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딸 아내, 내게 처제가 있었다니 암흑 속으로부터 문득 정신이 돌아왔다. 꺼져있던 TV가 켜지면서 갑자기 환하게 밝아진 화면으로부터 치이이 하는 정규방송 전에 나는 소음이 들려오는 듯이 느껴진다. 눈을 뜰까말까 망설이다 눈을 뜬다. 아직 방안은 캄캄한 어둠 속이다. 희미한 오렌지빛깔 보안등 불빛이 창가에 서서 흐느적거린다. 목이 마르다. 물을 마셔야겠다는 생각에 무거운 몸을 이불속으로부터 끄집어낸다. 억지로 일어나 방문을 여는 순간,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대낮처럼 환한 빛살에 손으로 이마를 가리며 두 눈을 찡그린다. 아, 뭐하는 거지? 거실은 온통 살림살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책장에 얌전히 앉아있어야 할 책들이 수북이 쌓여있고 선풍기가 날름 그 위에 올라앉아있었다. 장롱에서 막 뛰어나왔을 옷가지들은 그 옆에 제멋대로 뒹굴고 의자.. 더보기 이전 1 ··· 175 176 177 178 179 180 181 ··· 102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