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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같은 곳만 계속 걸리는 경품추첨, 참 신기하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고요? 맞습니다, 맞고요.  

곰플레이어로 영화 한 편 보고 나니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왔습니다. 평소엔 무심코 지나치지만 왠일인지 오늘은 그냥 가기가 싫었나 봅니다. 무언가를 증정한답니다. 도착한 쪽지를 확인하려면 <예>를 누르라는군요. 그래서 시키는대로 예를 꾹! 살짝 기대와 함께.  



그랬더니 아래와 같은 화면이 나타났습니다. 캡쳐 이미지라 여러분 눈에는 안 보일 테지만, 화살표처럼 생긴 큰 추가 좌우로 흔들거립니다. 그리고 그 밑에 STOP이라고 쓰여진 글씨를 마우스로 꽉 누르면 추의 속도가 떨어지면서 마침내 어느 하나의 행운에 멈추게 됩니다.  




저는 이런 행운이 저에게 멈추기를 기대하며 STOP을 눌렀습니다. 기대가 너무 컸나요?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 ….




제게 내린 행운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아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더니…. 찢어지는 날개의 아픔이여.




그러나 좌절해선 안 됩니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울면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그럼 크리마스날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안 주신다나요? 아무튼 정신을 가다듬고 처음부터 다시 했습니다.

다시 증정안내 쪽지의 <예>를 힘차게 누른 다음




흔들거리는 추를 째려보다가 힘차게 STOP을 꽉!




그러나 역시 결과는 날개 달린 기대의 한없는 추락~.
아아, 또다시 찢어지는 날개의 아픔이여!
날개 달린 짐승의 이 뼈아픈 심정을 누가 알리요.



어라? 그런데 열 번을 계속 반복해도 추가 멈추는 지점이 똑같네?




그리고 또다시 열 번을 반복해도 추는 계속 멈추었던 지점에 마치 무슨 자석이라도 달린 것처럼 멈추어 서는군요. 아니 거기다 누가 꿀이라도 발라 놓았을까요? 

나의 이 튼튼한 두 날개는 이리로, 바로 아래와 같은 이리로 날아가려고 그렇게 발광을 하건만…

 


어째서 이놈의 자석에 미친 추란 놈은 계속 이 모양으로 내 야심찬 날개를 꺾는단 말입니까?
이거 혹시 컴퓨터가 고장이라도 난 거 아닐까?




아, 이런 게 바로 중독이란 건가 보다. 게임 중독, 경마장 중독, 빠찡꼬 중독, 이런 걸로 패가망신했다는 소리를 매스컴에서 많이 들어봤는데요. 쉽게 말하면 노름에 빠졌다 그런 말이지요. 어? 이번엔 그림이 바뀌었네요. 사람이란 알고 보면 참 단순하답니다.

다시 날개에 힘이 불끈 솟습니다. 그러나 보시는 바와 같이 역시 계속되는 STOP에도 불구하고 멈추는 지점은 똑같습니다. 나의 날개는 바로 그 위, 조금만, 조금만, 딱 1Cm만 더 날기를 원하지만 어김없이 멈추어서는 곳은 딱 거깁니다.

여기도 무슨 꿀을 발라놓은 것일까? 으이그~




그리고 나타나는 다음과 같은 화면. 성명,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핸드폰번호, 이메일을 적으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니 뭐 걸리는 게 있어야 적어도 적을 거 아닙니까? 겨우 율곡선생 모친 그림 한 장에 제 신상명세를 넘길 수야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무리 그렇지만 제가 그래도 5만 원짜리 이상은 되거든요. 그리고 그 5만 원도 꼭 준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어째서 추나 회전판이 멈추어 서는 곳이 무려 40여 회 동안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바로 거기 꼭 그 자리에만 멈추어서는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너무나 신기해서 이젠 날개 따위는 잊어버리고 그저 이번에도 또 거기 멈추어서는지 그게 궁금해서 STOP을 누릅니다.

그러면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봄맞이 행운가득 페스티벌. 크크~ 그러고 보니 날개를 아주 꺾은 것은 아니었군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