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에서 제일 맛있는 것은? …… 사람!
여수에 다녀왔습니다. 저로서는 생애 두 번째로 여수에 갔던 것입니다. 사실 제가 여수에 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경상도 사람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저도 경상도, 아니 제가 살고 있는 마산, 창원 땅을 벗어나 멀리 떠나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이러할진대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분들을 보면 몹시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내 나라 땅도 제대로 밟아본 곳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남의 나라 땅까지 다니는 분들을 보면 부럽지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남의 나라 땅보다는 내 나라 땅을 여행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소리냐고요? 그러나 저는 알 것 같습니다. 특히 여수에 가서 그걸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을 있었습니다. 해외여행에서는 절대 느끼고 맛볼 수 없는 것들이 여수에는 있었습니다. 바로 말이 제대로 통하는 정겨운 사람과 혀를 즐겁게 해주는 음식이었습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저의 헛소리였습니다. 그러나 여행의 진미를 잘 아시는 독자라면 틀림없이 제 헛소리에 박수까지는 아니라도 고개 정도는 끄덕거려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실 겁니다. 네, 훌륭한 경치에는 반드시 감미로운 맛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도 있잖습니까? 아, 이건 진짜로 헛나온 말이었습니다. 실수~ ㅋ
여수는 그야말로 여행의 3박자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도시였습니다. 아름다운 경치, 맛깔스런 음식, 그리고 그 경치와 맛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사람들, 이 세 박자가 잘 어우러진 여수는 진짜 여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뭔가 사연이 생길 것 같은 이름을 가진 도시 여수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여수를 흔히들 예향이라고 말합니다. 예향,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고을'이란 뜻입니다. 하긴 전라도 치고 예향 아닌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전라도는 집집마다 그림 한 점 안 걸어놓은 집이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허름한 시골의 다방이라도 산수화나 꽃 그림, 글씨 한 점 정도는 꼭 걸려 있습니다.
이건 저의 개인적 의견이긴 합니다만, 심지어 전라도 사람들은 말소리조차도 마치 노래를 부르는 듯합니다. 그들의 대화를 듣노라면 마치 잘 빠진 창 한 자락을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들의 억양엔 시적 운율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서편제와 동편제가 모두 전라도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니 남도의 구석구석이 모두 예향인 것입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여수를 예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예술의 인적자산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양한" 이란 문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수는 전통적인 문화예술의 인적 자산뿐만 아니라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문화예술의 인적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고장입니다. 그 대중적인 자산 가운데 왕년의 영화배우 박노식과 백일섭도 들어 있습니다.
백일섭은 현재 여수엑스포 홍보대사라고 하는군요. 게다가 8, 90년대의 암울했던 젊은 시절, 칙칙한 지하 만화방에서 그래도 살아있는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던 허영만 화백이 태어난 곳도 여수입니다. 여기에 세계가 인정한 소나무 사진가 배병우의 예술세계도 있습니다. 이처럼 전통과 현대의 문화예술이 잘 어우러진 그런 곳에서 엑스포가 열린다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어떤 훌륭한 사람들보다도 여수를 사랑하는 평범한 여수시민들이 저는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수에서 만난 여수사람들은 정말 열정적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멀리 경상도에서 여수엑스포 팸투어를 위해 왔다는 저를 위해 30여 분 가까이 설명을 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스스로 여수엑스포 홍보대사라고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그 열정은 예향 여수의 힘이요 자긍심이었습니다. 어떤 열정도 자긍심이 없으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예술적 감수성이 없이 뜨거운 마음이 일어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여수사람들에겐 자긍심과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해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멀리 객지에서 온 여행객을 위해 아낌없이 시간을 내어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꼭 이런 말들을 했습니다.
"여수엑스포는 여수를 위한 것만이 아니에요. 이건 세계를 위한 일이지요."
저는 그렇게 열정적인 여수시민들을 보며 "여수시가 시민들 제대로 세뇌시켜놓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어 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렇게 자발적으로 세뇌되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여수시민들은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구나." 그리고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한용운 스님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그들에게 여수는 님이요 사랑이었습니다.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남도 사랑합니다. 자기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뜨거운 사람은 다른 고장에 대한 애정도 뜨겁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수시민들의 "여수엑스포는 세계를 위한 것"이란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서 사랑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이번 여수엑스포 팸투어에서 얻은 가장 귀한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과 그 속에서 끌어올린 맛, 그리고 그보다 더 아름답고 맛있는 여수 사람들…
여수에 다녀왔습니다. 저로서는 생애 두 번째로 여수에 갔던 것입니다. 사실 제가 여수에 간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저는 경상도 사람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저도 경상도, 아니 제가 살고 있는 마산, 창원 땅을 벗어나 멀리 떠나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여수엑스포 팸투어 선상에서 블로거들. 오른쪽 두 번째는 여수시민 임현철님.
이러할진대 해외여행을 자주 다니는 분들을 보면 몹시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내 나라 땅도 제대로 밟아본 곳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남의 나라 땅까지 다니는 분들을 보면 부럽지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남의 나라 땅보다는 내 나라 땅을 여행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슨 소리냐고요? 그러나 저는 알 것 같습니다. 특히 여수에 가서 그걸 더욱 절실하게 느낄 수 있을 있었습니다. 해외여행에서는 절대 느끼고 맛볼 수 없는 것들이 여수에는 있었습니다. 바로 말이 제대로 통하는 정겨운 사람과 혀를 즐겁게 해주는 음식이었습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저의 헛소리였습니다. 그러나 여행의 진미를 잘 아시는 독자라면 틀림없이 제 헛소리에 박수까지는 아니라도 고개 정도는 끄덕거려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실 겁니다. 네, 훌륭한 경치에는 반드시 감미로운 맛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도 있잖습니까? 아, 이건 진짜로 헛나온 말이었습니다. 실수~ ㅋ
역시 먹는 걸 좋아하는 내겐 여기가 최고. 여수 풍물시장. 값도 엄청 저렴해 깜짝 놀랄 정도.
여수는 그야말로 여행의 3박자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도시였습니다. 아름다운 경치, 맛깔스런 음식, 그리고 그 경치와 맛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사람들, 이 세 박자가 잘 어우러진 여수는 진짜 여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뭔가 사연이 생길 것 같은 이름을 가진 도시 여수의 사람들이었습니다.
여수를 흔히들 예향이라고 말합니다. 예향, '예술을 즐기는 사람이 많고 예술가를 많이 배출한 고을'이란 뜻입니다. 하긴 전라도 치고 예향 아닌 곳이 어디 있겠습니까? 전라도는 집집마다 그림 한 점 안 걸어놓은 집이 없다고 합니다. 아무리 허름한 시골의 다방이라도 산수화나 꽃 그림, 글씨 한 점 정도는 꼭 걸려 있습니다.
이건 저의 개인적 의견이긴 합니다만, 심지어 전라도 사람들은 말소리조차도 마치 노래를 부르는 듯합니다. 그들의 대화를 듣노라면 마치 잘 빠진 창 한 자락을 듣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들의 억양엔 시적 운율이 담겨 있습니다. 실제로 서편제와 동편제가 모두 전라도에서 나왔습니다. 그러니 남도의 구석구석이 모두 예향인 것입니다.
향일암에서 내려오다 만난 그림 그리는 아저씨.
그 가운데에서도 "여수를 예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예술의 인적자산이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다양한" 이란 문구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수는 전통적인 문화예술의 인적 자산뿐만 아니라 현대적이고 대중적인 문화예술의 인적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고장입니다. 그 대중적인 자산 가운데 왕년의 영화배우 박노식과 백일섭도 들어 있습니다.
백일섭은 현재 여수엑스포 홍보대사라고 하는군요. 게다가 8, 90년대의 암울했던 젊은 시절, 칙칙한 지하 만화방에서 그래도 살아있는 즐거움을 선사해주었던 허영만 화백이 태어난 곳도 여수입니다. 여기에 세계가 인정한 소나무 사진가 배병우의 예술세계도 있습니다. 이처럼 전통과 현대의 문화예술이 잘 어우러진 그런 곳에서 엑스포가 열린다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어떤 훌륭한 사람들보다도 여수를 사랑하는 평범한 여수시민들이 저는 더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수에서 만난 여수사람들은 정말 열정적이었습니다. 어떤 분은 멀리 경상도에서 여수엑스포 팸투어를 위해 왔다는 저를 위해 30여 분 가까이 설명을 해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스스로 여수엑스포 홍보대사라고 생각하는 듯했습니다.
동백꽃사탕 한봉지를 사자 한봉지를 덤으로 얹어줘 커피믹스님을 기쁘게 한 오동도 동백꽃차집 사장님.
그 열정은 예향 여수의 힘이요 자긍심이었습니다. 어떤 열정도 자긍심이 없으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예술적 감수성이 없이 뜨거운 마음이 일어난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여수사람들에겐 자긍심과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해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멀리 객지에서 온 여행객을 위해 아낌없이 시간을 내어주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꼭 이런 말들을 했습니다.
"여수엑스포는 여수를 위한 것만이 아니에요. 이건 세계를 위한 일이지요."
저는 그렇게 열정적인 여수시민들을 보며 "여수시가 시민들 제대로 세뇌시켜놓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어 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렇게 자발적으로 세뇌되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여수시민들은 정말 행복한 사람들이구나." 그리고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한용운 스님의 시가 생각났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그들에게 여수는 님이요 사랑이었습니다. 진정으로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은 남도 사랑합니다. 자기 고장을 사랑하는 마음이 뜨거운 사람은 다른 고장에 대한 애정도 뜨겁습니다. 그래서 저는 여수시민들의 "여수엑스포는 세계를 위한 것"이란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서 사랑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이번 여수엑스포 팸투어에서 얻은 가장 귀한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아름다운 바다의 풍경과 그 속에서 끌어올린 맛, 그리고 그보다 더 아름답고 맛있는 여수 사람들…
욕쟁이해장국 주인 아줌마. 욕쟁이 할머니는 돌아가셔서 이제 욕은 안 준다.
이순신 장군과 여수현감.
엇, 장군님. 칼 조심하셔요. 여수시의회 의장님쯤 되는 줄 알았더니, 중앙동 주민.
여수엑스포의 성공을 기원하는 초딩 여수시민.
역시 여수엑스포 성공을 기원하는 여수시민.
가족나들이도... 여수엑스포 성공기원으로.
선상투어 때 열정적으로 해설하시던 할아버지도 여수시민.
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3일 동안 제일 고생 많으셨던 여수시 공무원.
여수의 명물 통장어탕. 또 먹고 싶다. 그러나 역시 이보다 더 맛있는 건 여수사람.
'여행이야기 '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황매산 모산재 서정홍 시인댁에서 시인도 되고 본전도 찾은 얘기 (6) | 2010.04.15 |
---|---|
군항제 끝난 진해 벚꽃장의 마지막 장관 (3) | 2010.04.15 |
원색의 봄빛을 만나려면 여수 오동도로 가라 (20) | 2010.04.05 |
파워블로거들이 남쪽 여수로 간 까닭은? (16) | 2010.04.01 |
추노에서 만난 어린시절 소풍장소, 너무 반가워 (8) | 2010.03.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