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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이런저런이야기

비정규직은 무급으로 쉬는 황금연휴가 괴롭다

경남도민일보 블로거강좌에 갔다가 찍은 사진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

석탄일, 초파일 등으로도 불리는 날입니다. 석가모니는 인도의 카스트 중에서도 크샤트리아라고 하는 왕족무사계급에서 태어난 분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뜻한 바가 있어 모든 부귀와 영화를 버리고 고행의 길을 떠납니다.

 

그리고 보리수나무 아래에서 6년간 고행을 한 끝에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부처가 된 것이지요. 석가가 이렇듯 고행을 하신 뜻이 어디 있었겠습니까. 모두 중생을 구제하고 자비를 베풀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석가가 왕이 될 지위마저 버리고 중생구제의 뜻을 두고 출가를 했을 때 그에겐 아들이 하나 있었다고 합니다. 그 아들의 이름이 라훌라라고 했던가요? 그 뜻을 풀이하면 이라고 하니 철저하게 자신을 버리고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석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지요.

 

나중에 라훌라는 혹이 아니라 석가의 십대제자 중 한 분이 되었다고 합니다. 성철스님에게도 따님이 한 분 계셨는데 그 이름이 아마 불필不必이었지요? 라훌라와 불필, 뜻이 비슷하군요. 그분도 성철스님을 따라 구도의 길을 걷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어느 신문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는군요

 

오늘은 국가공휴일입니다. 저 같은 불자도 아닌 사람이야 오늘이 하루 쉬는 날이란 것이 사실은 더 중요하죠. 게다가 5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니 부처님의 자비가 온 세상에 내린 듯 기쁘기가 한량없습니다.

 

그런데 석가탄신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유래를 들여다보면 그리 썩 유쾌한 일만도 아니랍니다. 성탄절은 본래 공휴일이었지만, 석가탄신일은 1975년이 되어서야 겨우 공휴일로 지정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소송을 하는 등 노력 끝에 겨우…. 제가 국민학교 5학년 때 처음 부처님 오신 날이란 이름으로 하루 쉬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도 무지 기분이 좋았었지요.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기독교의 사랑에 비해 불교의 자비가 하등 모자람이 없을진대 왜 차별을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저는 천주교에 적을 두고 있긴 하지만 지금도 그런 생각이 든답니다. 여하튼 오늘은 하루 쉬는 날이니, 게다가 황금연휴까지 만들어주셨으니 부처님의 자비가 세상에 차고도 남을 것 같은 날이에요. 이런 날 그냥 보낼 순 없죠.

 

가장 친한 친구 종길이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 친구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저의 요구를 거절하는 법이 없답니다. 종길아, 잘 지내나? 오늘 쉬는 날이재? , 맞다. 어제부터 쉰다. 5일까지 연휴다. 그란데 쉬먼 뭐 하노? 돈을 안 주는데. 우리 무급으로 쉰다 아이가.

 

무급? 공휴일인데 와 무급이고. 그럼 안 되지. 30일 중에 5일이나 월급 빠져버리면 뭐 먹고 사나. 고마 그냥 일하겠다고 하지 그랬나. , 그게 되나. 라인 끊어지면 다 쉬어야지. 내 혼자 나가 코 파고 있을까? 연휴가 이거 사람 쥑이는 기다.

 

그렇구나. 참 더럽네. 그건 그렇고 오늘 부처님 오신 날인데 우리 어디 조용한데 가서 막걸리나 한잔 할래? 그라까? 그라모 옷 입고 서로 전화하기로 하자. 어디서 만날 건지.

 

우리 친구는 비정규직이랍니다.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는 9백만에 이른다고 하는데도 사람들은 비정규직에 대하여 잘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비정규직 문제를 거의 매일 들으면서도 실상은 잘 알지를 못한답니다.

 

그러니 오늘처럼 부처님의 자비가 온 누리에 내리는 날에도 무급으로 놀아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던 거지요. 그나저나 5일 황금연휴를 돈 한푼 못 받고 쉬어야 한다는 친구녀석에게 막걸리 값 내라고 하긴 틀렸나 봅니다.

 

가만 지갑에 돈이 좀 들어 있나? ㅎㅎ      파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