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한다. 인공위성용 로켓이라고 하지만 인공위성과 미사일의 차이는 발사체인 로켓에 탄두를 장착하는가, 위성을 장착하는가 하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미사일이 위성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위성이 미사일로 변할 수도 있다.

 

또 북한이 신고한 것처럼 평화적 목적의 인공위성이라고 하더라도(물론 이 평화적 목적이란 언제든 군사적 목적으로 변용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역사적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지만)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기 전 분리된 로켓이 어디에 떨어질지도 문제다. 발사체의 낙하지점에 위치한 인접 관계국들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핵실험 압박에 민간인 억류까지, 북한은 6·15선언과 10·4선언을 입에 담을 자격 없다 


그런데 북한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 미사일 발사쇼에 이어 이번엔 개성공단에 출퇴근하는 수많은 남측 노동자들을 억류한 것이다. 이유는 있다. 북한은 남한과 미국이 키 리졸브 한미군사훈련을 실시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무자비한 보복조치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차량들이 개성에서 파주로 돌아오는 모습. 사진=경남도민일보제휴 뉴시스

 그러나 이는 온당치 못한 변명이다. 남한이 미국과 군사훈련을 강행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평화에 대한 의지를 의심받기에 충분한 행동임에 틀림없다. 지난 10여 년 간 쌓아온 군사적 대결태세를 완화하고 화해와 협력을 증진해온 역사적 진전에 대한 반동(反動)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북한이 그 동안 취해온 태도는 평화적이었던가? 북한은 말끝마다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을 촉구하지만, 정작 그들은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핵실험 파동으로 정치적 외줄타기를 펼치더니 마침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작년에는 금강산에 바람 쐬러 온 관광객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아들과 남편을 둔 50대의 여성관광객이 그렇게 해금강 해수욕장에서 비명횡사 했다. 그때도 그들은 군사분계선을 넘은 불법적 행위에 대한 정당한 군사적 대응조치였음을 강변하며 사과도 하지 않았다.


상식을 잃은 진보, 진정한 진보라고 말할 수 있나
 

북한은 6·15선언이나 10·4선언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반평화적이고 반통일적 정책은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북한의 작태를 보노라면 새 발의 피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 듯하다. 이 모든 것이 신년벽두부터 줄곧 주장해온 북한의 무자비하고 한계를 모르는 타격력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한 전초전인가.


그러나 무엇보다 화가 나고 괘씸한 것은 북한의 이처럼 무모하고 도발적인 민간인 억류사태에 대하여 인권과 평화를 주장해온 진보정당을 비롯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마디 말이 없다는 사실이다. 민노당은 어차피 친북파가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정당이라 이해하고 논외로 하자.

 

친북자주파의 패권적이고 종파적인 행태에 반대해 민노당을 탈당해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구현하겠다던 진보신당에서조차 성명은 고사하고 논평하나 없다는 것은 매우 섭섭한 일이다. 진보신당뿐만 아니라 북한의 국경차단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어떤 진보단체도 보지를 못했다.

 

이 문제는 여야의 문제도 아니고 보수와 진보의 문제도 아니다. 그저 상식의 문제이다. 상식이 무너지는 현실에 입을 닫는 것도 진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런 진보라면 차라리 진보하고 싶지 않다. 나는 진정한 진보는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은 상식의 회복으로부터 싹튼다
 

남과 북이 상식으로 만나는 날, 통일은 우리에게 진보가 될 것이다. 지금은 남과 북이 말하는 어느 쪽의 통일도 진보라고 믿을만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로서의 당위만 보일 뿐이다. 이들에게 통일은 정권안보용 수단일 뿐이다.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지금 이순간 나는 상식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싶다. 상식이야말로 루소가 말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이 몰상식의 시대에… 상식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닐까.   파비

ps; 방금 전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차단은 남북관계를 해치는 비인도적 처사라는 비판과 아울러 이명박 정부에도 남북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립을 요구하는 발언이 있었다는 소식이 있네요. 일단 시시비비를 떠나 민간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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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tnsrb4180 BlogIcon 하아암 2009.03.16 12:2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민간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옳지 못한 일이라는 건 고개가 끄덕끄덕거려지는 지점인데.
    몇 부분에 있어서는 고민을 해봐야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이 글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내용은 아닌데, 생각난 김에 끄적입니다. ^-^;)

    키 리졸브 훈련과 관련해, 북한에서는 "민항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표가 있었고, 우리네 통일부에서는 "비인도적 처사"라고 얘기했었죠. 분위기 심상찮게 돌아가네... 라는 생각정도 하고 말았는데.
    며칠 후 대구 K2공군 기지를 통해 키 리졸브 훈련의 일환으로 민항기를 타고 280여명의 군인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니, 저런 대응이 나름 이유는 있었겠군... 이란 생각은 들더군요.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9.03.16 17:28  댓글주소  수정/삭제

      남쪽도 문제지만, 북한은 너무 억지가 심합니다. 정치적 문제를 빌미로 민간경제교류를 이렇게 일방적으로 끊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북한정부의 말을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 미사일만 해도 그렇습니다. 워낙 통제된 사회가 되다보니 도대체 알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저게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 도무지 예측불가능하지요.

      뭐, 일각에서는 특히 민중의 소리 같은 친북성향의 매체에 떠도는 댓글들을 보면 미국과 남한이 북침전쟁을 할려고 하니 북한이 금강산도 닫고 개성공단도 닫는 건 당연하다고 하던데... 참 내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가 곤란... 그렇네요. 우린 너무나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나보지요. 같은 땅에 살면서도.

  2. tata183ta 2009.03.25 13: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통일이라는 것은 지난 정치가들이 행해 온 쇼의 제목은 아닐까요?
    정말 통일하려는 맘은 있을까요?
    그냥 이대로가 좋사오니 식으로, 발해신라 남북국처럼 분단체제로 역사에 남을 것 같네요.

    • Favicon of http://go.idomin.com BlogIcon 파비 2009.03.25 16:45  댓글주소  수정/삭제

      제가 볼 때도 통일은 그저 안주인 거 같습니다. 남이나 북이나... 그러나 통일은 꼭 해야죠. 우선 남북 합쳐 인구가 늘어 내수경제기반이 튼튼해지구요. 땅이 늘어 가용자원이 늘 뿐만 아니라 대륙과 해양을 잇는 중심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현재 남북의 위정자들이 말하는 통일은 권력유지를 위한 도구로만 보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