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이명박이 종교계 지도자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즐겼다고 한다. 이 자리에 모인 종교계 지도자―이들을 지도자로 부르는 것이 온당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은 언론들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당근과 채찍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도대체 그 당근과 채찍이 무엇일까 하고 궁금해서 들여다보았다. 우선 당근에 대해서 알아보자. 당근이란 다름 아닌 이명박에 대한 칭찬으로 침을 튀기는 것이었다. “대통령이 외교와 경제를 아주 잘하셔서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단다. 사진출처- 불교포커스http://www.bulgyofocus.net/news/articleView.html?idxno=57573
이명박이 외교와 경제를 아주 잘해서 뿌듯하다고? 이 무슨 염장 지르는 소리란 말인가. 종교의 울타리 안에서 기도나 염불만 외는데 정신이 팔려 세상일은 눈에 보이지 않더란 말인가. 아니면 헌금이나 시주가 늘어 교회나 절의 재정이 늘어나니 배가 부르더란 말인가. 1년 만에 나라경제를 다 거덜 낸 자에게 경제를 아주 잘하셨다고? 통미봉남에 휘둘려 국제무대에서 왕따 당하고 일왕에게 굽실대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수치심을 안겨주던 자에게 외교를 아주 잘하셨다고? 참 똑똑한 지도자들이다.
그래도 이분들이 당근만 준 것이 아니라 채찍도 함께 들었다고 하니 나름대로 위안은 된다. 그럼 그 채찍이란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대통령이 외교와 경제는 A학점인데 정치는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소통을 위해 노력하시라.” 이게 채찍이었다. 이들은 종교지도자란 이름에 어울리게 그 채찍에 아름다운 장식을 다는 친절도 잊지 않았다. “대통령은 불철주야 일하고 있지만 심장부가 잘해야 한다.” 결국 정치를 잘하라는 채찍도 ‘대통령은 잘하는데 참모들이 문제다’란 식으로 이명박 봐주기다.
물론 이분들이 청와대에서 식사대접을 잘 받았으니 그에 대한 보답은 응당 했어야 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이해가 간다. 그런데 이들은 한 술 더 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이런 저런 말씀 중에 한 분이 이번 노 대통령 서거 정국에서의 일부 방송의 보도태도에 대해 근본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지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종교지도자(?)란 사람들이 정부의 보도통제를 요구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니 기가 찬다.
그래도 명색이 일 종교계를 대표한다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상식은 달고 말을 해도 해야지 않겠는가.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독재를 권하는 것이 종교지도자들이 할 일인가. 참 한심한 종교지도자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종교지도자, 이런 식의 표현은 좀 삼가했으면 한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지도자란 말인가. 그냥 종교계 대표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까. 물론 참석자들 중에 일부 쓴소리도 있었다고 한 언론은 전했다.
한 참석자가 “세간에는 대통령이 6·15 및 10·4 선언에 반대한다는 오해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이에 이명박은 “나는 그동안 일관되게 6·15와 10·4 선언을 포함해 모든 남북간 합의를 존중해야 하고 이것의 이행 방안을 만나서 협의하자고 이야기해왔다”며 모든 남북간 합의의 이행 방안 논의를 위한 북한 당국과의 대화 의지를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발언을 구체적으로 누가 했는지에 대해선 아무도 밝히지 않았고 또 MB어천가를 부르는 분위기에 묻혀 사소한 에피소드로 끝나고 말았다.
참고로 종교계 대표들 중 유일하게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만이 이날 청와대 오찬에 불참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조계종이 MB정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이렇다.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운산 태고종 총무원장, 김희중 천주교 주교, 최근덕 성균관장, 이성택 원불교 교정원장, 김동환 천도교 교령, 한양원 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 7대 종단 대표들이다. 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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