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꼬? 할무이? 내가 우째 할무이고!
어제 저녁 늦게 어시장에서 김주완 기자(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와 만나기로 했습니다.
오후 8시쯤 되었을 겁니다.
택시를 타고 대우백화점 근처에 내려 청과물 시장 골목을 지나 횟집골목 쪽으로 향했습니다.
그게 지름길이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웬걸, 장사가 끝났는지 청과물 시장통 철문이 막 내려지려는 찰나였습니다.
"아이고, 큰일 났네!" 하고 돌아서려는데 철문을 내리던 아저씨가 손짓을 하며 부릅니다.
다시 올려주는 철문 밑으로 얼른 몸을 들이밀며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안 그랬으면 삥삥 돌아갈 뻔 했습니다.
하긴 뭐 그것도 나쁘진 않습니다.
애써 땀 흘리며 운동장을 돌며 운동하는 사람들도 많고,
또 듣자니 걷기 운동이 제일 몸에 좋은 운동이라는데….
만나기로 한 장소는 합천대가식당.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식당입니다.
당연히 어디 붙어있는지 모릅니다.
횟집골목 어귀에서 서성거리다 할머니 한 분에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노점을 하시는 할머니였던 모양으로 장사를 마치고 짐수레를 끌고 가는 중이었습니다.
"저, 할머니, 여기 근처에 합천대가식당이라고 있다던데요. 혹시 어딘지 모르십니까?"
"내 모릅니더."
얼굴도 쳐다보지 않고 모른다는 말만 가볍게 던진 할머니는 찬바람처럼 휑하니 지나쳐버립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짜증스럽고 퉁명스러운 불평이 뒤통수를 향해 날아왔습니다.
"뭐라꼬? 할무이? 할무이가 뭐꼬, 할무이가. 싸가지 없는 놈."
졸지에 싸가지 없는 놈이 돼 버린 저는 잽싸게 고개를 돌리며 거의 조건반사적으로다가 외쳤습니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는데, 나중에 저도 어이가 없어 웃고 말았습니다.
아마도 순간적으로 잃어버린 싸가지를 되찾기 위해 나온 돌발적인 행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아니고요. 아주머니, 아, 죄송합니다. 네…."
그러나 하얗게 샌 머리칼 사이로 비치는 머리밑이 더 하얘보이는 할머니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습니다.
정말 미안하더군요.
하지만 저만치 멀어져가는 할머니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녀는 영락없는 할머니였습니다.
머리에 검은 빛이라곤 한 점도 비치지 않았던데다 얼굴에는 도랑 같은 주름들이 깊게 패여 있었습니다.
"아, 거참" 난처해하며 약속장소를 찿기 위해 다시 고개를 돌린 순간 바로 눈앞에 귀에 익은 간판이 들어왔습니다.
합천대가횟집.
세상에, 할머니는 할머니라 부른 제가 기분 나빠 바로 옆에 있는 횟집을 가르쳐주지 않은 것입니다.
허허, 실소가 나왔습니다.
횟집 주인아주머니는 그런 저에게 웃으면서 충고를 해주시더군요.
"그라이까예. 앞으로는 절대 할무이라고 부르지 마이소.
기분 나쁘다 아임미꺼. 듣고 보이 내라도 기분 나쁘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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