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을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시절이다.
엄혹한 시절, 두 부류의 선택이 있었다. 하나는 어려운 가운데서도 고난을 감내하며 조국의 독립에 헌신하는 선택이었다. 그 길은 고달프고 험난했을 것이다. 목숨마저도 내놓아야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어떤 이들은 가시밭길 그 길을 선택했다.
또 하나의 선택은 달콤하고 배부르고 하루하루가 기쁨으로 가득한 현세적 선택이었다. 그 길은 안락하고 평온했으며 자식들에게 편안한 삶의 기반을 물려줄 수 있었다. 비록 양심을 버렸다는 비난을 받을지언정 어떤 이들은 기어코 붉은 주단이 깔린 배신의 길 그 길을 선택했다.
<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을 읽으며 들었던 감정은 가시밭길을 선택한 지사들에 대한 경외, 사랑 이런 감정보다는 배신의 길을 선택한 어떤 이들에 대한 증오와 분노의 감정이었다. 원래 감정이란 것이 긍정보다는 부정에 더 빨리 더 깊이 반응하는 것이라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되 아무튼 그랬다.
최근 다시 <일제강점기, 그들의 다른 선택>이 생각나는 것은 이른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시작된 청문회 때문이다. 청문회장에 불려나와 답변이라는 것을 하는 자들의 꼬락서니를 보고 있노라면 울화통이 터져 금세 허파라도 뒤집어질 듯해도 어쨌든 그런 자들을 보며 이른바 <그들의 다른 선택>이란 것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된다.
얼마 전 시위 중 물대포에 맞아 의식을 잃은 채 서울대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백남기 농민의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라고 적은 의사가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비난했다. 대부분의 의사들도 그의 병사 판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선택에 당당했다.
우병우도 마찬가지다. 그는 최순실을 몰랐을 리 없으며 만약 몰랐다면 무능해도 이만저만 무능한 민정수석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심문했으며 그를 기화로 승승장구했던 검사 출신치고는 너무 형편무인지경이다.
그의 선택은 대체 무엇이었을까? 늦은 밤 청문회를 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거칠고 고달픈 양심의 길과 붉은 주단이 깔린 배신의 길 중에. 승승장구했던 검사 출신의 법조인,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 대한민국 권력기관을 관장하는 민정수석으로서 그가 선택한 길은 무엇이었을까?
그리 깊이 고민할 문제는 아니다. 결론은 버킹검이라고 했다. 뭐니 뭐니 해도 모든 것은 머니로 통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것처럼 모든 배신의 길은 머니로 통하게 돼있다.
그 외 오늘 나온 청문회에 나온 간호사 조여옥 대위 같은 사람은 논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다. 함께 동행한 감시원인지 간호사 동료인지 이슬비 대위인가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군인이며 로봇일 뿐이다. 국방부의 지시를 받아 사전에 답변 원고를 달달 외워 말하는 폼이 참 안쓰웠다. 그렇다고 불쌍해보이지는 않았다. 가증스러웠다.
아무튼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밤이었다.
정신이 ‘회폐’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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