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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경남지사, 신종플루 확산에 100억 날리고도 유감?

경남도지사가 사고를 쳐놓고 '도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걱정을 끼쳐드린데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발표했다. 참 편리하다. 사고를 쳐놓고도 그냥 유감 한마디면 만사 OK다. 배워도 더럽게 배웠다. 용산참사 때 국무총리란 사람도 여섯명의 아까운 죽음 앞에 유감이란 단어를 썼었다.

그때도 나는 그런 말을 했었다. 유감이라고? 나는 그런 말을 하는 네가 유감이다. 도대체 국민을 죽여놓고 유감이라고? 세상에 그런 말도 있던가. 백배사죄를 해도 들어줄까 말까 한데 유감이라니. 하긴 이명박이란 사람은 얼굴에 철판이라도 깔았는지 청와대에 숨어 유감이란 말조차 꺼내지 않았다.  

'월드 콰이어 챔피언십' 개막식. 이 대회로 유입된 신종 플루로 지금 경남이 떨고 있다. 사진=경남도민일보


유감이란 참으로 편리한 말로서 특히 정치인들에겐 매우 유용한 용어다. 상대방의 행위를 비난할 때도 이 말을 사용한다. 또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시할 때도 이 말을 쓴다. 이처럼 편리하고 유용한 말이 다시 없다. 상대를 비난하는 사람도 언뜻 잘못 들으면 비난처럼 들리지 않으며, 사과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사과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대충 얼버무리고 넘어가기에 가장 적당하고 훌륭한 말이 이 유감이란 말이다. 그럼 도대체 경남도지사가 무엇 때문에 유감이란 말까지 써가며 담화문을 발표했을까? 경남도민일보에 난 기사를 보니 그 전말이 가히 심상치 않다. 경상남도가 국제합창대회를 유치했는데 입국자 중에 신종 플루 환자가 집단적으로 있었다는 것이다.

12일 오후 9시 현재, 인도네시아 합창단원 13명과 우리나라 자원봉사자 1명 해서 14명의 감염이 확진됐으며, 같은 합창단원 28명과 우리나라 자원봉사자 2명 등 30명이 1차 양성반응이 나와 정밀검사 중인데 대부분 확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한다. 신종 플루란 게 무엇인가. 불과 몇 달 전 돼지독감이란 악명으로 세상을 떨게 만들던 바로 그것이 아니던가.

발원지 멕시코에서는 수백명이 숨지고 미국과 유럽, 일본, 아시아로 확산되던 신종 플루였지만 우리나라에선 힘을 쓰지 못한 것을 두고 세계가 놀라기도 했었다. 우리는 이를 두고 스스로 뛰어난 방역체계와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자랑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신종 플루가 한꺼번에 40명이 넘게 경상남도에 들어왔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가. 아직 신종 플루의 악몽이 채 사라지지도 않은데다 최근 다시 신종 플루가 기세를 올릴 조짐을 보인다는 기사를 본지가 엊그제다. 그런데 이런 악몽 같은 일이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일어나다니…. 도지사란 자는 백배사죄하기는 커녕 유감이란다. 협조와 성원으로 믿고 지켜봐 달란다. 

게다가 김태호 도지사는 이번 사건으로 날리게 된 100억 원의 혈세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다. 100억 원이 적은 돈인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험에 빠트리고 도민의 혈세 100억 원을 날렸는데도 저리도 뻔뻔한 모습을 본다면 어떤 노인은 혀를 찰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80 줄에도 세치 혀 놀리기를 쉬지 않는 김동길이라면 당장 혀를 깨물고 자결하라고 윽박질렀을 것이다.

그러나 인자는 성인을 알아보고 도둑은 도둑을 알아보는 법, 김동길 씨는 그런 사정을 잘 알기에 불필요한 조언 따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이 대회를 유치하려 할 때부터 도내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있었다고 한다. 경남합창연합회가 김태호 지사에게 반대의견을 직접 건의했다고 한다.

이들에 의하면 "경남도가 유치한 세계합창대회를 여는 인터쿨투르는 막대한 자금을 요구하는 상업성이 짙은 단체이며, 대회 권위도 참가비에 걸맞지 않아 세계 여러 합창단들이 꺼리는 대회"라는 것이다. 그리고 역시 대회 시작 전부터 실패는 예감되었다. 80여개국 400여개 합창단의 참가를 목표로 했지만, 고작 24개국 166개 팀만이 참가했다.
 
그것도 국내 합창단 99개를 빼면 몇 팀 되지도 않는데다가 그조차도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가 전부다. 그런데 경남도와 인터쿨투르는 책임을 신종 플루에게 넘기려 하고 있단다. 신종 플루란 악성 전염병을 도내에 유입시킨 잘못에 대한 반성은 고사하고 아예 100억 원에 달하는 혈세를 낭비한 책임을 전염병에 돌리는 추태를 부리고 있다.

마치 똥 싼 놈이 바지를 버린 책임을 똥에다 대고 묻겠다는 어이없음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김태호 지사, 나는 당신 같은 사람이 경남도지사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대단히 유감스럽다. 생각 같아서는 지금 당장 경남도청으로 달려가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도민의 생명과 건강이 위험에 처했으므로 어쨌든 싼 똥부터 빨리 치우기 바란다.
    

ps; 방금 저녁 뉴스에 의하면 이미 신종 플루의 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도교육청에 의하면 신종 플루에 감염된 초등학생도 발견되었다. 이미 행사에 동원되었을 수많은 학생들의 감염여부가 걱정되는 상황이다. 일부 학교는 조기 방학을 고려하고 있을 만큼 위협적인 상황이다. 보통 일이 아니다. 이러다 국가재난사태라도 선포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