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전마마께서 마침내 돌아가셨군요. 바야흐로 장희빈의 말로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장희빈의 모와 장희재는 좋아서 입이 찢어질 듯 하고, 장희빈 또한 체통이 있는지라 감히 입을 찢는 시늉은 못하지만 속으로는 좋아 죽을 지경입니다.
아, 그러나 어찌 알았으리오? 인현왕후가 죽으면서까지 자기를 끌고 갈 줄이야. 인현왕후의 장희빈에 대한 증오가 이토록 대단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러고 보면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헛말이 아닙니다.
하긴 뭐 그렇기야 하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죽은 귀신이 산 사람을 어찌 할라구요. 다 옛사람들이 할 일 없으니 지어낸 말일 겝니다. 장희빈의 무덤은 인현왕후가 아니라 스스로 판 것이지요. 아마도 이번엔 확실하게 제 무덤자리를 팔 모양입니다.
인현왕후의 장례식 모습(좌), 생전의 인현왕후와 동이.
왜 어린 남자애는 여자들과 같은 차림을 하는 거지?
그러나 뭐 어떻든, 인현왕후가 이렇게 덧없이 죽고 나니 참으로 허망합니다. 인생무상…, 우선 돌아가신 왕후마마를 위해 잠깐이나마 묵념. ^^ 그런데 말입니다. 함께 테레비를 보고 있던 우리 딸아이가 그러는군요. 아시는 분은 다 아시지만 딸아이는 이제 열 살이랍니다.
"아빠. 그런데에… 금이가 여자였어? 쟤는 원래 왕자 아니야? 왕자는 남자잖아."
"무슨 말이고. 당연히 금이는 남자지. 웬 여자 타령이야?"
"아니, 그런데에… 봐라. 금이가 여자처럼 머리에 이상한 저런 거 쓰고 있잖아. 동이처럼."
아,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아니 왕자 금의 상복 차림과 여자요 후궁이며 왕자 금의 어머니인 동이의 상복 차림이 똑같군요.
그러고 보니 엄마와 아들이 똑같은 두건을 하고 있군요. 이걸 두건이라고 하는 게 맞는지는 저도 잘... 수건을 머리에 쓰고 거기다 새끼줄 매고 있는 건가?
"어? 정말 그렇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천주교식 장례식 모습. 꽃 숫자만 빼면 대충 우리랑 비슷하다.
"맞제? 남자들은 머리에 관 같은 그런 거 쓰잖아. 모자처럼. 그럼 금이도 그래야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금이는 아직 어린애여서 여자들처럼 그런 거 쓰고 있는 거 아닐까?"
그러자 열 살짜리 우리 딸아이, 어이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합니다.
"아빠, 그럼 여자들이 전부 어린애들이란 말이가? 하하하, 그건 아니지."
어쨌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이긴 하지만, 딸아이의 말을 듣고 보니 꽤 일리가 있습니다. 왜 어린애들과 여자들에겐 같은 상복 차림을 입히는 것일까요? 어쩌면 딸아이 말과 같이 여자들을 어린애처럼 취급하는, 그런 잘못된 사상 탓은 아닐까요?
신통하게도 보는 눈을 가졌다
저도 열흘 전에 모시고 살던 장인어른 상을 당해 백관 노릇을 했습니다만, 저희 집안은 천주교식으로 장례를 치루었던지라 위에 든 예와 같은 그런 문제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만약 우리도 유교식으로 장례를 치루었다면 저를 뺀 애 엄마와 아들, 딸이 모두 같은 모양의 두건을 썼을 테지요.
아무튼, 아이들의 눈이란 참으로 야무진 데가 있습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아이들은 볼 때가 많습니다. 일전에도 소개해드렸습니다만,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기 전에는 제 방에 걸려있는 금강산 그림에서 구름 속에 숨어 보이지 않는 아흔여섯 마리의 새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더랬습니다.
물론 열네 살이 된 이 큰아들은 이젠 더 이상 북한 인민화가 정창모 화백이 그렸다는 금강산에서 구름 속을 나는 아흔여섯 마리의 새를 발견하지 못합니다. 그저 구름 위에 떠 있는 단 세 마리의 새만 볼 수 있을 뿐이지요. 절벽을 타고 떨어지는 물을 보며 "엄마가 보고 싶어 바위가 울고 있나?" 하고 물어 보던 이 아이는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머리를 길게 길러 염색하는 것이 소원이던 이 아이는(방학 동안 아이는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제가 서울에 잠시 다녀온 사이 머리를 팍, 그러니까 거의 군인 스타일로 확 밀어버렸더군요. 밤 늦게 집에 돌아와 녀석의 방에 들어갔다가 저는 깜짝 놀라 기절할 뻔 했답니다.
왜냐구요? 웬 조폭 하나가 침대에 누워 있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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