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al, 서바이벌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생존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서바이벌 게임의 서바이벌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었습니다. 상대를 죽여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절박한 목표이며 살 떨리는 욕구였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냐고요? 해봤으니까 알죠. 흐흐~
@사진. 실비단안개/ 단디뉴스 대표 권영란 기자. 폼은 멋지심.
모든 여행은 시작이 아름답습니다. 새로운 여정을 향한 출발은 언제나 가슴 부푼 기대로 시작하게 마련이죠. 어제도 그랬습니다. 합천 황강레포츠축제 팸투어. 경남도민일보 부설 협동조합 <해딴에>가 기획한 행삽니다. 물론 저도 참석했죠. 오래전부터 지기로서 잘 알고 있는 해딴에 단장님이신 김훤주 기자의 특별배려로 함께하게 됐던 것입니다.
수련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이사와 실비단안개
왼쪽은 경남도민일보 정성인 기자
역시 시작은 아름다웠습니다. 태풍 할롤라가 몰려온다고 해서 걱정했지만 다행히 날씨는 좋았고 우리는 충분히 들떠 있었습니다. 합천에 진입하기 전 들른 대의휴게소에는 예쁜 연꽃들이 한껏 단장하고 사람들을 반겼습니다. 블로거 본능은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요? 살아있네~ ㅎㅎ
하지만 잠시 후 맞이하게 될 살인경기를 그 아름다운 마음들은 생각이나 했을까요? 이번 팸투어에 참여한 14명 중에 서바이벌을 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답니다. 실비단안개님과 저만 빼고 모두들 해보겠다고 의욕을 보이더군요. 그때 생각했습니다. 역시 사람에겐 숨겨진 거시기본능이 있는 거야. ㅠㅠ
@사진. 실비단안개
실비단안개님은 여자고 나이도 있으시니까 빠졌다 치고 저는 왜 빠졌냐고요? 공식적으로 내세운 이유는 반전평화주의자인데다 실비단님이 빠지면 제가 빠져야 6대6으로 짝이 맞는다는 것이었지만, 사실은 겁이 나서 빠졌어요. ㅠㅠ 군대까지 갔다온 놈이 왜 그러냐고요? 저 사실 군대 가서 험한 훈련 안 받아봤거든요. ㅎ
@사진. 실비단안개/ 전쟁 시작 전 안전교육. 쓰레빠 신고 있는 자가 나
대신 저와 실비단님은 전쟁터가(서바이벌 게임장이) 내려다보이는 둑 위에 서서 사진을 찍었죠. 경기는, 아니 전쟁은 싱겁게 끝났답니다. 겨우 10분 정도? 한쪽 병력이 전멸하고 말았으니. 세상에 무슨 놈에 전쟁이 이렇게 싱겁담?
경블공 합천 팸투어, 서바이벌 게임 |
@사진. 실비단안개/ 전쟁 투입
@사진. 실비단안개/ 은폐엄폐물을 찾아 전투준비
@사진. 실비단안개/ 전투자세
@사진. 실비단안개/ 왼쪽 한명 죽었음
@사진. 실비단안개/ 전사자는 이렇게 손들고 나와야 함
@사진. 실비단안개/ 나 죽었어요. 쏘지 마세요.
하지만 모두들 정말 너무너무 만족한 표정이었어요. 죽인 자도 죽은 자도 신이 나서 막 떠들어댔죠.
“와, 너무 재밌다. 이렇게 신나는 놀인 줄은 미처 몰랐네. 별로 힘도 들지 않고.”
총에 맞은 곳이 아프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그러더군요.
“글쎄 말예요. 맞긴 맞은 거 같은데 내가 총알에 맞은 건지 안 맞은 건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막 긴장되고 흥분돼 있으니까. 하하. 온몸이 짜릿하게 오그라드는 것 같은 긴장감이 정말 대단했어요.”
@사진. 실비단안개/ 전쟁 끝나고 아이스크림 먹으며 분을(즐거움을?) 삭이기
다음은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이사의 말입니다.
“이게 장난이 아니더라고. 딱 시작하니까, 내가 안 죽어야 되겠다, 적을 죽여야 되겠다, 그런 마음자세가 팍 생기더라고. 적을 죽이고 내가 살려면 몸을 낮추고 정조준해서 맞춰야 되니까…… 사람에게 그런 게 있는 모양이라. 엔도르핀이 막 솟아나는 게 느껴지더라고.”
그런 것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전쟁본능? 음, 그보다는 생존본능이라고 해두죠. 이건 다른 동물에게도 예외 없이 존재하는 거예요. 모든 생명체는 살기 위해 적을 타격하도록 설계돼 있죠. 그런데 문제는요. 그게 단순한 설계가 아니라 즐겁다는 거예요. 인간들만이 그럴 수 있는 거죠. 살생을 유희로 만들 수 있는 능력.
하지만 여기서 골치 아픈 철학적 사유를 해보자는 건 아니에요. 그건 정말 바보 같은 짓이죠. 여기선 다만 사람들이 얼마나 유쾌하고 즐거웠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거 아니겠어요? 정말 즐거운 놀이였어요. 사람들은 그 짜릿한 긴장과 전율, 쾌감, 욕구의 분출에 생전 한 번도 그런 것은 느껴본 적이 없다는 듯이 신기해하고 놀라워했어요.
시작이 너무 좋았던 거죠. 간단하게 군복만 겉에 입고 안전장구만 착용하면 되었으므로 크게 불편하거나 부담이 되는 것도 아니었어요. 게임 끝내고 지급된 옷과 장구만 벗어버리면 올 때의 상태로 원상회복되니까요. 그러고 바로 집으로 돌아가면 되는 것이었어요. 너무 간단했죠.
단 몇 가지 지적할 내용은 있네요.
첫째, 서바이벌 게임은 혼자 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라는 문제가 있어요. 서너 명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최소한 열 명 이상은 돼야 할 수 있는 경기에요. 그러니까 단체로 해야 된다 이 말씀이죠. 하지만 이거야 뭐 문제라고 할 것도 아니네요. 애초에 이런 서바이벌 게임장에 갈 거라면 단체로 갈 생각이었을 테니까요.
둘째, 합천의 서바이벌 게임장은 규모가 그리 큰 편이 아니었어요. 자그마한데다 각개전투를 할 수 있는 산비탈이라든지 험한 지형을 갖추고 있지도 않았어요. 아마 서바이벌 전문동호회라면 좀 실망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반대로 그것이 장점일 수도 있어요. 서바이벌 전문동호회는 아닌데 적당한 단체놀이감이 없을까 고민하는 분들에겐 이 게임장이 적격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규모가 작은 대신 전혀 위험하지 않고요. 힘도 들지 않고. 그저 간단하게 어릴 적 총싸움놀이 하듯이 놀면 되는 거거든요.
@사진. 실비단안개/ 산악오토바이 ATV
셋째, 이건 문제가 아니라 좋은 점인데요. 이 서바이벌 게임장엔 ATV 주행시설도 있다는 거지요. ATV가 뭐냐고요? 사륜오토바이라 생각하면 되는데요. 자세한 건 다음 포스팅 때 설명드리기로 하고요. 서바이벌 게임을 하기 전에 간단하게 몸을 푼다는 생각으로 사륜오토바이를 타고 신나게 트랙을 돌다보면 몸과 마음이 확 풀어진답니다.
그리고 이건 제 생각인데요. 서바이벌 게임을 하고 나서요. 조금만 밑에 내려가면 래프팅장이 있어요. 거기서 래프팅을 하는 거예요. 지금 같은 여름철에 정말 딱인 운동이에요. 오전 10시나 11시쯤 도착해서 서바이벌 게임장에서 신나게 몸을 푼 다음 근처에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 오후에 래프팅으로 신나게 노는 거죠.
@사진. 실비단안개/ 영광의 래프팅 출발. 노를 치켜든 왼쪽 선두가 나. ㅎㅎ
참고로 래프팅 역시 코스가 아주 부드럽고 완만해서 가족단위로 가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놀이였답니다. 우리 일행들은 서바이벌 게임도 모두 처음이었지만 래프팅도 마찬가지였어요. 모두 처음이었죠. 하지만 너무 쉽고 편하고 즐거웠다는 것. 아무튼 이 래프팅에 관해서도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기로 하고요.
마지막 한 가지. 숙박문제인데요. 여기 위치가 어디냐면요. 합천호 바로 옆이거든요. 그 주변에 팬션 등 숙박시설이 빽빽해요. 거의 모든 팬션들이 합천호를 전망으로 갖고 있으니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죠. 합천읍내가 가까우니 거기서 모텔 등에 숙박할 수도 있고요.
합천. 여름피서지로 정말 멋진 곳입니다. 오늘은 이 정도만 할게요. 사실 제가 지금 술이 약간 된 상태거든요. 합천 황강레포츠축제 팸투어 마치고 집에 와서 샤워한 간단하게 한잔 하고 있는 중이란 말씀이죠. 죄송하고요. ㅠㅠ 하지만 감동이 식기 전에 조금이라도 미리 알려드리고 싶어서.
충정으로 이해해주시길. ^^
/2015년 7월 26일 1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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