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쥐》 관전기
오늘 영화 ‘박쥐’를 보았다. 워낙 논란의 중심에 있는 영화라 꼭 한번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진작 하고 있었다. 또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물론 이런 투표가 전체 국민의 기호를 완벽하게 반영하는 것이 절대 아니란 것은 누구라도 알 것이다. 투표란 원래 인간이 제거하기 힘든 원초적인 함정을 갖고 있는 법이니까. 아마 어쩌면
그래서 나도
나는
이 박쥐는 고뇌하는 뱀파이어였다. 나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한 친구로부터 가급적이면 안 보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받았었다. 그 친구는 차라리 그 영화보다 ‘똥파리’를 보라고 권했다. 아마 이 영화를 보는 것이 내게는 대단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걱정과 함께. 그러나 나는 결국 오늘 박쥐를 만났다. 친구의 조언을 받아들여 ‘똥파리’를 볼까 하고도 생각했지만, 애석하게도 우리 동네 영화관 시간표에 똥파리는 없었다. 하긴 똥파리가 독립영화라고 했으니 롯데시네마 같은 개봉관에 걸릴 리가 없었겠지만.
자료사진 : 다음영화
영화는
나중에 영화가 끝나고 난 후에 그녀의 표정을 몰래 살펴보았지만 그녀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이왕 얘기가 나왔으니 영화가 끝난 이후의 표정부터 먼저 살펴보자. 영화 중간쯤 되었을 때, 도저히 더 이상 계속 보기가 어려웠던지 한 쌍이 먼저 일어났다. 그러니까 태주가 상현의 피를 받아먹고 뱀파이어가 되기 직전이었는데 그들은 중년의 부부인 듯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려고 하는 참이었는데 일어서는 그들을 보며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그들은 더 이상 잔혹한 장면을 대하는 게 고통스러웠겠지.
상현과 태주가 꼭 껴안은 채 저 멀리 수평선을 타고 넘어 들어오는 햇살에 시커멓게 부서지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스크린은 모든 빛을 잃고 엔딩 자막과 음악이 흐른다. 영화가 끝났지만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았다. 장내가 환한 불빛으로 밝아졌지만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박수를 치는 것도 아니고. 아무 말도 없이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누가 먼저 일어나길 기다리는 것일까. 영화가 너무 충격적이었나. 아니면 이 난해한 영화의 결말에 뭔가 더 남은 것이 있을까 기다리는 것일까.
성질 급한 내가 먼저 일어섰다. 통로를 가로질러 출구를 나설 때가지도 조용히 앉아있던 사람들은 그제서야 하나 둘 일어섰다. 그리고 그들은 자기들끼리 귓속말로 이 난해한 영화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는 눈치였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이 모든 것이
아마도 최소한 내가 본 몇몇의 사람들은 상당한 시간을 궁금증을 캐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 시간들이 그들에겐 행복할 수도 있겠다. 피카소의 추상화를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그것을 본 것만으로도 우리의 가슴은 감동으로 넘쳐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자료사진 : 다음영화
그리고 그의 영화에는 그리 많은 인물도 등장하지 않는데다가 공간도 거의 특정되어있다. 특정한 공간에 캐릭터가 분명한 인물들을 배치해서 우리의 이해가 복잡하게 되는 것을 막아주는 친절함이 그의 영화에는 있었다. 거기에다 보너스로 아름다운 영상, 그 영상을 더 아름답게 해주는 음악, 그것이
그래서 이 부담스러울 것 같은 영화를, 친구로부터 이미 안 보는 게 어떠냐고 조언 받은 나였지만 끝내 이 영화를 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 그 믿음은 나에게 등을 돌렸다. 영화는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우리를 긴장 속에 밀어 넣었지만 끝까지 전편들에서 보았던 미학 같은 것은 보여주지 않았다. 이미 소문만으로도 우리는 불이 꺼지기 전부터 충분히 긴장해있었다. 그러나 내 경험에 의하면 그것은 곧
가끔 중간에
아름다운 영상이었다. 나는 만족했다. 그래 이게 바로
김옥빈의 상상을 초월하는 노출과 영화관을 온통 격정의 숨소리로 뒤덮었던 섹스신,
아주 오래도록, 정말 오래도록 치루어지는 격정적인 섹스신도 두려운 마음으로 보았다. 그리고 돌연히
그러나 또 한편 생각해보면 이토록 가슴이 어깨를 뚫고 날아오를 것 같은 두려움과 긴장으로 두 시간을 떨게 만든 것은 자료사진 : 다음영화
그러나 이러한 나의 감상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매우 독립적인 영화라는 인상을 주었다. 독립영화의 의미가 포퓰리즘 또는 상업주의로부터의 자유를 의미한다면 박쥐는 독립영화보다 더 독립영화 같은 영화다. 마치 그는 대중의 눈치 따위는 상관없다는 듯이 이 영화를 만든 것처럼 보인다. 그런 점에서 올해 최단기간에 100만 관중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래서 앞으로도 이 영화는 당분간 흥행 신기록에 관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한국영화의 부활을 알릴 신호탄 역할에 충실하게 될 듯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하여간 나는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두려움에 어깨까지 올라 붙었던 가슴이 내려올 줄을 모르고 있다. 아직도… 너무 두렵다. 파비
<감상에 다는 의견> 그럼에도 눈치채신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이 작품은 매우 잘 만든 작품이란 것이 나의 평가다. 그리고 김옥빈이 이 작품을 택한 것은 실수였다고 말한 어느 분의 평론을 읽었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김옥빈이 지독하게 파격적인 태주의 캐릭터로 인해 이미지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했지만, 모든 탑 클라스의 여배우들이 고사했다는 이 역할을 그녀는 매우 훌륭하게 수행한 것 같다. 그녀는 매우 매력적이었다. 송강호의 자지 노출과 김옥빈의 담대한 노출을 마케팅 소재로 삼은 것을 비판하는 것도 별로 이유없다. 왜냐하면 제작자들은 충분히 그럴 권리가 있고, 이 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이 그것만 보러 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많은 리뷰를 통해 이미 그 장면이 이 영화의 작은 소품, 그러나 꼭 필요한 소품이란 것을 충분히 알고 보러 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이 영화가 아직도 두렵고 거북스럽다. 친구의 조언이 옳았다. 내겐 확실히 부담스러웠다. 올드보이는 그 아름다운 영상에 취해 대여섯 번을 보았지만, 이건 다시 볼 용기가 잘 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영화는 매우 훌륭했고 역시 박찬욱이 아니면 만들지 못할 작품인 것은 맞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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