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오였다. 아들이 하나 더 있었다. 부산한 아침, 좁은 아파트가 아들이 하나 더 있으니 더욱 좁아보였다. 그런데 큰애와 딸아이는 이름이 생각나는데 둘째 놈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 것이다. 아무리 기억하려 애써도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민자 돌림일 텐데, 뭐지? 뭐였더라? 애들 듣는데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고 와이프를 조용히 방으로 불러서 속삭이듯 물어보았다. “이봐요, 둘째 놈 이름이 뭐였지?” “아이고 내참, 그것도 모르나? 말도 아이다.” “아니 이상하게 기억이 안 나네?” 혀를 끌끌 차는 와이프에게, “이봐요, 그러지 말고 여기다 적어봐. 괜히 큰소리로 말하면 듣고 섭섭해 할지 모르니까, 여기다 살 적어보라고.” 와이프는 귀찮다는 듯 노트를 빼앗아 급히 몇 자 적고는 거실로 나가버린다. 그러나 노트에는 아이 이름은 없고 웬 알아보지 못할 글자들만 적혀있었다.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들놈들은 “아빠, 학교 갔다 올게” 하고는 나갔고 집에는 딸아이와 와이프 그리고 나 이렇게 세 사람만 남았다. 딸아이는 시간이 늦었는지 부랴부랴 교복을 차려입고 현관을 나서다가 되돌아서며 큰소리로 말한다. “아빠, 비가 많이 오네!” “어? 그래?”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정말 비가 억수처럼 쏟아진다. “안 되겠다. 내가 학교까지 태워줄게. 여보, 당신도 같이 가자.” 딸아이와 와이프를 태우고 아파트를 빠져나오자 기다란 대나무숲 사이로 뚫린 길이 나타났다. 처음 보는 길이었지만 그걸 따질 여유는 없었다. 급하게 악셀을 밟았다. 미끄러지듯 빗물에 젖은 아스팔트를 달리는데 대나무숲길 끝 삼거리에서 버스 한 대가 끼이이익 소리를 내며 급정거를 하는 것이 보인다. 너무 놀라 우리도 차를 멈추어 섰는데, 아뿔싸, 버스 밑에 웬 남자가 깔려 있었던 것이다. 정지된 차는 웬일인지 출렁출렁 좌우로 흔들거리는데 배를 땅에 댄 남자가 버스 밑에서 기어 나오는 것이 보이고, 그의 배 밑에서 누렇고 끈적끈적한 액체가 흘러내리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그게 똥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하는 의문으로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느끼며 현기증이 났다. 아,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람, 대체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없던 애가 하나 더 생기고, 그 아이 이름도 기억할 수 없고, 또 갑자기 버스 밑에서 웬 남자가 질퍽거리는 누런 액체를 흘리며 기어 나오고, 너무나 혼란스러운 나머지 나는 비명을 지르며 눈을 크게 떴다. 꿈이었다. 늦잠을 잤다. 딸아이는 학교 갈 준비로 분주하고 와이프는 밥상을 차리고 있었다. 날은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또 꿈이었어. 그래도 어제 꿈보다는 좀 낫다. 어제는 정말 악몽이거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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