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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미국 밀항기

어젯밤 꿈을 꿨다. 미국에 밀항하는 꿈이었다. 배를 타고 갔는데, 앞이 넓고 뒤가 좁은 낙엽 혹은 오징어 모양의 배였다.

 

평평한 갑판에 경비행기 한대가 내렸다 떴다하기를 반복했었는데 항공모함이었나? 아무튼 배는 무지하게 빨랐다. 물살을 가르는 속도감이 엄청났다. 바람에 창문이 자꾸 열려서 그거 닫는다고 일어났다 앉았다 하다가 나중에는 귀찮아서 자그마한 막대기를 한 개 구해 고정시켰다.

 

사나흘 걸린다고 했는데 금방 미국 북쪽의 어느 해변에 도착해서 좀 이상하게 생각은 했다. 꿈속에서도 북쪽 근처 어디라고 해서 그럼 시애틀 근천가?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자그마한 승용차 두 대와 여자 세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여자는 우리의 여권을 일일이 확인했다. 나는 꿈속에서, 아니 밀항하는데 여권은 왜 확인하는 거지? 하고 생각했다.

 

그녀들은 우리에게 차를 한대 넘겨주었고 우리는 그 차에 탔다. 우리와 함께 간 일행(우리는 네 명이었는데 나를 빼고 모두 여자였다)이 그녀들에 돈을 나누어 주었다. 그리고 다른 우리의 일행도 돈을 나누어 주었다. 그녀는 1달러짜리 석장씩 주었고 그 앞에 여자는 얼마를 주었는지 잘 모르겠다. 더 많이 주었던 것 같다. 나는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들이 손을 흔들고 우리는 차를 달려 그 자리를 떠났다. 그때 나는 두 가지 걱정을 했다. 하나는 우리가 다시 돌아가라 때 배가 별 일 없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는 것이었고, 하나는 배가 기다리지 않을 경우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때 나는, 맞아 여권이 있으니 비행기는 타고 갈 수 있을 거야, 하고 안도했다. 그래서 밀항하는데 여권을 검사했던 거였나? 그런데 그녀들은 뭐지? 얼굴도 기억나는데…… 브로커? 그런데 웬 여권 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