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10.03 사극주인공은 왜 모두 양반이어야 할까? by 파비 정부권 (7)
  2. 2012.10.02 마의, 전노민의 첫회 퇴장이 슬픈 까닭 by 파비 정부권 (1)

<마의>, 초반 첫 회가 매우 감동적인 드라마였습니다. 앞으로도 꽤 괜찮은 사극일 거라는 기대가 듭니다. 아마도 이 드라마를 만드는 감독이 이전에 상당히 괜찮은 드라마를 만들었던 모양으로 여기저기서 기대가 큰 모양입니다.

게다가 저처럼 사상이 울퉁불퉁하다 못해 왼쪽으로 기우뚱한 사람은 “어느 누구든지 의원 한번 못보고 죽는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강도준의 포부를 그야말로 이 시대의 이슈인 무상의료, 무상교육을 벌써 조선 중엽에 선조들이 꿈꾸었다고 제멋대로 해석하여 흐뭇하기까지 합니다.

그런데 그토록 괜찮은 드라마일 것 같은 예감이 듦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옥에 티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본래 거의 모든 사극들은 주인공의 출생에 관해선 마치 무협지를 보는 것처럼 천편일률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습니다.

바로 모든 주인공은 고귀한 신분을 타고났다는 설정이 그런데요. 천민의 자식은 고사하고 하다못해 평민의 자식이 주인공이 되는 예를 사극에서 찾아보기는 힘듭니다. 오죽했으면 신분적으로 천한 기생에서 거상의 반열에 오른 김만덕조차도 출신이 서울 양반집 딸이었습니다.

물론 주인공의 부모가 되는 양반은 역모에 휘말리거나 당쟁에서 패퇴해 몰락함으로써 죽게 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마의>도 그렇습니다. 주인공 백광현은 실존인물로 글자도 알지 못하는 미천한 인물이었는데 말의 병을 치료하는 마의였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침술에 능하고 종기를 치료하는 능력이 탁월하여 내의원 의관에 발탁됐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는 말을 치료하며 얻은 오랜 임상경험으로 침술에 달인이 되었을 뿐 아니라 종기를 절개하여 치료하는 이른바 외과적 수술기법을 최초로 개발하고 보급했다고 합니다.

글자를 모르니 당연히 의서도 보지 못했을 백광현이 이루어낸 경지란 점을 생각해보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이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아마도 그는 천재였을 것입니다. 무협지 식으로 말하자면 백년에 하나 날까 말까한 기재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마의>는 주인공 백광현의 운명을 실로 무협지처럼 만들고 말았습니다. 그의 생부인 강도준은 나노라하는 명문세가 출신에 대과에 장원급제한 수재였던 것입니다. 거기다 강도준은 의술에 천부적인 자질을 지녀 읽지 않고 통달하지 않은 의서가 없습니다.

그야말로 기재 중의 기재입니다. 백광현의 생부를 천하의 기재로 만듦으로써 백광현이 의서를 한 번도 읽지 않아도 천재적인 의원이 되는 것은 당연한 운명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고 싶었던 것일까요?

하긴 뭐 그게 편할 수도 있겠습니다. 상투적이긴 해도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익숙한 스토리는 별다른 공을 들이지 않아도 설득하기가 쉽습니다. 사람들을 몰입시키기가 수월하다는 말이죠. 그리고 아무래도 상놈의 자식보다는 양반의 자식이 폼도 날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 <마의>라면 얼마든지 이따위 상투적인 공식에서 탈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소현세자의 죽음의 비밀을 얽어놓으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굳이 역적으로 몰려 죽은 강도준의 아들이 아니라 그 비밀을 알고 있는 뱃사공의 아들이라도 별 탈이 없지 싶습니다만.

아무튼 저로서는 백광현이 천민 출신이어도 얼마든지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데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왜 굳이 양반 핏줄로 만들어야 했는지 그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백광현이 명의가 되기 위해선 반드시 양반의 핏줄을 타고나야만 하는 어떤 이유가 있었을까요?

다음주 혹은 다다음주엔, 혹은 언제이든지, 백광현의 양부가 백광현 앞에 무릎을 꿇고 출생의 비밀을 밝히는 장면이 나올지도 모르겠는데 정말이지 너무 자주 봐오던 장면이라 오글거릴 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도련님. 도련님은 제 아들이 아닙니다. 도련님의 진짜 아버님께서는 대제학 대감댁의 장남이셨습니다. 대과에 장원급제하시고도 유의가 되어 백성을 돌보고자하셨던 훌륭하신 분입니다. 도련님은 아버님의 뜻을 받들어 의술을 익혀 훌륭한 의원이 되셔야만 합니다.”

에그, 밥이나 먹자!

Posted by 파비 정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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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yeogangyeoho.tistory.com BlogIcon 여강여호 2012.10.03 11: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사극을 보면서
    가끔 의문을 품었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역사를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여태 역사에서 민초들이 진정으로 승리했던 기록이 없었던 탓은 아닐까요..

    • Favicon of https://go.idomin.com BlogIcon 파비 정부권 2012.10.03 11: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암튼, 사실은 상놈이 능력이 탁월하야 출세해서 양반이 되어가는 상투적인 과정들이 재밌기는 한데.... 알고 보니 그 상놈이 실은 상놈이 아니고 양반이었다는... 이 운명적 결론이 마음에 안 든다는 거죠... 내가 상놈 출신이라 그런 생각 하는 것일까요? ㅎ

  2. 린아 2012.10.03 14: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그런거 좀 불편할때가 있더라구요.
    신분이 낮은 출신은 똑똑해도 성공에 목매고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으로 그려지고. 사극뿐 아니라 현대극에서도 그래요. 제벌2세는 망해도 인품 넘치고, 일반인은 돈에 눈멀어서 양심도 버리고고..

  3. jemiky 2012.10.03 14:52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백광현 집안은 실제 무반집안이라고 알고 있는데;;
    그래서, 전 또 사극 특유의 양반들 노예로 고생시키기-.-;; 가 초반에 펼쳐지는갑다..
    생각했음;;; 천민출신은 아닌것으로 암.

  4. br 2012.10.04 07:5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건 요즘 드라마도 마찬가지죠. 20대로 나오는 사람들은 왠만하면 상큼발랄 대학생들로만 나오니... 같은 연령대에서도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꽤 될텐데 말이죠. 일찍 취업한 사람, 백수, 자영업자등등... 하여튼 요즘 드라마 보면서 느끼는 작은 짜증이었습니다.

  5. 양현 2012.10.04 11:5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확실히 이병훈 감독 작품 (사실 한국 드라마 대부분이 그렇기도 하지만... 시나리오적 측면에서뿐 아니라, "메인남주"와 "메인여주"는 반드시 엮어지고, "서브남주"와 "서브여주"는 무슨 난리 발광을 쳐도 안되는...)에서는 운명론적인 전개가 두드러지죠.
    애초에 등장인물들의 출생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는 방식 자체가 마치 "신화적 인물의 태동"을 그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게...
    얼핏보면 밑바닥에서부터 노력과 끈기로 성공하는 인물들 같지만 다시 한번 살펴보면 그 밑에 면면히 깔려있는 운명론적인 논지... 그냥 걔는 애초에 그렇게 될, 될 수밖에 없는 인물이었던...
    그렇게 생각하면 다모는 참 앞서간 작품이었습니다. 아니, 앞으로 나올 작품들이 다모를 따를지 알 수 없으니 앞섰다는 표현은 적절치가 않지만, 어쨌든 참 구태의연과 멀리 떨어진 작품이었던거죠.
    그러고 보면 최근의 뿌리깊은 나무도 그런 면에서 참 진일보한 사극이었네요. 끊임없이 고뇌하고 스스로를 의심하고 포기하려고 하는 주인공... 단순히 왕인데 그 입으로 "지랄하고 자빠졌네" "우라질"했다는 이유로 새로운 사극 캐릭터가 아니라, 바로 그래서 새로웠죠. 그냥 당연히 자기에게 오는 운명의 흐름대로 꿋꿋이 해나가다보니 꼭대기에 올라서거나 성공하는게 아니라, 스스로도 뭐가 옳은지 모르고 고뇌하면서 나아간것...

    주인장이 마지막에 자조하듯 한탄하신 부분은 사실 한국사 아키타입으로써, 궁예의 전설에서부터 내려온 얘기죠. 홍경래 이야기도 비슷한 울림이 있군요. 그러고 보면 이요원이 주연이었던 선덕여왕도 마찬가지의 클리셰가 등장하고요.

첫 회부터 사람이 죽는다. 슬픈 일이다. 사람 살리는 일을 하는 의원이 사람 죽이는 일에 앞장서는 것도 슬픈 일이다. 죽임의 대상은 조선의 왕세자다. 하지만 드라마는 왕세자 한사람의 죽음으로 끝내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죽임을 당한다.

강도준은 대제학의 장남이다. 명문세가의 자제로 대과에 장원급제까지 했으니 전도가 창창하다. 출세가 보장된 그에게 그러나 운명적 만남이 기다린다. 왕을 대신해 대과 급제자들을 축하하는 자리에 나타난 소현세자로 인해 이 전도유망한 청년의 운명이 갈린다.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진 세자빈을 응급처방으로 살려낸 도준에게 소현세자는 의원의 길로 나서보지 않겠냐고 묻는다. 도준이 선뜻 대답을 못하자 소현세자는 실망한 듯이 다시 따져 묻는다. (대사는 물론 대충 기억나는 대로 옮긴다. 본래 의미에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천한 직업이라 생각되어 그러는 것이오?”

“아니옵니다. 사람 살리는 일을 천하다 생각하는 양반들의 생각이 천하다고 생각하옵니다.”

“하하, 그렇구려. 훌륭하오. 그러나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간 언제 칼침을 맞아 죽을지 모르니 조심해야할 것이오.”

@사진. mbc

도준은 이때부터 심중에 하나의 결심을 하게 된다. 명문가 출신으로 대과에 장원까지 한 도준은 모든 것을 버리고 의생의 길을 택한다. 그리하여 내의원 의원이 되었으나 이마저도 던져버리고 가난한 백성을 진료하는 의원이 된다.

“내 꿈은 의원 한번 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일세.”

도준은 “(소현세자를 만난 이후) 그래서 의원이 되려고 했던 것이냐”고 묻는 이명환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분이 천하다는 이유로, 가난하다는 이유로 의원 한번 만나보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없는 세상, 요즘으로 말하자면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세상이다. 

“아니네. 내가 아니라도 의원이 되어 병자를 고치려는 사람들은 많지 않나. 내 꿈은 그게 아니라 세자저하의 뜻을 받들어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하는 것이었네.”

아마도 이들의 이 짧은 대화로 미루어보아 도준은 소현세자가 청에 볼모로 잡혀간 이후 거리에서 백성들을 무료로 고쳐주며 그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던 것인지도 모른다. 세자가 돌아와 왕이 되면 하게 될 혁명을 꿈꾸며.

그러나 도준의 희망대로 소현세자는 돌아왔지만 혁명의 꿈 대신 함께 죽을 운명만 갖고 돌아왔다. 조선의 임금 인조는 세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세자의 ‘울퉁불퉁한’ 사상은 기득권세력에 의해 옹립된 자신을 비난하는 것처럼 보였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고 믿는 이른바 서학(천주교)에 경도된 세자에게 왕위가 넘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 생각됐던 것이다. 김자점을 위시한 대신들도 그렇게 간한다. 그래서 죽이기로 한다. 천륜을 저버린 왕의 음모에 도준도 희생된다.

내가 이 드라마에서 유념한 것은 천한 마의(말을 치료하는 수의사)의 아들 이명환이 출세를 위해 신분의 벽을 깨고 친구가 되어준 강도준을 배신한 비정에 관한 것이 아니다. 그런 것쯤이야 어떤 드라마건 단골소재가 아니던가.

그보다는 소현세자의 죽음으로 조선이 선진문물을 받아들여 강한 나라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아쉬움이 컸던 것이다. 아마도 이때부터 조선은 서인에서 노론으로 이어지는 일당독재의 시대로 접어들었을 게다(따지고 보면 지금도 그때와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흔히들 당쟁이란 말로 조선후기 정치사를 말하지만 내가 보기엔 도대체 당쟁이란 표현이 가당키나 할까 싶다. 당쟁을 좀 순화시켜 요즘 식으로 말하자면 정당정치가 되겠는데 조선에 그런 게 있었던가? 그랬다면 오죽 좋았을까!

이야기가 너무 비약했다. 하지만 정통성 시비로부터 늘 불안에 떨었을 인조의 나약함이 아들도 죽이고 조선의 미래도 짓밟았다는 혐의가 그리 어긋난 것은 아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드는 걸 어쩔 수가 없다.

첫 회부터 전노민이 퇴장하는 것이(물론 특별출연이긴 하지만) 슬픈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잠들기 전, 다시 생각해보아도 소현세자는 실로 불쌍한 사람이다. 도준에게 “(사건을) 들추려 하지 말라” 하고 말할 때 그는 이미 음모의 진원지가 어디라는 걸 알았던 것이다.

이런 뒌장~ 잠이나 자자!

Posted by 파비 정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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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트콤 2012.10.04 10:4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노민이 시트콤출연을
    안해서그렇지 만약에
    MBC시트콤에 나오게되면
    MBC에서 그렇게
    중도하차할 일도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