리고 난리를 친다. 그럴 때마다 무슨 큰 죄라도 지은 양 등에서 식은땀을 빼곤 했다.
사실 비보호좌회전은 편도 2차선과 같은 도로가 좁고 통행이 많은 곳에선 교통흐름 정체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만약 편도 1차선인 도로에 비보호좌회전이 있다면, 아마 절대 없겠지만, 아예 도로를 점거하는 모양새가 될 때도 있을 것이다. 물론 반대로 차량통행이 적은 도로에선 편리하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다음> 검색창에 알아보았다.
비보호좌회전 非保護左回轉. 교차로에서, 별도의 좌회전 신호를 주지 않고 직진 신호일 때 좌회전을 허용하는 신호 운영 방식. 일반적으로 직진과 회전 교통량이 적은 교차로에서 행하며, 신호 주기가 짧고 지체가 적어 효율성이 높다.
<네이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비보호좌회전이란 녹색 직진신호일 때 교통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운전자가 알아서 가라는 뜻인 것이다. 물론 사고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있다는 경고의 뜻이 포함되어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이 말뜻을 잘못 독해하여 파란불이든 빨간불이든 무조건 알아서 조심해서 가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럴 경우 예기치 않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때때로 이런 운전자 중에 성질 급한 분은 제대로 법을 이해하고 적색신호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운전자를 향해 신경질과 모욕을 던지기도 한다. 또 비보호좌회전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그냥 좌회전 신호가 들어올 때까지 주야장천 기다리는 운전자도 있다. 여성 운전자 중에 그런 분이 많은데 초기에는 나도 그 범주에 들었었다.
그러나 나는 오늘 다시 마산중부경찰서 앞 교차로에 붙어있는 비보호좌회전 표시를 바라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보호라고? 국민을 보호하지 않겠다고? 죽든 살든 알아서 하라고? 알아서 하라고 해놓고 사고가 나면 책임은 지라고 하겠지. 그게 늘 국가란 존재가 국민을 향해 해오던 짓이었으니까. 그러다 결국 그런 생각도 체념으로 바뀌었다. 온 국민을 다시금 약육강식의 정글로 내던지려는 정부도 있는 마당에 그깟 도로에 붙어있는 ‘비보호’ 따위가 무슨 대수겠는가 말이다.
2008. 9. 17 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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