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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공민배 "걸어서 16분 거리 16년 걸렸다"

걸어서 16분이라니. 글쎄 책 이름치고는 생경하다. 공민배(전 창원시장) 씨는 왜 이런 제목의 책을 내게 되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걸어서 16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이름이었다.



출판기념회(2018년 1월 26일 오후4시 창원세코)를 앞두고 개최한 간담회에 참석한 블로거들도 고개를 갸웃거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걷는다는 행위’와 ‘16분의 시간’이라는 다소 이질적이면서도 야릇한 관련성을 내포한 두 개념 사이에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 것일까.


하지만 궁금증은 손쉽게 풀렸다. 공민배 전 창원시장의 설명을 듣고서 사람들은 탁 하고 무릎을 치며 16이라는 숫자가 주는 묘한 운명 같은 느낌을 신기하게 여겼다. 물론 그 16이라는 숫자는 의도하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었다.


“시청에서 나와서 도청까지 걸어보았어요. 그냥 평상 걸음으로. 그랬더니 16분 걸리더라고. 그래서 생각했지. 아, 여기서 저기까지 걸어가는데 16분밖에 걸리지 않는구나. 그런데 나는 이 짧은 거리를 16년이라는 긴 세월 걸어왔구나, 그런 상념이 들더라고.”


그것은 실로 기묘한 숫자였다. 한 블로거가 물었다.


“16분이라는 거리는 쉽게 갈 수 있는 거리죠. 하지만 그 거리를 가기 위해서 16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냈다는 데는 남다른 의미가 있을 거라고 보이는데요. 말하자면 여기는 경남이잖습니까? 일종의 선택의 문젠데요. 줄을 잘 서셨다면 손쉽게 걸어올 수 있는 16년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도 드는군요.”



공 전 시장은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웃음에서 특유의 어눌함이 묻어나왔는데 그것은 아주 정겨운 느낌을 주었다.


“그러니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건 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해서도 안 되고. 창원시장 세 번 연임할 수도 있지 않았느냐 그런 질문을 하는데, 그건 또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열린우리당으로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고 도지사 선거에도 나갔지요. 그렇게 (16년 세월이) 흘렀네요.”


창원시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떠난 공민배 전 창원시장이 2018년 지방선거에 경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하게 된다면 그때까지가 16년이라는 것이다. 묘한 우연의 일치가 만들어낸 숫자였지만 한 블로거가 덕담을 해주었다.


“원래 16이란 숫자는 축구선수들이 선호하는 숫자인데요. 에이스가 7번과 10번이잖습니까? 이 번호를 누군가 차지하고 나면 남는 숫자가 없죠. 그래서 16번을 쓰는데요. 1과 6을 더하면 7번이 된다는 거지요. 16은 럭키 세븐이란 뜻입니다.”


공민배 전 시장의 자서전 <걸어서 16분>은 공 전 시장이 창원 소답동의 중농에서 태어나 성장기와 대학생활,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공무원이 된 이야기, 39세로 최연소 함양군수가 되고 초대와 2대 민선 창원시장을 지내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특별히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의 일화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권영길 후보에게 도지사 후보직을 양보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눈길을 끌었다. 누군가 다시 한 번 물어보았다. 그때 왜 그러셨어요?


“내가 먼저 전화를 했죠. 문재인 대통령에게, 당시는 대통령이 아니었지만, 내가 먼저 전화를 걸었어요. 당시는 어쨌든 정권교체를 해야 되고 진보 쪽의 지지를 받아야 되니까, 제가 사퇴하겠습니다, 그랬더니, 고맙다고 그러더라고. 허허.”


문재인 대통령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성격이라고 했다. 그런 분이 공 전 시장이 먼저 전화를 걸어 “제가 사퇴하겠습니다” 했을 때 그저 “고맙다”는 말만 했을 때는 사실은 속으로 얼마나 애를 태웠을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공 전 시장은 큰일(대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대동단결해야 하는 판에 분란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본인이 먼저 사퇴의 말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당시 당대표)로서야 먼저 이래라 저래라 할 처지도 성격도 아니었던 것이다.


공민배 전 시장은 올 6.13 지방선거에 도지사 후보로 다시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마도 짐작컨대 이번 출판기념회도 그런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현재로서는 여권이든 야권이든 딱히 출마를 선언한 후보는 없다.


△ 사진=국제뉴스 오웅근 기자


오로지 여권에서는 공민배 전 창원시장만이 깃발을 들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을 따름이다. 야권(자유한국당)에서는 김영선 전 의원이 출마를 선언하고 활동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모양새는 아니다.


오히려 박완수 의원과 윤한홍 의원이 야권의 도지사 후보로 낙점되지 않겠나 하는 관측이 우세하다. 물론 박완수 의원은 공개적으로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가능성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건은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다. 김경수 의원이 출마한다면 도지사 당선은 떼놓은 당상이라고 다들 생각한다. 거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계속 불출마 의사를 피력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혹시 김경수 의원이 출마한다면 어떤 대책을 갖고 계시나요?


“허허, 글쎄요. 출마 안 할 걸로 봅니다. 중앙 쪽 정부나 국회에서 할 일이 많은데 여기까지 내려올 까닭이 있을까요. 그렇지만 그래도 출마한다면 눌러야지 뭐. 싸워서 이겨야지. 그 수 밖에 더 있습니까. 하하, 거기에 대해서는 내가 뭐 확신도 있고 의지도 있고 그렇습니다.”


내일이 출판기념회다. 걸어서 16분. 공민배 전 시장은 “1분 걷는데 1년씩 걸린 셈”이라고 말했다. 16년 세월이 내일 출판기념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될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걸어서 16분.


아무튼 특이한 제목이다. 걸어서 16분이라. ^^