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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마산에 찾아 온 야외 발레공연

어제 일요일, 마산 315아트센터 야외특설무대에서 문화공연이 있었습니다.
공연 제목은 <찾아가는 발레공연>입니다.

문화생활에 굶주린 마산시민 중 하나인 우리 가족들도 헐레벌떡 315아트센터를 찾았습니다.
오늘 문화공연이 있다는 정보는 마침 지난주에 있었던 <경남블로거 컨퍼런스>에 참여했다가 315아트센터에 붙여진 벽보를 보고 알았습니다.

마산에서 이런 거 구경하기는, 그것도 공짜로 시원한 야외특설무대에서 가을바람 콧구멍에 넣어가며 구경하기는 난생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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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라고 헐레벌떡 뛰어오다보니 밥도 못 챙겨 먹었습니다.
저는 그 옆에 맨바닥에 쭈그려 앉아 김치컵라면 먹었습니다. 우리 마누라는 공연 팜플렛을 정독하고 있습니다.
공짜공연이니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결연한 각오로 진지한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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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미리 계단에 모여 앉아 있습니다. 대형 계단이 관객석이고 계단 앞 인도에 특설무대를 설치했습니다.
나중에 공연이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이 관람석은 입추의 여지가 없는 시민들로 가득 들어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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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학생들의 발레로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정말 예쁘더군요. 발레도 정말 잘 했습니다. 물론 저는 처음 보는 발레였지만, 상당히 잘 한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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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를 하는 어린이 뒤편으로 보이는 도로에 자동차들이 라이트를 비추며 바삐 뛰어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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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생인 김주완 군이 섹소폰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요. 도민일보 김주완 기자하고 이름이 같군요. 대단한 실력이었습니다. 공부는 안 하고 섹소폰만 부나? 사회자 말로는 공부도 엄청 잘 한다고 하던데, 정말일까? 부러웠습니다. 사실 학창시절에 저런 특기 하나씩은 배워놔야 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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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아 구경하던 초등학교 1학년짜리 딸아이가 제게 물었습니다.
"아빠, 저거 뭐 하는 거야?" 제가 대답했습니다.
"음, 저건 판토마임이라는 건데. 아주 재미있단다. 지금 하늘에서 밧줄 같은 걸 서로 잡아당기고 있는 거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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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두 사람이 서로 목을 잡고 마치 드잡이하듯 싸우는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그러자 딸아이가 "어? 아빠, 왜들 저러는 거지?"
제가 대답했습니다. "응? 밧줄 당기기 하다가 서로 싸움이 났다는 걸 표현하는 거 같아. 음, 저런 게 바로 판토마임이라는 거야."
사실 저는 판토마임이란 걸 19살 때 딱 한 번 본 이후로 다시는 본 적이 없습니다. 그때 기억 하나로 오로지 판토마임이라고 믿고서 자신있게 딸애한테 설명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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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저의 믿음은 서서히 자신감을 잃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점점 과격해지기 시작하더니 무대위를 막 춤을 추듯 날아다니기 시작한 것입니다. 딱 한 번 보았지만, 제 기억으로는 판토마임이 이런 동작까지 한다고는 생각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분들은 춤추듯 날아다닌 것이 아니고, 날아다니면서 춤을 추고 있었던 것입니다.

아!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현대무용>이었나 봅니다. 저와 제 딸은 모두 입을 닫았습니다. 저는 부끄러워서 그랬지만, 우리 딸애가 왜 더 이상 말문을 열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덟살짜리가 아빠에게 보내는 배려와 위로의 침묵이었을까요?  

이 다음부터는 이 두사람이 무대위에서 펼치는 전위적 몸짓에 제게도 막 전기 같은게 저릿저릿 하더군요.
저한테도 문화적 감성 같은 것이 조금 있는 것 같더라구요. 정말이에요.

몰아치듯 온 몸을 휘감는 전율과 감동으로 그 다음 사진은 한 장도 못 찍었습니다. 찍고 싶어도 너무나 빠른 춤사위에 비해 제 카메라 셔터스피드가 너무 굼떴습니다. 한 번 누르고 나면 "처리중입니다" 멘트가 20~30초 동안 뜹니다. 이런 못난 사진기가 그래도 아래 사진 하나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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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제가 삼성디카로 찍은 최고의 걸작입니다. 삼성디카로 이 정도 찍을 수 있었다는 건 순전히 우연입니다.
발레리나가 춤추는 앞모습을 찍었는데 뒤통수가 나오고 그러는 게 바로 제 삼성디카인데, 그래도 이 사진
만큼은 기막히게 찍혔군요. 신의 가호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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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청소년발레단과 전북에서 온 리틀발레단이 합작으로 보여준 공연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리틀발레단은 5년 전부터 마산과 결연을 맺어 서로 왕래하며 교류하고 있다는군요.
환상적인 무대였습니다. 화려한 의상과 경쾌하고 수려한 동작들은 예술이 뭔지 잘 모르는 제게도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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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공연 중간에 등장한 3인조 테너. 정말 천상의 소리가 따로 없습니다. 하여튼 대단한 소리였습니다. 저는 특히 반주를 하는 피아니스트의 몸짓과 피아노 선율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어떻게 저 가냘픈 손가락에서 저리도 웅대한 소리가 나오는지. 나비가 꽃밭 위에서 춤추듯 날아다니는 그 손가락들은 정말... 촌 말로 "예술입니다."
피아노 연주는 소리만 듣는 게 아니라는 걸 오늘 알았습니다.

가사는 하나도 못 알아 들었는데, 딱 하나 귀에 쏙 들어오더군요. "얌마 얌마 갚아 얌마 야~ 얌마 얌마 갚아 얌마 야~ 갚아 리 꾸리 꾸리 꾸리 꾸 리...."

알고보니 <Nessun dorma - 공주는 잠못이루고>의 한 소절이었나 본데요, 우리 공주님은 서서히 잠이 오시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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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조금 넘어 시작한 공연이 바야흐로 9시를 향해서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회자가 무대에 올라오더니 이제부터 진짜 공연이라고 하는군요. 그럼 지금까지 본 건 식전행사???

앞으로 40분간 이용구 발레단(? 확실히 들었는지 모르겠음. ps; 확인 결과 이원국 발레단 이었음)이 환상의 쇼를 보여주겠답니다. 이거 서울 가서 볼라면 10만원 내지 15만원은 내야 볼 수 있다고 은근히 협박을 놓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가족은 오늘 문화식품을 맘껏 섭취하고 돌아갈 준비태세가 완벽한 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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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장난이 아닙니다. 진짜 프로들이 나왔구나 하는 걸 금방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무대가 갑자기 꽉 차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그냥 입 닫겠습니다. 충청도 서산 사투리로 "두 말해 뭐 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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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오늘의 히어로입니다. 정말 멋지더군요. 저는 남자가 이렇게 춤을 잘 춘다는 사실을 오늘에사 알았습니다. 남자는 그저 여자 무용수의 보조로만 생각했는데, 아니었습니다. 남자가 히어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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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음 장면부터는 카메라 전지가 다 돼서 못 찍었습니다. 이 다음부터가 더 멋진데... 쩝^^

남자 무용수 세명이 나와서 상체를 드러내고 무대위를 휘젓는 장면을 여자들이 봤다면 그냥 뿅 갔을 겁니다. 아, 제 옆에 앉아 막 박수 치면서 20대도 아닌 것이 와~ 와~ 탄성을 지르는 마누라를 곁눈질로 보며 상당히 불안했습니다.
무슨 남자들이 저렇게 춤을 잘 춥니까? 저도 완전 맛이 갔습니다.

아주 감동적이었습니다. 대단했습니다. 박수가 마구마구 터져나왔습니다. 마산에서 이런 거 구경하기 정말 힘들죠. 어쩌면 오늘 공연이 처음 시도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마 그럴 것입니다. 앞으로 이런 공연이 자주 열리겠지요. 마산시민들이 자주 문화공연 접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계가 선도해야된다고 생각도 해봤습니다.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맛을 안다고, 비유가 좀 느끼한가요? 이해해 주시기 바래요. 제 문화적 수준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걸요.

이런 예술공연이나 미술전람회 등을 자주 열어서 시민들이 문화예술에 친숙해지도록 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거 같습니다. 오늘 구경 잘 했습니다. 그냥 구경 잘 했다, 이런 표현 말고 뭔가 좀 문화적이고 세련된 인사법이 도통 생각 안 나는군요. 아직 저는 문화인 되려면 멀었나 봅니다.

하여간 오늘 공연 제목처럼, "찾아가는 .....!"

우리도 오라고만 하지 말고 좀 찾아가서 뭘 해봐야 할 텐데, 많은 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공연제목이기도 했습니다.

2008. 9. 8   파비


추신; 어줍잖은 사진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음에 혹시 DSLR 카메라 구입할 수 있으면 더 좋은 사진 많이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래 사진의 남자 무용수도 캡이었습니다. 오늘의 히어로 못지 않은 히어로였습니다. 제 사진기와 저의 솜씨 탓으로 더 많은 분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소개해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나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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