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덕여왕이 한창 인기다. 그런데 이런 인기바람을 타고 별 시답지 않은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박근혜가 선덕여왕을 닮았다는 거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이미 선덕여왕이 방영되기 전부터 친박계 주변으로부터 슬금슬금 흘러나온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의도가 뻔한 이야기를 <MBC 생방송 아침>이 전파에 실어 전국에 흘려보냈다.
당연히 논란이 벌어졌다. "박근혜를 그렇게 비유하니 그럴 듯하다!" 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박근혜를 선덕여왕에 견줄 수 있느냐?" "박근혜는 선덕여왕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미실에 가깝다!"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논쟁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대체로 어이없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당연한 이야기다.
선덕왕과 박근혜의 공통점은 오직 한가지 뿐이다. 여자라는 사실. 만약 이 사실 때문에 선덕왕과 박근혜를 비교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짓이다. 그리 말한다면, 나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과 닮았다고 해도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그분들과 나는 남자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들은 여자라는 공통점만을 내세우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선덕여왕과 박근혜가 세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늘어놓았다. 첫째는 지지기반이 경상도 지역으로 같다는 것이며, 둘째는 최고 지도자의 딸, 즉 공주 출신이란 점이 또한 같고, 셋째는 선덕화라는 박근혜의 법명이 선덕여왕과 같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별로 거론할 가치도 없다. 도대체 이름을 두고 이런 말장난을 벌이는 것이 진실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라면 여자들은 모두 선덕이란 이름을 갖게 될 것이며 남자들은 모두 담덕이 될 것이다. 그럼 두 번째 이유를 들여다보자. 선덕여왕과 박근혜가 모두 공주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고 지도자의 딸로 통치수업을 받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모두 공주 출신이라고?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그래서 박근혜를 수첩공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이 수첩공주는 박근혜의 무식함을 빗대어 놀리는 말이긴 하지만 그녀의 출신성분에 가장 적절한 말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지금이 왕조사회던가? 어떻게 박근혜를 공주에 비교하는 난센스를 남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본다면 북한의 김정일이야말로 박근혜와 가장 닮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김정일은 북한의 절대적 지배자인 김일성의 아들이 아니던가. 박근혜가 공주라면 김정일은 왕자란 말인가. 시계는 미래를 향해 오늘도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건만 민주공화국의 정신세계는 거꾸로 왕조시대를 쫓아가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그러나 더 한심한 것은 다음 첫 번째 이유다. 박근혜의 지지기반이 경상도 지역으로 선덕여왕과 일치한단다. 선덕여왕 당시 신라의 전 국토가 경상도 일원이었으니 이 비유도 적절한 것은 못 된다. 그저 말장난일 뿐이다. 게다가 공영방송이 생방송으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듯이 말을 만들어낸 것은 매우 적절치 못한 태도다.
어떻든 좋다. 박근혜의 지지기반이 경상도 지역이라서 선덕여왕과 닮았다고 치자. 그럼 김정일은 지지기반이 북한 지역, 즉 과거의 고구려 지역이라서 광개토대왕과 닮았나? 광개토대왕도 남자요, 최고지도자의 아들이었다. 그럼 완벽하지 아니한가. 김정일이야말로 완벽하게 광개토대왕과 닮은 꼴이라고 말해도 무슨 문제가 있겠나.
이름? 그거야 죽기 전이든 죽은 후든 시호를 담덕이라고 내리면 될 일이다. 그까짓 게 무슨 대수가 되겠는가. 선덕여왕은 세종대왕에 버금가는 업적을 쌓은 인물이다. 선덕여왕대에 일구어낸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선덕여왕은 위기에 처한 신라의 국력을 일으켜 삼국통일의 기초를 쌓은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는 세종대왕보다 더 뛰어났다고 말할 수도 있다. 세종대왕 역시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국력신장에도 괄목할 업적을 세웠다. 4군6진을 개척해 오늘날의 국경선을 확정지은 인물이 세종대왕이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안정된 정국을 기반으로 가졌다는 점에서 그렇지 못한 선덕왕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었다.
광개토대왕이야 이름이 의미하듯 두말할 필요가 없는 영웅…. 이렇든 저렇든 <MBC 생방송 아침>에 의하자면, 이제 우리나라는 남에는 선덕여왕을, 북에는 광개토대왕을 가지게 된 셈인데 이를 두고 축하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MBC에 바란다. <선덕여왕>이 요즘 인기 정상을 달리다 보니 잠시 정신이 혼미해진 점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재미있게 잘 보고 있는 드라마에 초를 치는 일은 제발 자제해주기 바란다. 오늘밤 <선덕여왕>에서는 김유신과 김서현이 살아서 돌아오고 진골신분과 영지도 회복하게 된다고 한다. 지난주에 포스팅한 <이요원이 창조할 선덕여왕의 이미지는?>에서 내가 말한 것처럼 미실 일파의 계략이 거꾸로 미래의 선덕여왕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되었다.
그런데 이렇듯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지려고 하는 <선덕여왕>에 박근혜 이야기가 튀어나오니 맛있는 밥상을 받아놓고 오물을 뒤집어쓴 기분이다. 매우 불쾌하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의문을 제기하며 마치기로 하자. 진실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덕만의 어디가 박근혜와 닮았단 말인가? 시시콜콜 모든 일에 관심을 보이며 앞장서는 덕만과…
모든 국가대사에 등을 돌리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심지어 자기 당이 위기에 처해도 입을 닫고 칩거하기를 즐기는 박근혜의 어디가 선덕여왕과 닮았단 말인가? 파비
당연히 논란이 벌어졌다. "박근혜를 그렇게 비유하니 그럴 듯하다!" 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박근혜를 선덕여왕에 견줄 수 있느냐?" "박근혜는 선덕여왕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미실에 가깝다!"라는 의견까지 다양한 논쟁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대체로 어이없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당연한 이야기다.
선덕왕과 박근혜의 공통점은 오직 한가지 뿐이다. 여자라는 사실. 만약 이 사실 때문에 선덕왕과 박근혜를 비교하는 것이라면 그야말로 어처구니 없는 짓이다. 그리 말한다면, 나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과 닮았다고 해도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할 것이다. 그분들과 나는 남자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들은 여자라는 공통점만을 내세우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 그들은 선덕여왕과 박근혜가 세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늘어놓았다. 첫째는 지지기반이 경상도 지역으로 같다는 것이며, 둘째는 최고 지도자의 딸, 즉 공주 출신이란 점이 또한 같고, 셋째는 선덕화라는 박근혜의 법명이 선덕여왕과 같다는 것이다.
세 번째 이유는 별로 거론할 가치도 없다. 도대체 이름을 두고 이런 말장난을 벌이는 것이 진실하게 받아들여지는 사회라면 여자들은 모두 선덕이란 이름을 갖게 될 것이며 남자들은 모두 담덕이 될 것이다. 그럼 두 번째 이유를 들여다보자. 선덕여왕과 박근혜가 모두 공주였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고 지도자의 딸로 통치수업을 받았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모두 공주 출신이라고? 맞는 말 같기도 하다. 그래서 박근혜를 수첩공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물론 이 수첩공주는 박근혜의 무식함을 빗대어 놀리는 말이긴 하지만 그녀의 출신성분에 가장 적절한 말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지금이 왕조사회던가? 어떻게 박근혜를 공주에 비교하는 난센스를 남발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본다면 북한의 김정일이야말로 박근혜와 가장 닮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김정일은 북한의 절대적 지배자인 김일성의 아들이 아니던가. 박근혜가 공주라면 김정일은 왕자란 말인가. 시계는 미래를 향해 오늘도 어김없이 돌아가고 있건만 민주공화국의 정신세계는 거꾸로 왕조시대를 쫓아가고 있으니 한심한 일이다.
박정희 왕가의 가족들?
그러나 더 한심한 것은 다음 첫 번째 이유다. 박근혜의 지지기반이 경상도 지역으로 선덕여왕과 일치한단다. 선덕여왕 당시 신라의 전 국토가 경상도 일원이었으니 이 비유도 적절한 것은 못 된다. 그저 말장난일 뿐이다. 게다가 공영방송이 생방송으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듯이 말을 만들어낸 것은 매우 적절치 못한 태도다.
어떻든 좋다. 박근혜의 지지기반이 경상도 지역이라서 선덕여왕과 닮았다고 치자. 그럼 김정일은 지지기반이 북한 지역, 즉 과거의 고구려 지역이라서 광개토대왕과 닮았나? 광개토대왕도 남자요, 최고지도자의 아들이었다. 그럼 완벽하지 아니한가. 김정일이야말로 완벽하게 광개토대왕과 닮은 꼴이라고 말해도 무슨 문제가 있겠나.
이름? 그거야 죽기 전이든 죽은 후든 시호를 담덕이라고 내리면 될 일이다. 그까짓 게 무슨 대수가 되겠는가. 선덕여왕은 세종대왕에 버금가는 업적을 쌓은 인물이다. 선덕여왕대에 일구어낸 과학기술의 발달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선덕여왕은 위기에 처한 신라의 국력을 일으켜 삼국통일의 기초를 쌓은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는 세종대왕보다 더 뛰어났다고 말할 수도 있다. 세종대왕 역시 과학기술 뿐만 아니라 국력신장에도 괄목할 업적을 세웠다. 4군6진을 개척해 오늘날의 국경선을 확정지은 인물이 세종대왕이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안정된 정국을 기반으로 가졌다는 점에서 그렇지 못한 선덕왕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었다.
광개토대왕이야 이름이 의미하듯 두말할 필요가 없는 영웅…. 이렇든 저렇든 <MBC 생방송 아침>에 의하자면, 이제 우리나라는 남에는 선덕여왕을, 북에는 광개토대왕을 가지게 된 셈인데 이를 두고 축하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 MBC에 바란다. <선덕여왕>이 요즘 인기 정상을 달리다 보니 잠시 정신이 혼미해진 점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재미있게 잘 보고 있는 드라마에 초를 치는 일은 제발 자제해주기 바란다. 오늘밤 <선덕여왕>에서는 김유신과 김서현이 살아서 돌아오고 진골신분과 영지도 회복하게 된다고 한다. 지난주에 포스팅한 <이요원이 창조할 선덕여왕의 이미지는?>에서 내가 말한 것처럼 미실 일파의 계략이 거꾸로 미래의 선덕여왕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되었다.
그런데 이렇듯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지려고 하는 <선덕여왕>에 박근혜 이야기가 튀어나오니 맛있는 밥상을 받아놓고 오물을 뒤집어쓴 기분이다. 매우 불쾌하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의문을 제기하며 마치기로 하자. 진실로 드라마에 등장하는 덕만의 어디가 박근혜와 닮았단 말인가? 시시콜콜 모든 일에 관심을 보이며 앞장서는 덕만과…
모든 국가대사에 등을 돌리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심지어 자기 당이 위기에 처해도 입을 닫고 칩거하기를 즐기는 박근혜의 어디가 선덕여왕과 닮았단 말인가? 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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