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레디앙, 이창우 화백
신영철이란 이름은 대한민국 사법역사의 오점이다. 법관들에겐 수치스러운 이름이다. 그런 신영철 대법관에게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경고·주의 조처 권고’라는 미온적인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전국의 일선 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만약 대법원의 의지대로 신영철 파동이 이대로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앞으로 영원히 법관들은 치욕스런 오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자신들의 판결이 정의와 공평으로부터 나왔다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선 법관들이 대법원장에게 결단을 촉구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 결단이란 다름아닌 신영철 대법관 스스로의 사퇴를 종용하거나 그러지 아니할 경우 징계위원회에 회부해 적법절차에 따르는 것이다. 일선 법관들의 움직임으로부터 아직 사법부에서 정의라는 이름이 완전히 축출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된 것은 아주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잠깐 엉뚱한 시비 하나를 걸고자 한다.
신영철이 마속이라고? 천하의 제갈량이 통곡하겠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가 “신 대법관의 행태는 명백히 재판관여에 해당했다”며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모법을 보여야한다”고 신 대법관의 징계를 거듭 촉구했다고 한다. 훌륭한 일이다. 그런데, 읍참마속이라…. 우리는 보통 조직 내의 어떤 특정한 사람을 솎아낼 것을 요구할 때 이 읍참마속이란 고사를 자주 인용한다. 그렇다면 마속이란 이 고대의 인물과 신영철을 비교하는 것이 과연 온당한가? 내가 볼 때는 ‘전혀 아니올시다!’이다.
비록 마속이 제갈량의 명령을 따르지 아니하고 공명심에 군사를 움직여 크나큰 실책을 범했다고는 하나 그는 촉한의 가장 뛰어난 장수 중 한사람이고 제갈량이 최고로 아끼는 심복이었다. 가정전투에서 대패한 마속은 거점을 상실해 나라를 위태롭게 한 자신의 죄를 인정하고 스스로 묶어 참하기를 청했으니 그 충성심 또한 가히 천하일절이다. 그러나 지금 마속과 비교되고 있는 신영철이란 사람은 어떠한가? 그는 법관의 신분을 망각하고 권력에 아부한 사람이다.
그가 무엇 때문에 일선 재판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신속한 재판을 독려했을까? 심지어는 판결의 방향까지 유도하는 듯이 인상을 주면서 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이명박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대법관으로 영전했다는 사실은 또 무엇을 말하는가? 그런 신영철을 마속에 견주다니…, 마속이 지하에서 들으면 대성통곡을 할 일이다. 제갈량이 이 소식을 들으면 “내 충심에 따른 결단이 신영철 같은 자에게 비유되다니 내 이럴려고 마속을 죽였던가?” 하고 땅을 치며 통분할 일이다.
‘읍참마속’ 아니라 ‘일벌백계’라고 해야
신영철 같은 아부꾼에게 「읍참」이라니 가당치도 않다. 법관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행정부의 시녀로 전락시킨 신영철 같은 사람을 「마속」과 비교하다니 어불성설이다. 오로지 「일벌백계」의 심정으로 결단하기를 촉구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닌가? 김훤주 기자가 늘 주장하는 것처럼 말을 정확하게 구사하기도 해야 하지만, 적절하게 쓸 줄도 알아야 한다. 신영철 대법관 탄핵을 주도하는 일선 법관들의 충심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그들에게 감사한다.
다만, 신영철을 마속과 같은 훌륭한 인물에 견주는 것이 언짢을 뿐이다. 신영철은 법관의 양심을 팔았다. 그는 사법부에 마속이 아니라 이완용에 불과하다. 이완용이 절대 이순신에 비교돼서는 안 되는 것처럼 신영철도 결코 마속에 비교되어서는 안 되고 그럴 만한 가치도 없는 인물이다. 어쨌든 이번 기회가 신영철 같은 인물이 법원에 절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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