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추태후를 함께 보던 아들놈이 질문을 합니다. "아빠, 그런데 천추태후는 왕이 네 번이나 바뀌었는데 왜 얼굴이 그대로야? 하나도 안 늙는 거 같다." 제가 대답했습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아노? 니가 가서 직접 물어봐라."
그러고 나서 가만 생각해보니 정반대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선덕여왕에 나오는 진흥왕 말입니다. 드라마에선 진흥왕이 아니고 진흥대제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 진흥왕은 천추태후와는 반대로 너무 늙었습니다. 진흥왕은 7살 때 왕위에 올랐습니다. 이 해가 540년인데 37년간 재위하다 576년에 죽었습니다.
그럼 잠깐 계산해보시죠. 7살 더하기 재위기간 37년 하면 44살입니다. 그러나 재위 첫해와 7살이 되던 해는 중복되므로 여기서 다시 1년을 빼야 합니다. 그러면 43살에 죽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데 드라마 선덕여왕에 나오는 진흥왕은 너무 늙었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눈에는 80이 훨씬 넘은 노인네로 보였습니다.
이순재를 캐스팅한 자체가 잘못일 수도 있습니다. 젊은 사람을 늙어보이게 분장하긴 쉬워도 늙은 사람을 젊어보이게 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순재가 나이가 들긴 했지만, 진흥왕은 이순재의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늙어 보입니다.
이사부가 진흥왕에게 조언하여 거칠부로 하여금 국사를 편찬하게 했다는 것은 삼국사기의 기록입니다. 이때가 서기 545년입니다. 진흥왕이 12살 때란 이야기죠. 진흥왕이 아무리 총명하다고 하더라도 이사부의 말을 알아듣고 거칠부에게 국사를 편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 어린 진흥왕을 대신해 섭정한 법흥왕비가 지시를 내린 것이겠죠. 진흥왕의 아비는 법흥왕의 동생 입종이며 진흥왕의 어미는 법흥왕의 딸입니다. 그러니 법흥왕비는 진흥왕의 외할머니인 동시에 큰어머니가 되는 셈입니다. 삼국사기에는 진흥왕의 세계(世系)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습니다만, 아무튼…
드라마에서 국사를 편찬하도록 지시하는 진흥왕의 모습도 영락없는 80대 노인입니다. 뭐 재미를 위해 그런 거라고 이해는 합니다. 어린아이나 젊은 진흥왕보다는 나이가 지긋한 그래서 세상사에 통달한 듯 보이는 진흥왕이 훨씬 신비감을 주는 데 적절하다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 게다가 우리 시청자들은 조선시대사에는 능해도 신라역사에는 약합니다.
잘 모르니 대충 넘어가도 큰 탈은 안 생긴다는 이야기죠. 그러나 어쨌든 아들놈의 지적은 분명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천추태후는 왕이 네 번이나 바뀌는 동안 왜 그렇게도 안 늙는 것일까요? 게다가 어제는 칼까지 빼어들고 젊은 시절의 용력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가면 늙는 게 정상입니다.
물론 나이가 60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머리카락 색깔이 새까맣고 숱이 마치 울창한 원시림을 보는 것처럼 2~30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분도 가끔 있습니다. 연배로만 따지면 삼촌뻘이 되는 제 손위동서 이야깁니다. "사람이란 게 나이가 들면 머리도 하얘지고 좀 빠지고 이래야 정상 아냐? 너무 닭살이야!" 물론 이건 저의 질투심입니다.
그래도 43살에 죽은 진흥왕의 조로증('조루증'이 아니고 '조로증'이다)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은 드는군요. 신비감을 주기 위한 제작진의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말입니다. … 파비
그러고 나서 가만 생각해보니 정반대의 경우도 있었습니다. 선덕여왕에 나오는 진흥왕 말입니다. 드라마에선 진흥왕이 아니고 진흥대제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 진흥왕은 천추태후와는 반대로 너무 늙었습니다. 진흥왕은 7살 때 왕위에 올랐습니다. 이 해가 540년인데 37년간 재위하다 576년에 죽었습니다.
선덕여왕에 진흥왕으로 출연한 이순재 @mbc
그럼 잠깐 계산해보시죠. 7살 더하기 재위기간 37년 하면 44살입니다. 그러나 재위 첫해와 7살이 되던 해는 중복되므로 여기서 다시 1년을 빼야 합니다. 그러면 43살에 죽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런데 드라마 선덕여왕에 나오는 진흥왕은 너무 늙었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눈에는 80이 훨씬 넘은 노인네로 보였습니다.
이순재를 캐스팅한 자체가 잘못일 수도 있습니다. 젊은 사람을 늙어보이게 분장하긴 쉬워도 늙은 사람을 젊어보이게 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변명이 되지 않습니다. 이순재가 나이가 들긴 했지만, 진흥왕은 이순재의 실제 나이보다 훨씬 더 늙어 보입니다.
이사부가 진흥왕에게 조언하여 거칠부로 하여금 국사를 편찬하게 했다는 것은 삼국사기의 기록입니다. 이때가 서기 545년입니다. 진흥왕이 12살 때란 이야기죠. 진흥왕이 아무리 총명하다고 하더라도 이사부의 말을 알아듣고 거칠부에게 국사를 편찬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아마 어린 진흥왕을 대신해 섭정한 법흥왕비가 지시를 내린 것이겠죠. 진흥왕의 아비는 법흥왕의 동생 입종이며 진흥왕의 어미는 법흥왕의 딸입니다. 그러니 법흥왕비는 진흥왕의 외할머니인 동시에 큰어머니가 되는 셈입니다. 삼국사기에는 진흥왕의 세계(世系)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습니다만, 아무튼…
드라마에서 국사를 편찬하도록 지시하는 진흥왕의 모습도 영락없는 80대 노인입니다. 뭐 재미를 위해 그런 거라고 이해는 합니다. 어린아이나 젊은 진흥왕보다는 나이가 지긋한 그래서 세상사에 통달한 듯 보이는 진흥왕이 훨씬 신비감을 주는 데 적절하다는 것도 이해는 합니다. 게다가 우리 시청자들은 조선시대사에는 능해도 신라역사에는 약합니다.
잘 모르니 대충 넘어가도 큰 탈은 안 생긴다는 이야기죠. 그러나 어쨌든 아들놈의 지적은 분명 이유가 있어 보입니다. 천추태후는 왕이 네 번이나 바뀌는 동안 왜 그렇게도 안 늙는 것일까요? 게다가 어제는 칼까지 빼어들고 젊은 시절의 용력을 부리기도 했습니다. 세월이 가면 늙는 게 정상입니다.
물론 나이가 60을 바라보고 있는데도 머리카락 색깔이 새까맣고 숱이 마치 울창한 원시림을 보는 것처럼 2~30대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분도 가끔 있습니다. 연배로만 따지면 삼촌뻘이 되는 제 손위동서 이야깁니다. "사람이란 게 나이가 들면 머리도 하얘지고 좀 빠지고 이래야 정상 아냐? 너무 닭살이야!" 물론 이건 저의 질투심입니다.
그래도 43살에 죽은 진흥왕의 조로증('조루증'이 아니고 '조로증'이다)은 너무 심하다는 생각은 드는군요. 신비감을 주기 위한 제작진의 불가피한 선택이었겠지만 말입니다. … 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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