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블로그를 하는 이유? 내 잘난 맛에 한다

갱상도블로그(경남도민일보 메타블로그) 10문 10답 릴레이
블로그 왜 하냐고? 재미와 만족감 때문  

10문 10답 릴레이, 저한테는 제발 안 오길 바랐지만 어쩔 수 없이 왔군요. 저는 사실 이렇게 정해진 규격에 답을 쓰는데 익숙하지 못합니다. 제가 중학교 졸업할 때쯤엔 앙케이트란 것이 유행했는데요. 저는 그것도 참 쓰기가 힘들더라고요. 우리 학교는 남녀공학이었는데 여학생들이 주로 앙케이트지를 보내더군요. 여자들 부탁이라 써주긴 했지만 뭘 썼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답니다. 

터사랑님이 여자는 아니지만, 개인적인 연도 있고 해서 역시 거절하기 힘들군요. 게다가 제가 안 쓰면 갱상도블로그의 역점사업에 막대한 지장도 초래될 것이고. 사실 터사랑님에게 릴레이 바통을 받았을 때 그런 생각이 안 든 건 아니었습니다. "이 사람 혹시 또 나한테 넘기는 거 아냐?" 그래서 전화를 해서 미리 말릴까도 했는데,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일단 임무를 받은 만큼 제 성격에 맞게 나름대로 성실하게 답을 달고자 합니다. 

1. 언제 어떻게 블로그를 시작하셨나요?   

2008년 4월 19일 블로그를 개설했다. 개설은 김주완 기자가 대행했다. 도민일보 정성인 기자가 블로그 한 번 해보지 않겠냐고 도민일보에 한 번 오라고 했다. 오라면 꼭 가는 것이 나의 성격. 그리고 대신 만들어줄 테니 글만 쓰라는데 안 하겠다고 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개설만 해놓고 전혀 운영을 안 하다가 그해 9월 1일부터 실질적으로 블로그를 하기 시작했다. 8월 30일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경남블로거컨퍼런스에 참석하고 난 후 블로그의 유용성, 위력 같은 걸 실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매우 재미있는 취미생활이 될 것 같기도 했다.

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 딸아이를 안고 있는 것이 필자

2. 블로그에 주로 다루는 주제가 무엇인가요?

블로그 이름이 <칼라테레비>다. 드라마 리뷰를 주로 쓴다. 처음에는 시사이야기를 주로 썼다. 역시 정치, 사회 이야기는 무겁다. 마음 편하게 살고 싶은 내게는 별로 적당한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드라마 리뷰에도 정치·사회적 경향성이 개입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의 테레비 이야기에는 은근히 정치적 경향성이 들어있다. 어떤 경우엔 매우 농후하다는 지적도 받는다. 특히 사극 같은 드라마는 만든 사람이 이미 정치·사회적 관점을 집어넣어 둔 경우가 많다. 대개의 국민들은 텔레비전에 익숙하다. 연속극도 많이 본다. 다음뷰에서 텔레비전을 소재로 하는 블로그가 많고 강세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진보적인(또는 그렇게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중에는 아예 텔레비전을 집에서 추방한 사람도 많다고 한다. 내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많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내 주변에는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들은 내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어떤 친구는 어떻게 그렇게 매일 테레비를 보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러나 아시는가? 내가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은 한두 시간에 불과하다. 어떨 땐 1분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왜냐? 술 먹고 어울리길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럴 땐 인터넷으로 드라마 다시보기를 한 다음 리뷰를 쓴다. 뉴스도 요즘은 거의 인터넷을 통해 보지 텔레비전으로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튼, 내가 다루는 주제는 테레비 이야기이고, 나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이명박은 드라마 덕분에 대통령까지 된 사람이다. 만약 테레비가 아니었다면 이명박이 뭐 하는 사람인지 우리가 알기나 했을까? 이것만으로도 테레비 드라마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지 않은가.

3. 하루 중 블로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계신가요?

엉뚱하게 들릴지 몰라도 거의 하루 종일 투자한다고 생각한다. 블로그를 하고 나서는 세상 모든 일을 블로그와 관련지어 생각한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책을 읽다가도, 사람을 만나도, 길을 가다가도 만나게 되는 일상들이 절대 그냥 가볍게 스치지 않는다. 심지어는 잠을 자다가 꿈을 꾸게 되면 그 속에서도 블로그를 하는 때가 있다. 실제로 꿈속에서 작성한 블로그 내용을 현실에 옮긴 적도 있다. 답을 안 달고 엉뚱한 얘기를 너무 오래 했는데, 블로그에 글을 쓰는 시간은 평균 1시간 반 정도다. 시사적인 글을 쓸 때는 생각도 많이 해야되고 신중하게 써야 하므로 시간이 좀 걸렸는데 드라마 이야기는 그냥 그저 가볍게 쓰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요하진 않는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주제를 잡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테레비 블로그이므로 주로 드라마를 보면서 주제를 미리 정한다. 그럼 드라마가 끝나고 바로 작업에 들어가고, 작성 끝내면 예약, 그리고 취침.(주제 잡는 데 시간과 노력이 더 든다. 주제만 잡으면 글 작업은 간단하다. 주제를 찾는 것이 어렵다.) 

4. 블로그를 하면서 힘든 점이 있나요?
 
없다.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은가. 블로그는 그냥 편하게 하는 거다. 쓰고 싶은 데로 쓰고, 그러다 쓰기 싫으면 안 쓰면 되고, 그러다 또 쓰고 싶으면 쓰면 되고, 만약 정히 글 쓰기가 싫다면 사진 하나 달랑 올려놓아도 누구 하나 뭐라 할 사람 없다. 처음엔 힘든 게 좀 있었다. 시사 글을 쓰면 주로 악플 전문으로 돌아다니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런 친구들 가끔 만나면 괴롭다. 그러나 이젠 그것도 면역이 들었다. 그런 친구들을 바보로 생각하니까 간단했다. 블로그는 힘들면 못한다고 생각한다.

5. 블로그를 하면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일이 무엇인가요?

모든 것에 만족한다. 좀 우습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만족하기 위해서 블로그를 한다. 나는 블로그에 올려진 내 글을 보면 매우 대견하다. 그래서 내 글을 몇 번이고, 심할 땐 몇 십 번도 읽고 또 읽는다. 그래서 나중엔 달달 외우게 된다. 이런 일이 있었다. 하루는 실수로 글이 날아갔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다시 기억을 더듬어 쓰기로 했다. 그런데 웬걸? 그냥 줄줄줄 나오는 것이다. 그 글이 하도 마음에 들어 너무 많이 읽어 달달 외웠기 때문이었다. 이런 나의 경향은 직장에 있을 때도 발휘된 적이 있다. 어떤 기획안을 만들었는데 컴퓨터 하드가 깨지는 바람에 30여 페이지에 달하는 서류마저 날아갔다. 다행히 이때도 예의 나르시시즘은 여전해서 나는 그 기획안을 달달 외우고 있었다. 걱정하던 나의 동료는 어떻게 그렇게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복원할 수 있었냐면서 머리가 너무 좋다고 칭찬을 해댔다. 그때 나는 그게 아니고 내가 만든 물건에 대한 애정이 너무 커서 그걸 글쎄 너무 많이 읽어 달달 외우게 되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컴퓨터 솔류션 업체에 물어보니 깨진 하드를 복원하는데 수백에서 수천까지 든다고 했다. 돈 벌었다. 아무튼 오늘 이 순간도 매우 만족하고 있다.

6. 하루 평균 방문객은 얼마나 됩니까?

대중이 없다. 총 방문자 수를 날짜로 나누어보니 하루 4,300명 꼴이다. 잘 나가는 날은 하루 25만이 들어온 날도 있고, 장사가 안 되는 날은 하루에 기백 명에 그친 경우도 많다. 꾸준하게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최근 선거 기타 사유로 글을 자주 안 올렸더니 방문자가 많이 줄었다. 다음뷰에서 매기는 블로그 순위도 60위권에서 지금은 40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그래도 쌓아둔 게(콘텐츠의 양) 있어서 그런지 글을 안 써도 하루 800명에서 1,000명 가까이는 들어오는 것 같다.

7.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노력한 적이 있나요?

따로 노력한 적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 좀 신경을 쓸까 생각하고 있다. 드라마 리뷰 블로그들을 살펴보면 내가 생각할 땐 영 아닌데 의외로 인기가 많은 블로그들이 있다. 이유가 뭘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다. 내 글이 길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데(주로 그들은 시사블로그를 하고 있는 분들이다), 드라마 리뷰 블로그를 보면 내 글 길이는 평균치에 속한다. 훨씬 긴 글들이 훨씬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이 드라마 분야다. 왜 그럴까? 그것도 생각해 볼 지점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방문객을 늘리기 위해 노력을 해볼까 생각 중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분은 연락주시면 후사 하겠음.(후사는 내가 좋아하는 술 사주는 것임) 아쉬운 게 있다면 포털 의존도가 너무 큰 거 같다.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고 마이 웨이 하는 블로거가 진정한 파워블로거란 생각이 든다.

8. 다른 블로그를 읽거나 댓글을 남기시나요?

잘 안 남긴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도 내 블로그에 댓글을 잘 안 남긴다. 댓글을 남기는 게 좋다고 생각되고, 그게 소통이라고 생각하지만, 귀찮은 것이 사실이다. 사실은 내 블로그에 달린 댓글에 답글 다는 것도 귀찮을 때가 있다. 그러나 성실하게 빠지지 않고 답글은 단다. 그리고 댓글도 달면 좀 길게 다는 편이다. 내 의견을 제대로 밝히고 싶어서다. 그냥 품앗이 또는 인사치레로 다는 댓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게 생각한다. 짧게나마 의견을 밝히는 것이 진정한 댓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남의 글을 읽었으면 댓글은 남기는 게 도리라고 생각은 한다. 앞으로 댓글을 달도록 노력해보겠다. 다른 블로그 글은 열심히 읽는다. 그래야 내 블로그도 발전하기 때문이다.

9. 블로그로 돈을 벌려고 해보셨나요? 혹은 블로그로 수익이 있다면 가장 많은 수익이 생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재미와 만족감이다. 돈벌이에 대해선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러나 2년 가까이 블로그를 하면서 수입도 꽤 있었다. '꽤'라고 말하는 것은 재미와 만족으로 하는 놀이 치고는 수입이 괜찮기 때문이다. 블로그를 해서 캐논 DSLR 카메라도 한 대 구입했고, 아들에게 40만 원짜리 전자사전도 하나 사줬다. 그리고 아내에게도 신발 사 신으라고 220만 원 정도 준 것 같고, 술값으로도 좀 썼다. 수입은 주로 구글 광고에서 나오는 수익이고 다음애드센스, 뷰애드, 알라딘 등에서 나오는데, 이런 광고들을 단지는 1년 조금 넘었다. 구글 광고 수입은 요즘은 별로 많이 안 나오는 것 같다. 같은 광고라도 콘텐츠 영역에 따라서 수익 규모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시사블로그는 수익이 거의 안 난다. 여행, IT 같은 콘텐츠가 광고수익이 훨씬 낫지 않을까 짐작한다. 내 경우도 여행이나 카메라 관련 블로그에 들어가면 거기 달려있는 광고가 몇 개든 다 보고 나왔었다. 왜냐하면 그것들도 관련 정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뷰애드에서 앞으로 어느 정도 수입이 될지는 모르겠다. 지난 4월에는 부산의 커서님 덕분에 여수엑스포 팸투어에 참여해서 40만 원 벌었다. 블로그를 하다 보니 좋은 구경 시켜주고 맛있는 거 사주고(엄청 잘 먹었음) 돈까지 주고, 이런 황송할 데가 있나 싶었다. 물론 공짜는 아니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블로그로 수익을 얻었다 할 정도의 모델이 우리나라엔 아직 없는 것 같다.  
 
10. 새로 시작하는 블로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없다. 그래도 의무적으로 반드시 한마디 해야 한다고 한다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해보고 생각하자."

하하, 사실은 이 말은 내가 회사 다닐 때 매일 아침마다 하는 구호였다. 일종의 제안제도 구호였는데, 적극적으로 개선활동에 임하자, 뭐 그런 뜻이었던 것 같다. 블로그도 마찬가지다. 세상 다른 모든 일도 마찬가지리라. 미적거리지 말라. 해보고 생각하라. 그러면 길이 열릴 것이다.

이상으로 10문 10답 릴레이 숙제를 마칩니다. 이거 숙제가 좀 어려웠나 봅니다. 시간을 보니 한 시간을 훨씬 넘겼군요. 터사랑님께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그래도 릴레이에 동참할 수 있었습니다. 자, 그럼 바통을 누구에게 넘길까요? 이쪽을 보니 저쪽이 울고 저쪽을 보니 이쪽이 웁니다. 그러나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게 운명이라면 운명입니다.

농담이고요. 실은 제가 아는 블로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교우관계가 빈약하다고나 할까요. 커피믹스님에게 릴레이 바통을 넘기겠습니다. 거다란 닷컴의 커서님과 커피믹스님 두 분 모두에게 바통을 넘기고 싶었지만 한 명만 선택하라고 하니…, 여권우선의 원칙에 입각해 커피믹스님에게 릴레이를 계속할 임무를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커피믹스님은 <달짝지근>이란 달짝지근한 블로그를 운영하고 계신 분으로 실제 만나보면 더 달짝지근한 분입니다. 참고로 커피믹스님은 커서님과 한집에 사는 분이기도 합니다. 한집에 살아서 성씨가 같은 커씨인 건 아닙니다. 두 사람은 부부인데, 부부가 둘 다 김씨라고 해서 한집에 살아 그런 것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아 이 무슨 횡설수설. 

아무튼 커피믹스님 달짝지근하게 부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