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는 경남대학교 운동장입니다. 경남대 후문 근처에 저의 집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밤에 이곳에 가서 운동을 하곤 합니다. 운동이라고 해봤자 운동장을 맨발로 도는 것입니다. 이 생각 저 생각 하면서 운동장을 도는 운동은 육체적 운동도 되지만 정신 건강에도 대단히 좋습니다. 물론 이건 전문가의 의견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우리 아들 녀석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이 녀석이 벌써 자의식이 생기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제가 맨발로 운동장을 돌면 창피하다고 짜증을 부립니다. 그래도 제가 맨발로 걷기를 고집하면 아예 저만치 떨어져서 꼭 남인 것처럼 행세하지요. 부르면 자기 이름 부르지 마라고 큰 소립니다. 남들이 아빠 아들인 줄 눈치 챈다나요? 나 참….
원래 이 운동장은 맨땅이었습니만,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이렇게 잔디를 깔았습니다. 그런데 눈썰미가 좋으신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실 테지만, 이 잔디는 진짜가 아니라 가짜입니다. 인조잔디란 이야기죠. 저도 처음에 이 잔디를 깔았을 땐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 집 근처에 잔디구장이 생긴 것이니까요. 아들, 딸,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사람은 이곳에서 막 뛰어다니며 공도 차고 벌렁 누워 하늘에 별을 보기도 하고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제가 우리 애들하고 장난 치기를 무척 즐겨하는 편입니다. 애들하고 장난 치고 놀 때가 제일 행복하죠. 세상은 이래서 살 만한 것인가보다 하고 느끼죠, 그럴 때는. 그런데 언젠가 신문에서(보는 신문이 경남도민일보 밖에 없으니 경남도민일보일 테죠) 인조잔디에서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기사를 보고 나서 질겁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조잔디구장에서 맨발로 놀고 난 뒤에 보면 왠지 찜찜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역시 자연이 아니라 고무나 플라스틱 위에서 놀았을 때의 그런 화학적 느낌이 있었던 것이죠. 냄새도 났고요.
그런데 발암물질이라니. 그래도 이 정도에서 알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다음부터는 인조잔디는 밟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우리 집이 있는 마산은 공원도 없고 마땅히 놀 만한 곳도 없는 삭막한 동네입니다. 도로변에는 인도도 없으며 가로수도 별로 없는 동네입니다. 한마디로 애들 키우는 사람들이 살기는 아주 부적절한 도시입니다. 그러니 젊은 사람들이 이사를 올 생각을 잘 하지 않습니다.
제가 쓸데없이 이런 소리를 자주 하는 것은 마산시장이 좀 각성하라는 뜻에서 그러는 것입니다. 바다를 메워 공장이나 유치한다고 인구가 불어나는 것이 아니란 말씀이죠. 진짜 드림베이를 하고 싶다면 나무를 심고 공원을 만들고 시민들이 살기에 쾌적한 도시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수정만에 STX 유치해도 그 사람들이 마산에 살려고 하겠어요?
마산 사람이 마산 욕한다고만 하지 마시고 생각들 좀 해주시기를 바래요.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군요. 다시 경남대 운동장으로 돌아 오시죠. 보세요. 그런데 발암물질이 풍부(?)하다는 인조잔디에서 가족들이 돗자리를 깔아놓고 놀고 있군요. 심지어 갓난아기들을 재우고 있기까지 하네요. 이분들은 인조잔디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입니다. 그걸 알았다면 이렇게 사랑하는 아이들을 눕혀놓고 잠을 재우진 않겠지요.
제가 운동장을 삥 돌면서 살펴보았더니 무려 20 여 가족들이 인조잔디 운동장 안에 돗자리를 깔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고, 심지어는 그냥 아무것도 깔지 않고 잔디에 누워 있는 커플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남녀는 함께 엎드려서 인조잔디에 머리를 박고 숨을 들이키고 있는 장면도 있더군요. 아찔했지만, 그들의 사랑을 방해할 수도 없었지요. 어떤 중년의 부부는 운동장 한 가운데서 물구나무를 서고 있기도 했고요. 그분들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방해가 될 거 같아서.
그러나, 아유~ 사람들이 신문도 못 봤나? 지난 6월이었나요? <경상남도 교육감과 블로거의 대화>에 참석했던 적이 있는데요. 그 자리에서 인조잔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지요. 지금 경상남도의 대부분 학교들이 인조잔디를 깔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발암물질 문제도 있고 또 아이들은 이런 고무냄새 나는 인조잔디보다는 흙냄새를 맡으며 자라야 되는 거 아닐까' 이런 의견들을 교육감에게 전했었답니다.
그랬더니 권정호 교육감께서도 말씀하시기를, 자기도 인조잔디 까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게 일선 학교장들의 재량사항이라서 권고만 하고 일선 학교들이 알아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제가 듣기로는 아마 이 인조잔디 사업이 교과부(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내려오는 예산지원을 받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원래 그렇잖아요? 결정권을 가진 공무원이라면 누구든지 예산을 쓰는 사업을 벌이길 좋아하죠. 그게 왜 그런지는 다들 아시죠? 재미 있잖아요, 돈 쓰는 거.
저는 요즘도 밤이면 가끔 이렇게 이 운동장에 나와 트랙을 돌며 운동을 하지만 좀 찜찜하답니다. 마땅히 놀 곳이 없는 동네라 할 수 없이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답니다. 인조잔디 운동장에는 절대 안 들어가고 트랙만 돌지만, 날아오는 바람이 시원하면서도 한편 깨름직하답니다. 혹시 저 공기 속에 발암물질이 섞여 날아오는 것은 아닐까?
네? 별 걱정을 다 하고 산다구요? 미국에서 수입한 쇠고기를 아무리 먹어도 내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처럼, 거기서 아무리 뛰놀아도 내가 암에 걸릴 확률은 아주 낮으니 걱정하지 말고 잘 놀라구요? 그래도 찜찜한 걸 어떡하죠? 이건 발암물질 때문만이 아니라 마음이 불안해서 암에 걸릴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발암물질 그딴 거 마음에 두지 말고 그냥 잘 놀라구요?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죠. 하여간 저는 우리 마산시민들이 걱정이에요. 최소한 아이들을 인조잔디에 눕혀놓고 재우는 부모들은 인조잔디의 위험성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는 건 확실한 일이지요. 그분들은 신문은 고사하고 티브이 뉴스도 잘 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9시 뉴스라도 열심히 봤다면 저렇게 하지는 않을 텐데….
그나저나 학교들이 저마다 운동장에 인조잔디 깔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걱정이네요. 그분들도 인조잔디에 발암물질 나온다는 뉴스 봤을 텐데, 아직도 생각이 바뀌지 않았을까요? 파비
우리 아들 녀석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이 녀석이 벌써 자의식이 생기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제가 맨발로 운동장을 돌면 창피하다고 짜증을 부립니다. 그래도 제가 맨발로 걷기를 고집하면 아예 저만치 떨어져서 꼭 남인 것처럼 행세하지요. 부르면 자기 이름 부르지 마라고 큰 소립니다. 남들이 아빠 아들인 줄 눈치 챈다나요? 나 참….
아이들은 즐겁게 놀고 있고, 아기들은 잠을 자고 있다.
원래 이 운동장은 맨땅이었습니만,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이렇게 잔디를 깔았습니다. 그런데 눈썰미가 좋으신 분들은 이미 알고 계실 테지만, 이 잔디는 진짜가 아니라 가짜입니다. 인조잔디란 이야기죠. 저도 처음에 이 잔디를 깔았을 땐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 집 근처에 잔디구장이 생긴 것이니까요. 아들, 딸,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사람은 이곳에서 막 뛰어다니며 공도 차고 벌렁 누워 하늘에 별을 보기도 하고 데굴데굴 구르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제가 우리 애들하고 장난 치기를 무척 즐겨하는 편입니다. 애들하고 장난 치고 놀 때가 제일 행복하죠. 세상은 이래서 살 만한 것인가보다 하고 느끼죠, 그럴 때는. 그런데 언젠가 신문에서(보는 신문이 경남도민일보 밖에 없으니 경남도민일보일 테죠) 인조잔디에서 발암물질이 나온다는 기사를 보고 나서 질겁을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인조잔디구장에서 맨발로 놀고 난 뒤에 보면 왠지 찜찜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역시 자연이 아니라 고무나 플라스틱 위에서 놀았을 때의 그런 화학적 느낌이 있었던 것이죠. 냄새도 났고요.
그런데 발암물질이라니. 그래도 이 정도에서 알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다음부터는 인조잔디는 밟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아시는 분은 아시다시피 우리 집이 있는 마산은 공원도 없고 마땅히 놀 만한 곳도 없는 삭막한 동네입니다. 도로변에는 인도도 없으며 가로수도 별로 없는 동네입니다. 한마디로 애들 키우는 사람들이 살기는 아주 부적절한 도시입니다. 그러니 젊은 사람들이 이사를 올 생각을 잘 하지 않습니다.
제가 쓸데없이 이런 소리를 자주 하는 것은 마산시장이 좀 각성하라는 뜻에서 그러는 것입니다. 바다를 메워 공장이나 유치한다고 인구가 불어나는 것이 아니란 말씀이죠. 진짜 드림베이를 하고 싶다면 나무를 심고 공원을 만들고 시민들이 살기에 쾌적한 도시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수정만에 STX 유치해도 그 사람들이 마산에 살려고 하겠어요?
마산 사람이 마산 욕한다고만 하지 마시고 생각들 좀 해주시기를 바래요.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군요. 다시 경남대 운동장으로 돌아 오시죠. 보세요. 그런데 발암물질이 풍부(?)하다는 인조잔디에서 가족들이 돗자리를 깔아놓고 놀고 있군요. 심지어 갓난아기들을 재우고 있기까지 하네요. 이분들은 인조잔디에 발암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입니다. 그걸 알았다면 이렇게 사랑하는 아이들을 눕혀놓고 잠을 재우진 않겠지요.
아이들의 부모님들은 아마 트랙을 돌면서 열심히 운동 중이실 거다.
제가 운동장을 삥 돌면서 살펴보았더니 무려 20 여 가족들이 인조잔디 운동장 안에 돗자리를 깔고 더위를 식히고 있었고, 심지어는 그냥 아무것도 깔지 않고 잔디에 누워 있는 커플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남녀는 함께 엎드려서 인조잔디에 머리를 박고 숨을 들이키고 있는 장면도 있더군요. 아찔했지만, 그들의 사랑을 방해할 수도 없었지요. 어떤 중년의 부부는 운동장 한 가운데서 물구나무를 서고 있기도 했고요. 그분들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방해가 될 거 같아서.
그러나, 아유~ 사람들이 신문도 못 봤나? 지난 6월이었나요? <경상남도 교육감과 블로거의 대화>에 참석했던 적이 있는데요. 그 자리에서 인조잔디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었지요. 지금 경상남도의 대부분 학교들이 인조잔디를 깔 계획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발암물질 문제도 있고 또 아이들은 이런 고무냄새 나는 인조잔디보다는 흙냄새를 맡으며 자라야 되는 거 아닐까' 이런 의견들을 교육감에게 전했었답니다.
그랬더니 권정호 교육감께서도 말씀하시기를, 자기도 인조잔디 까는 것에는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게 일선 학교장들의 재량사항이라서 권고만 하고 일선 학교들이 알아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거지요. 제가 듣기로는 아마 이 인조잔디 사업이 교과부(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내려오는 예산지원을 받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원래 그렇잖아요? 결정권을 가진 공무원이라면 누구든지 예산을 쓰는 사업을 벌이길 좋아하죠. 그게 왜 그런지는 다들 아시죠? 재미 있잖아요, 돈 쓰는 거.
저는 요즘도 밤이면 가끔 이렇게 이 운동장에 나와 트랙을 돌며 운동을 하지만 좀 찜찜하답니다. 마땅히 놀 곳이 없는 동네라 할 수 없이 이곳을 찾을 수밖에 없답니다. 인조잔디 운동장에는 절대 안 들어가고 트랙만 돌지만, 날아오는 바람이 시원하면서도 한편 깨름직하답니다. 혹시 저 공기 속에 발암물질이 섞여 날아오는 것은 아닐까?
인조잔디 운동장이 어둠에 묻혀 있지만, 저 안에는 수많은 가족과 연인들이 누워 있다.
네? 별 걱정을 다 하고 산다구요? 미국에서 수입한 쇠고기를 아무리 먹어도 내가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그렇게 높지 않은 것처럼, 거기서 아무리 뛰놀아도 내가 암에 걸릴 확률은 아주 낮으니 걱정하지 말고 잘 놀라구요? 그래도 찜찜한 걸 어떡하죠? 이건 발암물질 때문만이 아니라 마음이 불안해서 암에 걸릴 것 같거든요.
그러니까 발암물질 그딴 거 마음에 두지 말고 그냥 잘 놀라구요?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죠. 하여간 저는 우리 마산시민들이 걱정이에요. 최소한 아이들을 인조잔디에 눕혀놓고 재우는 부모들은 인조잔디의 위험성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는 건 확실한 일이지요. 그분들은 신문은 고사하고 티브이 뉴스도 잘 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9시 뉴스라도 열심히 봤다면 저렇게 하지는 않을 텐데….
그나저나 학교들이 저마다 운동장에 인조잔디 깔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데 걱정이네요. 그분들도 인조잔디에 발암물질 나온다는 뉴스 봤을 텐데, 아직도 생각이 바뀌지 않았을까요? 파비
매일 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운동을 한답니다. 대학 운동장이 옆에 있다는 건 참 고마운 일이지만...
ps; 아래의 글들을 참고로 읽어 보시면 인조잔디가 얼마나 최악의 선택인지를 잘 알게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바쁘시더라도 나와 아이들 건강을 위해서 꼭 읽어 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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